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경기였다. 짜릿한 승리였다.

동래고가 난적 서울 중앙대부속고교를 물리치고 제33회 대한축구협회장배를 품에 안았다. 동래고는 31일 김해운동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연장전에 터진 정우재의 결승골을 앞세워 2-1의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고교축구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섰다.

30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양팀은 전후반 80분도 모자라 연장 20분 등 100분에 걸친 사투를 벌인 뒤에야 희비가 갈렸다. 혈투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양팀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동래고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은 일제히 양팔을 치켜들며 그라운드로 몰려나가 서로를 얼싸안았다.

동래고는 이틀 연속 연장승부를 치르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8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복귀했고 15년 만에 협회장배를 제패했다. 지난 2000년 진주고의 우승 이후 트로피를 싹쓸이했던 수도권의 강세는 이번 대회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초반 기선은 중대부고가 잡았다. 중대부고는 전반 15분 안재원이 동래고 하대욱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동래고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35분에는 중대부고 가성현의 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기는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장 이성태를 비롯한 동래고 선수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후반 2분 김보언이 골 지역 왼쪽에서 그림 같은 오른발 발리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때부터 동래고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중대부고의 조직력을 무너뜨렸다. 오종철-박상근-오광석으로 이어진 3년생 트리오 수비라인은 더 이상 중대부고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고 간신히 넘어온 볼은 스위퍼로 나선 오정훈이 모조리 걷어냈다. 특히 오정훈은 지능적인 플레이로 중대부고의 흐름을 적절히 끊었다.

동래고는 후반 4분 정우재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발이 빠른 정우재는 최전방의 전재민과 호흡을 맞추며 발걸음이 무뎌진 중대부고의 수비라인을 혼란에 빠트렸다.

계산은 적중했다. 정우재는 연장 전반 8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슛으로 역전골을 뿜어냈다. 정우재는 지난해 부산진중 소속으로 김해중에 밀려 협회장배 중등부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을 말끔히 털어냈다. 그는 "볼이 발끝에 맞는 순간 골로 연결될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후 중대부고는 선수 전원이 하프라인을 넘어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고 동래고 응원단은 손에 땀을 쥐며 종료 휘슬을 기다렸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동래고 동문과 재학생들은 경기장에서 펄쩍펄쩍 뛰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