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망월마라톤 
| 제목 | 네 번의 허리 수술 후에 들어간 가을의 전설 명예의 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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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수진(42) [ sjpark1322@hanmail.net ] |
| 작성일 | 2013-11-13 |
<읽기 전에>
아래 글은 2013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기 공모에 응모하여 10명의 선정작에 뽑인 글을 여기 다시 올립니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홈페이지 참조)
망월마라톤을 대상으로 쓴 글은 아니지만 이것으로 달린 소감을 갈음합니다.
명예의 전당 얘기는 별로 없고 아픈 허리 얘기와 우리들 동래고 "가을의 전설"도 조금 언급했습니다.
그 동안 선후배님들 만날 때 마다 허리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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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허리 수술 후에 들어간 가을의 전설, 명예의 전당
<마라톤 누명 씌우고, 누명 벗기기>
적어도 나 만이라도 마라톤에 누명의 씌우고 싶지는 않았고, 마라톤이 누명을 쓰고 있다면 나 만이라도 그 누명을 벗겨 주고 싶었다. 2013년 4년 만에 다시 춘천 마라톤에 10번 째 참가 신청하면서 혼자 다짐한 각오였다.
<춘마와 인연 맺기>
소위 말하는 IMF시기가 끝나갈 무렵 1999년 평생직장이라고 여겼던 직장을 옮긴 후 나이 53에 춘천마라톤에 첫 참가하였다. 1999년 봄 처음으로 소규모 대회에서 친구와 함께 풀코스를 뛰어 보긴 했지만 여름을 넘기면서 풀코스를 한 번 뛰었다는 안도감과 그 당시만 해도 풀코스 완주자가 그리 많지 않았던 때라 어느 정도 자만심도 작용했으리라 여겨지지만 이렇게 큰 대회를 이렇게 좋은 코스를 달린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춘마 첫 도전에 4시간 12분으로 완주를 하고 2005년까지 매년 참가하면서 기록이 일정하지는 않고 기복이 있었지만 거의 4시간 10분대 기록으로 가을의 전설 춘마를 즐기고 있었다. 2004년에는 서울 한강변 울트라 마라톤 100 Km에 12시간 45분에 완주하여 그야 말로 마라톤을 즐기고 있었다.
<첫 허리 수술 후 첫 Sub-4>
2006년 고등학교 졸업 40주년 Home Coming Day 행사로 불참하고 2007년 참가를 기다리는 중 연초부터 조금씩 아프던 허리가 7월이 되자 차차 통증이 심하여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MRI 진찰 결과 수핵 탈골증 디스크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담당 의사도 풀코스 마라톤을 회복 후에 계속하라고 한다. 10월의 춘마에는 참가는 못 했지만 회복을 위하여 조금씩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내 자신의 느낌은 마라톤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허리 아프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주위의 걱정이었다. 가족, 친지, 친구, 동호회의 선후배들 모두가 더 이상 마라톤을 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충고하고, 걱정해 주면서 마라톤에 누명을 씌었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척추디스크가 마라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30대부터 몇 년 간격으로 가끔 아파서 정형외과에도 다니고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아보고 해서 내가 갖고 있는 지병으로 여겼으나 수술까지 하고 보니 주위의 걱정이 무리는 아니나 나의 생각은 환경의 변화, 평소의 생활 습관이나 자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지 마라톤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평소의 풀코스 대회 참가를 위한 연습량과 대회 참가시 100리 넘는 거리를 뛰면서 허리와 신체 어느 부위라도 충격이 가해지고 무리일 수 있지만 전적으로 마라톤 때문이라고 누명을 씌우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고 담당 의사도 마라톤을 계속하라고 해서 나의 판단을 뒷받침 해 준 것이다.
2007년 수술 후 주위의 만류에도 꾸준히 회복 훈련 하여 2008년에는 허리 수술 전에도 해보지 못한 Sub-4도 달성하고 2009년에도 4:19분으로 완주하여 완전히 회복 된 듯 하였고 춘마에는 총 9회 완주한 셈이다.
<다시 누명 쓴 나의 마라톤>
2010년 들어 그 동안 6년간 실직 상태로 지내오다 4월부터 새로운 직장에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1990년 전 직장에서 승진하여 제주로 내려 갔을 때도 허리가 아파 침으로 다스렸고, 1997년 직장을 옮겼을 때도 허리가 아파 정형외과를 몇 번 들락 거렸으니 환경 변화에 의한 증상이 아닐까 싶었다.
이번에도 통증을 지닌 채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없어 9월에 다시 수술을 하였다. 수술 부위는 먼저 수술 한 부위의 반대편으로 탈골된 상태였고 2007년에 수술한 병원에서 수술 의사도 같은 분이고 나의 상태를 잘 아는 담당 의사라서 마음 편하게 수술하였으나 이번에는 수술 경과가 좋지 않아 1주일 간격으로 내리 3번의 전신 마취수술을 하고 보니 절개 후 간단한 레이저 수술이라고 하지만 몸은 휘청하고 마음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번의 허리 수술이 마라톤 때문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증명이라도 된 듯 하였지만 담당 의사는 회복 후에 다시 마라톤을 하라고 한다. 이번 수술 후에는 회복이 더디고 내 자신도 누가 걱정하기 전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고 조금이라도 허리에 아픈 느낌이 오면 겁이 나서 달릴 수가 없었고 달리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이번 회복 훈련에는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허리보강운동도 하고 연습 후에는 “집에 불이 나도 스트레칭은 하고 간다”는 각오로 스트레칭을 강화했다. 마라톤은 두 다리로 뛰지만 온몸운동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한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 달린다면 10 Km나 하프만 해도 좋다는 생각이지만 수술 후 3년, 차차 운동량을 조금씩 늘리다 보니 다시 풀코스를 도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2013년 춘마에 덜컹 신청 해 버린 것이다.
마라톤에 누명을 씌운다고 하지만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생각해보면 주변의 걱정이 아니더라도 마라톤으로 인한 부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달리는 자세가 좋지 않다거나, 주법이 잘 못 되었다거나, 지나치게 무리 한다거나, 출발 전의 준비운동 부족과 끝난 후의 체력 관리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무리한 것으로 한 가지 의심받을 일은 또 하나의 “가을의 전설”을 말하고 싶다. 115년 역사의 고등학교 모교를 부산에 둔 우리 동문들은 해 마다 10월, 11월 가을이 오면 부산항일학생의거를 기념하여 서울에서 출발, 의거 발상지 부산 구덕운동장과 기념비가 있는 어린이 대공원을 경유하여 부산 동래 모교까지 4개 주말 토.일요일을 이용하여 480 Km를 모교 동창회 주관으로 이어달리기 행사를 2003년에 시작하여 11년 째 하고 있다. 이 행사를 우리 동문 달림이들은 춘마에 이어 또 하나의 가을의 전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 부산까지 국도를 따라 내가 뛴 거리가 매년 평균 300 Km 정도였으니 선후배님들은 무리했다고 하였지만 후유증은 없었고 주위에서는 마라톤에 누명을 씌우고 나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누명이 벗겨졌을까?>
절치부심, 4년 만에 다시 뛰어 보는 풀코스, 4년 만에 다시 뛰어 보는 가을의 전설 춘천 마라톤. 나이는 더 들었지만 설레이는 마음은 더 컸다. 춘마에 참가하지 못한 지난 4년간 가을만 되면 가을의 전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 춘마 코스의 상징인 단풍과 호수가 구간 별로 눈에 아른 거리고 나의 마라톤에 씌어진 누명을 벗길 수 있을까? 춘마 신청 후 얼마나 다짐했던가? 달리는 중에 허리에 조금이라도 아픈 느낌이 오면 그 자리에서 멈추겠다고. 나에게는 이번 참가로 10회 완주하여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욕심은 없었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 보다 풀코스를 다시 달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나의 관심이었다.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9회 완주로 영원히 두고 10회 대회는 언제나 그리운, 그리움으로 남겨 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의 허리와 명예의 전당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6시간 내에 완주를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기록에 대한 기대는 사치스러운 것이다. 출발 그룹H 후미에서 배번 H 11411 달고 출발. 4년 전과는 출발선과 도착선이 바뀌었지만 코스의 구간 별 지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 무리 하지 않고 속도를 낼래야 낼 수 없는 체력으로 그야말로 사뿐사뿐 뛰는 자세로 쉬지 않고, 걷지 않고 뛴 시간이 4시간 57분 10초, 10번의 대회 참가중 최저 기록이지만 완주에 감사할 뿐이다. 달리는 내내 허리 통증은 없었고 완주 후 열흘이 지난 지금도 느낌은 좋다. 도착점에 들어오니 고등학교 동호회 후배들이 준비한 “10회 완주 명예의 전당 입성 축하” 현수막과 인증 사진으로 가슴이 뭉클하고 기분은 하늘을 나를 듯 하고 목욕 후 닭갈비 맛은 일품이었다.
이번 완주로 나의 허리가 마라톤 때문이 아니라는 누명을 벗기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누명은 앞으로 계속 허리 탈 없이 달릴 수 있을 때에야 벗겨 질 것이다. 올해 나이 67살, 앞으로 10회를 더해 명예의 전당에 한 번 더 들어갈 때 누명이 벗겨질까, 아니면 20년을 더 뛰어야 할까? 내년에도 내 마음이 춘마에 가자고 해서 가지 않을 것이고, 의지도 몸이 건강할 때 생기는 법, 내 몸이 허락하고 내 몸이 뛰어라 하면 내년에도 가을의 전설 속으로 들어가 단풍에 취하고 호수에 젖어 춘마에 다시 뛰고 싶다.
전설이 짧은 기간에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 듯이 마라톤에 대한 나의 누명 벗기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