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차이며 아이도 둘입니다.

결혼할때도 백수였고 게으른 것은 알았지만

우유배달을 하더라도 돈은 벌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믿고 결혼했습니다.

1년반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시 같이 어려운 시험은 아닙니다)

시험이 한달여 남았는데 전화해보면 항상 도서관이 아니라 사람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얼마전 하는 말이 시험을 안보겠다고 합니다.

남편의 꿈은 정치인 내지는 교수인데, 자신은 자신의 꿈을 위해 살겠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돈은 벌어다 주겠다고는 하는데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제가 택시회사에 취직하라고 했습니다.(운전을 좋아하거든요)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남편은 자기 좋은 일을 최우선에 두고 선택하는 사람이기에

택시일을 시작은 할 지 몰라도 언제 그만둘 지 모릅니다 (시험을 때려치듯이요)

그러면서 또 하는 말이 자기는 글을 써서 책도 내고, 교수도 되겠답니다.

그리고 후원자를 모집해서 집에다 돈을 갖다 주겠답니다.

남편을 소개하자면.. 미네르바 같은 사람입니다. 저는 미네르바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굳이 폄하하자면 학력은 낮으나 독학으로 상당한 지식을 쌓은 사람, 그러나 제도권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적은 없는 인터넷 죽돌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미네르바나 그의 지지자가 읽으면 불쾌할지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런 남편의 계획도 저는 하나도 신뢰할 수 없습니다.

남편의 실력을 무시해서가 아니라(인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천성이 게을러 자기통제력이 거의 없다시피한데다가 늘 자기 하고 싶은 것을 최우선순위로 하기 때문에

업적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게다가 남편은 돈 개념도 없습니다.

저에게 돈을 타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자신을 아주 대견하게 여긴달까..

마트에 가서 이걸 살까, 저걸 살까를 고민하는 저를 보면

<비싼거 사>라고 말합니다.

시험공부할때 연습장에 갈겨쓰는 펜도 늘 2000원 짜리 수입 하이테크 0.4만 씁니다.

싼거 사라고 하면 <이게 얼마나 한다고>라고 말합니다.

또하나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아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시어머니문제 등 제가 회사에 있느라고 처리하지 못하는 일을 부탁하면

늘 하겠다고 해 놓고 하지 않아 난감하고 화가 나는 일이 많습니다.

그동안은 제 수입이 그럭저럭 돼서 큰 문제 없었고.

남편도 공부를 하고 있어 참고 지냈는데요.

뭘 참았냐고요. 각종 스트레스죠. 저도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 늦게 까지 일하다 보면 아이들은 엉망이고, 일하다 말고 시어머니(중풍+치매, 모시고 있어요. ㅠ.ㅠ)한테 전화받아야죠, 집안 살림 챙겨야죠, 제사까지 직접 지낸답니다.

제가 회사를 옮기면서 월급이 줄었고, 남편도 공부를 때려친다고 하니

이 사람과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이 아빠로서는 잘 합니다.

교육적으로는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맨날 늦잠 자고 있는 것, 약속 안지키는 것 등)

이혼이 성급한 선택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돈에 대해서는 포기하고.

아이들 아빠 노릇만이라도 잘하고 살라고 할까요.

200가량 되는 월급에

애 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돈이 70, 애 봐주는 분에게 들어가는 돈이 80, 적금, 보험료 세금 내고 나면... 얼마전엔 아이들 돌 반지도 모두 처분했답니다. 요즘 제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집도 없고, 결혼 전에 제가 월급 모아놓은 것만 조금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남편까지 제가 부양해야 하는지...

남편을 부양한다는 것이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고 다니는 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말합니다.

돈 벌겠다고 하고 안벌것, 책쓰겠다고 하고 출판 못할 것, 선거에 출마해서 낙방할 것...

안봐도 비디오인 일들을 지켜보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제 서른 다섯인데요..

50년은 더 살 인생인데

저만 너무 희생하고 사는 것 같다는 피해의식이 안들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