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망월마라톤 
| 제목 | 8인 밀양속으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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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유대지(44) [ sps38@hanmail.net ] |
| 작성일 | 2014-02-28 |
우리일행은 경북 청도를 뒤로하고 도경계를 넘어 목적지 경남 밀양을 향해서 출발했다. 버스안에서 서울변호사와 대공의 끊임없는 논쟁은 오히려 버스안을 더 활기차게하고, 더동고적인 마음으로 다가왔다. 김선배님의 다정다감하신 눈길과 말씀은 우리들로 하여금 계급장을 떼고 이야기할려는 건방진 충동까지 불러 일으키기도했다. 그렇게 차창밖으로 보이는 봄날은 봄처녀처럼 춤을 추고 있었고 봄편지같은 포근함이 우리일행을 들뜨게하고 있었다. 봄날의 길목은 항상 아름답다. 가끔 박수진선배님이 정말 인간 네비게이션처럼 가는곳마다 친절달인 역할을 톡톡히 해주셔서 우리는 행복감에 빠져들었다고나할까?
아! 밀양~
우리나라 남도에서 이 고장처럼 주렁주렁 달린 전설과 문화재, 그리고 인재배출의 고장이 있을까? 남도 역사를 고스런히 간직한 우리나라 최고의 도시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버스는 어느새 영남루가 바라다 보이는 남천강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에메랄드보다 더 아름다운 봄날씨, 그리고 더 잔잔한 남천강을 흘러내리는 보드라운 여성같은 젖줄기,..우리일행 가운데 특히 남다른 감회에 젖어드시는 선배님과 동문이 있었다. 이곳 밀양이 고향이신 김정호 선배님, 박수진 선배님, 그리고 박기현 선배님과 설동문, 무려 4명이 이 고장 출신이었다. 눈을 지긋이 감으시고 70년전 향수에 젖어드시는 김정호 선배님, 어린시절 고향의 그 추억들을 안고서 노구의 몸을 이끌고 후배들과 함께 낙향하니 주마등같이 스쳐지나가는듯 감회에 젖어 이곳저곳을 살펴보신다. 박기현선배님의 추억만들기 작전은 이곳에서도 발동되었다. 남천강 뒤로 멀리 영남루와 아랑각이 보이는 곳을 배경으로 우리일행을 줄 세우고 지나가는 여성에게" 사진좀 부탁드립니다. 손은 이곳을 잡고요, 다리는 나오게 저쪽선을 경계로하시고 잘부탁드려요" 사진교육을 받은 그여성은 우리를 멋지게 카메라에 담았다. 다리를 건너 역사적인 영남루 계단을 걸어서 천천히 올라가니 봄바람이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아! 영남루~
이 건물은 조선시대 밀양도호부 객사에 속했던 곳으로 손님을 맞거나 휴식을 취하던 곳이다. 고려 공민왕 14년(1365)에 밀양군수 김주(金湊)가 통일신라 때 있었던 영남사라는 절터에 지은 누로, 절 이름을 빌어 영남루라 불렀다. 그 뒤 여러 차례 고치고 전쟁으로 불탄 것을 다시 세웠는데, 지금 건물은 조선 헌종10년(1844) 밀양부사 이인재가 새로 지은 것이다.
영남루를 나와서 언덕으로 올라가니 박시춘 작곡가가 유년기를 보냈다는 작은 초가집이 애수의 소야곡 노래비와 함께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이 곡은 1936년 남인수가 눈물의 해협이라는 곡으로 먼저 발표했지만
가사를 지금의 애수의 소야곡으로 바꿔 재 취입해 발표하면서 대 히트를 기록하고 지금도 사랑 받는 곡이다. 국내 가요계의 거성으로 자리잡은 작곡가 박시춘과 가수 남인수를 만들어준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이 곡을 못들어 본 분들은 거의 없을것이다.1937년 이면 잘 아시겠지만 우리에겐 참으로 가슴아픈 시절이었다.이 곡의 가사속 옛사랑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치욕스런 일제 치하에서 빼앗긴 나라를 의미하고 떠나간 그리운 사랑을 의미한다.
박시춘(朴是春) 작곡 / 1938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어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서하건만
못잊을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고나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든고
모두 다 흘러가면 덧없건만은
외로운 별을 안고 밤을 새우면
바람도 문풍지에 싸늘하고나
정상으로 올가가는 길목에 우뚝 서계시는 동상. 바로 임진왜란때 구국하신 그 유명하신 사명대사님의 동상이 우리를 반겨주었다.대사님 동상앞에서 일동은 사진을 찍고 대사님 나라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명복을 기원했다.
정상에 올라 구비쳐 흘러가는 남천강을 바라보니 산천은 의구한데 무심한 세월이 원수라네~~ 더우기 김정호선배님, 박기현선배님, 그리고 박수진선배님, 설동문의 고향사랑 마음이야 가슴에 스며드는 그 감회를 그누구에게 비기랴.
박선배님의 추억만들기에 모두 폼을 재면서 미소지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날씨는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고,..
내려오면서 우리는 비극의 아랑각에 들렸다.
아랑의 본명은 윤동옥(尹東玉)으로서 경상도 밀양부사의 딸 이었는데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에게서 자란 미모의 처녀로, 음흉한 유모와 통인(通引:지방관아의 심부름꾼) 백가(白哥)가 흉계를 꾸며 어느 날 밤 달구경 나온 아랑을 욕보이려하였다. 아랑은 통인에게 결사코 항거하다가 끝내는 칼에 맞아죽고,영남루의 대숲에 버려졌다. 부사는 아랑이 외간남자와 내통하다 함께 달아난것으로 알고 벼슬을 사직하였다. 이후부터 밀양에서는 신임 부사마다 부임하는 첫날밤에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어 모두 그 자리를 꺼리게 되었는데 이때 이상사(李上舍)라는 담이 큰 사람이 밀양부사를 자원하여 왔다. 부임 첫날밤에 나타난 아랑의 원혼에게서 억울한 죽음을 들은 그는 원한을 풀어주기로 약속하였다.
이상사는 곧 백가를 잡아 처형하고 아랑의 주검을 찾아내어 장사지내니 그 뒤로는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한다. 지금도 영남루밑에는 아랑의 혼백에게 제사지내는 아랑각(阿娘閣)이 있고, 《밀양아리랑》도 이 영남루비화(悲話)에서 발생하였다고 전해온다.
일행은 차를 타고 목적지인 단장면 구천리 정승골을 향에서 달렸다.한참 가니 산세가 아주 험한 비탈지고 차 한 대가 겨우 올라갈 수 있는 산길로 들어서는게 아닌가? 약4.5km를 40여분간 들어가니 우리앞에 들어서는 신기루 같은 부락전경이 희미한 가로등 불빛아래 펼쳐졌다. 이곳이 바로 정승골이라는곳으로 옛날 江陵劉氏 성을 가진 정승이 조정의 천주교 박해를 피하여 이곳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박선배님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다. 멀리서 보이는 전깃불빛이 우리 시야에 들어오고 어둠이 깔린 산계곡을 올라가서 우리일행은 '아이리스 팬션' 건물앞에 차를 세우니 박수봉 동문(46회)이 허름한 작업복차림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 아이고 반갑심데이. 어서오이소) 마치 어제 만난듯 포근한 그 말투, 어느새 우리모두는 보자말자 벌떼의 끈끈한 정으로 정다운 눈길을 나누면서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식당안으로 들어서니 벌써 만반의 염소만찬이 준비되어 있었고 자리에 앉자말자 박동문은 우리일행들에게 " 정말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반갑습니데이. 오늘 염소고기하고요, 고로쇠 물이 무진장 있으니 마음껏 드시소" 그말을 들은 우리 일행의 마음은 감동 그 자체였다. 모두들 미소를 지으면서 염소 간이며, 천렵, 그리고 정말 눈앞에 벌어진 무진장 염소고기가 식탁에 올라왔다.우리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박동문이 손수 담구었다는 귀한술을 대형병에 담아 우리 앞에 내놓는게 아닌가? 고로쇠물은 위장,신장, 그리고 간에 그효험이 탁월하며 아무리 마셔도 물리지 않는다는 신비의 약수라는 박동문의 설명을 유심히 들었다.
( 술도 무진장 있으니 오늘밤 멋대로 마시소. 하하) 박동문의 염소고기,고로쇠,담근술의 3대 무진장 원칙은 바로 동고정신 발로요,마라톤 필승기원이며,건강증진의 진정한 성원으로 들렸다. 각자 잔에 술을 채우고 김선배님의 선창으로 "우리모두를 위하여!!"산계속이 떠나가라는 큰소리로 축배를 들면서 다정한 담소를 나누었다. 박 수봉동문은 밀양이 고향으로서 군문에 입문하여 3사를 마치고 중령으로 제대한 후에 이곳까지 내려온 내력과 박수진선배님과는 가까운 친척이자, 후배로서 선조님 제사를 함께 모실 정도로 절친한 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박동문은 우리에게 너무나 놀라운 실화를 들려주는게 아닌가. 바로 12.12사태 발발시 자신이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몇안되는 군인 가운데 한사람으로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그 순간 이야기를 들려줄때 우리모두는 놀라워서 진미의 염소고기가 아마도 입속에서 잠시 멈추었으리라. 너무나 충격적인 박동문의 이야기였다. 그때 일어난 사건과 장태완수도경비사령관과 전두환보안사령관의 역사를 바꾸는 이야기를 아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우리는 염소고기도 맛있는데 박동문의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즐거운 만찬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고로쇠 물이 정말 진짬미데이. 이거도 무진장 있으니 오늘밤 새도록 마시면 내일 마라톤 달리는데 아마도 지장이 없을낌데이" 아 이 소리를 들은 우리일행들의 표정한번 보세요.너무나 황홀경에 빠진모습,, 정말 배터지게 먹어본 염소고기!! 너무나 친환경적인 맑고 깨끗한 정승골 봄날 밤공기, 너무나 인간적이고 토속적인 박동문과 제수씨, 그리고 친동생 내외, 이렇게 13명이 들어찬 그날밤 정승골의 그식당은 열기로, 한마음으로 시간 가는줄 모르게 염소로 배를 채우고 또 채웠다. 동문들이 생전에 이처럼 염소 육회를 먹어 본적이 있었던가? 모두 속으로 정말, 정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리라. 우리는 내일을 위해서 팬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초봄의 야심한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고 산속에 자리잡은 팬션은 조용했고 산자락 가로등은 우리를 매우 낭만적으로 맞이해주었다.
그런데 팬션에 도착하자말자 또다시 박동문이 야식이라면서 염소사골과 담근술이며 고로쇠를 제수씨와 함께 팬션으로 가지고 오는게 아닌가. 그때 박기현선배님의 그 회심에 찬 미소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것이고, 환호작약하는 우리일행들은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게 마시고 먹고 이야기하면서 깊어가는 시간을 뒤로한채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박동문의 동문사랑을 그 누가 따르리요. 고로쇠를 이렇게 하기까지 그 고행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박동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12년동안 걸어온 그 불굴의 인생역경, 전화위복의 드라마틱한 인생사..그얼굴에 비치는 동문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그때 TV에서는 소치올림픽에서 남자선수들이 아깝게도 네델란드에 패하여 은메달을 그쳤다는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우리는 박동문의 말대로 무진장 먹고 마시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방 두 칸에 각자 누우니 새벽1시경이 되었다.
그렇게 단장면 구천리 정승골의 봄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밀양 하를 작성중입니다.감사합니다,
참고로 제가 2월 28일 밤 10시경 박동문에게 전화하니 우리동문들에 한해서 진품의 고로쇠를 10%할인하여, 일금 5만원으로 택배해주겠다는 확약을 받았습니다. 많은 동문님들의 신청을 바랍니다.010-9883-5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