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어제 밤에  인터넷 매체들로부터 탄핵 뉴스를 접하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금이라도 비행기표를 구해서 서울로 돌아가 집회에 참여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라는 책임감과,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괴감, 좌절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나처럼 외국에 나와 있는 친구들과 전화를 통해 우리의 좌절감에 공감하며, 한국의 친구들, 가족들, 시민들이 우리 대신이라도 합리적인 이성과 올바른 선택을 통해 현재의 탄핵 사태를 규탄하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주기를 소망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정말 이건 좌절감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여기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고작 한국의 친구들에게 전화와 메일을 통해 나 대신이라도 집회에 꼭 참석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건 다른 일부 재외국민들의 태도이다.

그들은 말한다. "외국인들 보기 부끄럽다"고, "영원히 이민가고 싶다"고, "국적을 바꾸고 싶다"고, "애들 국적은 지금 살고 있는 나라로 선택하고 싶다"고.

도대체 무엇이 부끄러운가.

이번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세세한 전말에 대한 지식 없이, 오로지 탄핵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만을 놓고 당신과 당신의 나라를 판단할 시야 좁은 외국인 앞에서 무엇이 부끄러운가.

오히려 당신은 이것은 나라가 민주주의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진통에 불과하며, 우리는 그 진통을 함께 겪고 있는 것이라 확신과 희망에 찬 어조로 설명해주어야 하지 않는가.

한국에 있는 자들은 그들대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들은 우리들대로 1년 동안 미약하게나마 움터왔던 변화의 싹을 지키고 싶다는 열정과 수구세력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냉정한 태도를 아울러 오히려 탄핵 이전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감을, 그들 앞에서 왜 보여주지 못하는가.

국적을 바꾸고 이민을 간들, 그 사회와 나라는 지금 현재 한국의 상황보다 어떤 점에서 나으리라고, 부끄러워할 만한 점이라는 없으리라고 확신하는가.

당신의 그 기회주의적인 태도들, 타자의 시선 앞에 자신감을 잃고 수그러드는 태도들이야말로, 5.6공때는 찌그러져 있다가 이제와서야 날뛰는 기회주의자들, 수구세력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부끄럽다면, 당신의 기회주의자적 마인드, 국적바꾸기와 이민을 생각하는 패배자적 마인드를 부끄러워 하라.

당신이 나고 자란 사회의 진통을 위로하고 돌보질 못할 망정, 그것이 남보기 부끄럽다는 당신의 시선을 부끄러워하라.

부끄러움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 확실히 하자.

부끄러워 해야 할 자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니다. 국민이 아니다.

그것은 저 뻔뻔스러운 범법자들, 불량배들이다.

부끄러워하지 말자.

도약은 고통 없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