대붓둑의 향수
      
                     

 

     前,울산시청,前,유족회 회원부장

    劉  大  知
  태화강(太和江)은 상북면 고헌산(高獻山,1,033)에서 발원하여 울산시를 서(西)에서 동(東)으로 가로지르면서 흘러 울산만을 거쳐 동해로 도도히 흐르는 고향의 역사적인 강이다. 길이는 46.02km, 유역면적이 무려 643.96㎢이며,삼남면,두동면,두서면,범서면 등지에서 덕현천,언양천,대곡천,척과천,동천 등 지방 1급하천 1개와 100개의 지방 2급 하천으로 구성된 거대한 강이다. 고향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각종 공업 및 생활용수를 비롯하여 관개수의 급증으로 상류에 사연댐(泗淵댐),대암댐(大巖댐),선암댐(仙巖댐) 등이 건설되기도했다.어릴 때 태화강은 나에게 많은 추억을 심어준 강이다. 일년내내 사시장철 나에게 즐거움과 잊지못할 아련한 일들이 고스란히 담긴 고향의 강이 아닌가. 더욱이 고향에서 생활할때는 잘 몰랐던 옛일들이 고향을 떠나 생활하다보니 더욱 더 새롭게 나의 뇌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만큼 태화강은 어릴 때 나에게 향수로 젖여있는 마음의  일번지였기 때문이니라. 1950년대 후반 그시절에는  6.25전쟁이 끝난 지 수년이 지난 암울한 시기였기에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어려웠고 따라서 어린 우리들에게도 요즘같이 변변한 놀이시설이 주변에 없었던 낙후된 시절이었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이유로 태화강은 어린 나와 친구들에게는 놀이터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장소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당시 내가 살던 집은 태화강에서 아주 가까웠다. 집을 나서서 사방관리소 옆문을 거쳐 목제건물로 지은 연립식 철도관사를 지나 작은 냇가를 따라가면 채 십분도 안걸리는 곳에  대붓둑이 보인다. 그 대붓둑을 오르면 앞강과 뒷강이 흐르는 청정 태화강은 물론이고 구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린 나는 그곳에서 봄철에는 놀이터로서 여름철이면 노천 수영장으로서 그리고 가을철에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코스로 그리고 겨울철에는 본격적인 우리들의 즐거운 명소가 되었다, 그당시에는 지금 태화교 아래부터 앞강과 뒷강으로 갈라진 강물이 울산교와 동해남부선 철교를 지나서 하구까지 모래섬으로 이루어져있었다.그당시 앞강은 수심이 다소 낮아서 물장구치는 곳으로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뒷강은 수심이 제법 깊어서 어린 우리가 멱을 감고 놀기에는 다소 무리였다. 그러나 나는 이런 위함을 감수하고 뒷강을 즐겨 자주 찾았다. 왜냐하면 수심이 깊어야 멱감기가 재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당시 조개를 줍고 꼬시레기 등 고기들을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강물은 맑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태양볕 아래 은빛이 주르르 흐르는 백사장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풍광이기도하다.
  한마디로 그무렵 태화강은 청정강물 자연 그대로였다. 나와 친구들은 특히 여름방학이 다가오면 거의 하루종일 그곳에서 보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쯤이라고 기억한다. 뒷집 세 살 위인 K형이랑 세 명이 사전 밀약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대붓둑을 간 일이 있었다. 그때는 홍수가 아직도 완전히 끝나지 채 황토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전에 의기투합한 우리는 바로 앞강과 뒷강의 중간 모래섬에 있는 이름모를 주인이 재배한 참외와 수박을 주인 몰래 따 먹으러 가는게 목적이었다. 바로 D데이 당일이 다가온 것이다.그날 참여한 일행 가운데 내가 가장 어렸다고 기억한다. 이렇게 우리 일행 세 명은 황토물이 다소 무섭게 흘러 내려가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평소 익히고 갈고 닦은 헤엄솜씨도 자랑할 겸 건너편 모래섬을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강물을 바라봤다. 그날 팀장격인 K형의 주의사항이 지금도 생각난다.
  “아우들은 정신차리고 단디 들어바라. 오늘 우리가 이날을 대기기다렸따 아이가. 안자 우리는 반드시 저 모래섬을 정복하여 그 달콤한 노란 참외, 꺼꾸렁 참외, 그리고 수박을 우리 오늘 실껏 묵거보자.그라고 해나(혹시) 주인한테 안들키도록 정말 단디하고 물살이 세이까네 해엄도 조심해서 쳐라. 모래섬에서 알아서 묵고 알겠제?” 간단했지만 K형의 주의사항에 요지는 다 들어있었고 어린 나는 생각했다.평소 앞강과 뒷강을 오가면서 이런 과일들을 심어둔 정보를 한눈으로 힐껏힐껏 봐둔 사실을 우리들은 결코 간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일행은 저 멀리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다시한번 더 굳게 결의를 하고 얼굴에 엷은 미소까지 지으면서 마음의 준비와 간단한 준비운동을 마친후에 가슴에 강물을 천천히 젖시면서  K형이 선두로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다음 형이 따르고 그리고 마지막에 나도 강물에 몸을 던져 전방 15m 쯤 떨어진 건너편 모래섬을 향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헤엄쳐 나갔다. 물살은 다소 심했지만 평소 연마한 헤엄솜씨와 지형지물에 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한 우리는 한참 후에 그 모래섬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수박이며 참외들을 바라보면서 누가 먼저랄것도없이 정복자의 묘한 기분으로 그과일들을 포식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것도 먹어보고 아니 한번 입에 먹다가 버리기도하면서 각자 흩어져서 무주공산의 그 모래섬 농장을  유린하고 있었으며 일행들의 미소가 얼굴에 번지고 있었다. 그날 하늘은 아직 구름으로 덮혀 있었다. 어린 나도 기분이 그날 대기 좋았다. 째째하게 할머니께서 장에서 사오시던 그런 참외,수박 한 두개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잔치판도 있었던가? 우리는 그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모래섬 수박, 참외 파티를 오랫동안 즐겼다. 모두 흡족한 마음으로 우리는 다시 그섬을 뒤로한 채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우리일행이 모래섬을 떠나 각자 천천히 황토빛 강물을 헤치고 돌아오는 강 중간쯤 나는 그만 갑짜기 힘이 팔에서 빠지더니 속도가 느리면서 강물을 거듭마시고 일행의 대열에서 밀려나는 상황이 되었다. 긴박한 그 시간에 마침 앞에 헤엄쳐가던 K형이 나의 이런 행동을 재빠르게 눈치채고 나에게 황급하게 다가와서 한 팔로 나를 껴안고 겨우 강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강물을 많이 마신 상태로 의식은 몽롱했고 정신이 없었다. 그런 나를 K형이 배에서 물을 빼내고 심호흡으로 나를 응급조치하여 구해주었다. 천만다행으로 나는 곧 의식이 회복되었고 우리일행들도 한숨을 쉬면서 나를 위로해주었다. 주인이  힘들게 가꾼 수박과 참외를 주인 몰래 따먹은 댓가를 톡톡히 치루었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내가 그날 익사할 뻔 사건의 단초는 바로 갑자기 허급지급 과일을 포식한 결과가 아닐까.
  겨울이 다가오면 울산극장 뒤편 구한전영업소 일대 미나리강에는 온 동네 애들이 스케이트장을 타러 인산인해를 이루기도했다.우리는 스케이트를 만들어서 대북둑을 끼고 강을 따라 학성공원을 지나 내왕까지 타고 내려가곤했다. 찬바람이 불어와도 우리는 달렸다. 그리고 대붓둑에서 연을 날리고 보름날이 되면 둑에서 친구들이랑 쥐불놀이를 하면서 밤늦게까지 강둑에서 찬바람을 맞으며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1959년 사라호 태풍때 대붓둑 제방이 붕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바로 삼산평야쪽 제방 일부가 무너지면서 많은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그당시 인구가 밀집된 구시가지쪽 제방은 온전한데 농경지가 있는 삼산쪽으로 제방이 붕괴된데 대하여 고의다, 아니다 등 여러 설이 전해오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어서 그 사건은 무야유야로 결론나고 말았다.그러나 누군가는 그 당시 진실을 알고 있으리라고 나는 믿고싶다.그후 시에서 태화강 정비공사의 일환으로 앞강과 뒷강을 합류시키는 등 강바닥 준설공사를 대대적으로 하는 바람에 어릴 때 마음껏 놀고 수박참외가 있던 모래섬도 자연히 사라졌다.그때 나를 구해준 그 K형도 수 년전에  작고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인생무상을 느끼면서 고인의 명복을 마음속으로 빈다. 특히 너무 늦었지만 그당시 참외모래섬의 이름모를 주인에게도 참회의 마음을 드리고싶다.그당시 유년기때 나와 친구들이 그토록 즐겨 찾았던 좁고 허술한 대붓둑. 배수장 설비 미비로 매년 구시가지는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곤하였다. 그러나 옛대붓둑은 이제 현대식 아스팔트 도로로 확장되어 차량이 매일 수없이 다니고 있으며, 밀밭이 있었던 둑아래 둔치는 거대한 유료주차장으로 변모되었다. 물고기가 헤엄치고 백로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청정 태화강은 어릴 때 우리들의 그 애잔한 추억과 참외 모래섬 사건과 익사할뻔 했던 나의 그때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향의 역사와 모든 사연을 간직한 채 오늘도 잔잔한 물결을 남기면서 울산만으로 흘러가고 있다.올봄에 고향에 가면 반드시 대붓둑에 앉아 울산교와 기적소리를 내며 달리던 지금은 사라진 동해남부선 옛철교가 있었던 고향의 강을 바라보며 향수에 젖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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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님, 항상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