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도 중반 사내 oo가톨릭공동체를 결성하면서, 월 1회 사우들을 위한 신부님 초빙 사내 미사 집전까지 계획에 두었으나, 결국 사내 랜망과 게시판을 이용한 신앙 교류에 그치고, 그때까지의 게시글을 출력하여, 3명의 교우 공동 명의로 한 권의 책 비슷하게 출력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IMF환란으로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는데, 하루 전까지 퇴직하는 직원들을 극구 만류하던 제가 사표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의 분위기는 서로가 남기 위해서 누군가가 나가주기를 날마다 빌어야 하는 험난한 상황이었기에, 아무런 대책 없는 제가 무작정 직장을 나온 것입니다. 사십 중반의 가장이. 나와 보니 현실 앞에서 말짱 도로묵이었습니다.
 
1년 반 뒤에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현재 직장에 복직하게 되기까지, 먹고사는 문제로 이리저리 싸늘한 날씨에 발품도 팔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뭐 특별난 게 없는 사람, 그저 기도나 할 뿐이었습니다. 동네 뒷산에 백수가 백수 마누라와 같이 오고가는 길에 묵묵 묵주기도나 마치곤 했습니다. - 제가 당신만 의지하고 무작정 나왔으니, 저의 앞길을 당신께서 책임지셔야 한다는 지향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게 뜻하지 않게 돌아가면서 그저 기적처럼, 지금의 제가 있는 곳으로 보내신 것이지요. 내가 주님과 성모님께 정말 열심히 한 게 딱 하나 있다면, 바로 사내가톨릭공동체의 씨를 뿌린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은총으로 다가온 것임을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고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제 날짜로 동창회 공지사항(소모임 인수하실 분 급히 모심)에 올린 바 대로,
내심 절실하게 주님의 은총을 청하고자 하는 분이 계신다면, 크고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해보십시오. 저는 아무래도 여기서 물러나야겠습니다. 주님과 성모님께서 분명 누군가를 보내주실 것을 믿고 바랍니다.   
 
주님,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2. 2. 29. 첫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