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오일회 
| 제목 | 3-2 산행후기(6/1) - 북한산 |
|---|---|
| 글쓴이 | 동인섭(51) [ disis1404@gmail.com ] |
| 작성일 | 2013-06-12 |
카톡으로 분당/광명에서 출발신고가 하나 둘…들어온다.
송 대장, 다 올라왔소? 그런데, 다시 내려가는 길이 시작된다.
* * * * *
9:30 집결시간인데, 9시 5분 전에 집을 나선다. 인서울 하니,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다.
수유역 3번 출구, 배스킨라빈스
앞에 도착하니. 상준, 규현, 철호, 원용이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
승기, 영우가 도착하고, 시계를 보니 9:27. 다들 매너있는 젠틀맨들이구만~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한신대 입구에 내려, 화계사 경내를 한 바퀴. 대웅전이란 현판이 붙은 고색창연한 건물이, 새로 지은 건물 때문에
유난히 왜소해 보인다. 국제선원도 있는 천년 고찰.
계곡을 따라 길을 접어든다. 9:50
흐르는 물줄기의 중간 중간 괸 물에 까만 올챙이들이 꽤 많다.
지금은 헤엄칠 수 있는 반경 내의 저 작은 웅덩이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흘러 꼬리가 짧아지고 다리가 나서 그 웅덩이 밖으로 기어나올 수 있게 되면,
비로소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겠지. 하지만, 식자우환일 수도…
산새소리, 계곡 물 흐르는 소리.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 도시 속에서 듣기 힘든 소리다.
하지만 날이 더워서인지, 오르막길 오르기가 유난히 힘이 든다. 송 대장만 쌩쌩하다.
가파른 길을 올라 서니, 범골 약수터. 10:50
산에는 왜 노인(?)들만 오르는 것인가…오래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해서 일까.
아니면 멀리 나다닐 수 없어서
근처 산에 모이기 때문일까.
하여튼 평균 연령은 65세일
듯. 우리 네도 머지 않은 나이이지만, 아직은 아닌 듯 싶은
심정이다.
오르막 숲길이 이어지다가, 탁트인 능선, 바위가 있어 잠시 쉬어 가기로~
여기서도 전망이 좋다.
얼마쯤 올라갔을까, 갈림길에서 칼바위 능선이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그럼 그 악명높은 칼바위를 넘어가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송 대장으로부터 사전에 그런 예고는 없었는데…화계사-대동문으로 가는 헐렁한 코스라캤다.
안 그래도 산길이 예사롭지 않다. 칼바위가 도대체 어떤 바우인지...궁금증이 더해진다.
계속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저 멀리 북한산 주능선, 삼각산이 보이고…
그럼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오르락 내리락,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가파른 암벽길이 시작된다. 드디어 칼바위를 만난 것이다. 아마 50-60도는 되지 싶다.
뽀족한 바위 틈새로 네발로 잡고 버티고 힘 주어 올라 설 수 밖에…
여그까지 와서 내려갈 순 없고, 올라갈 수 밖에 도리가 없다…그 끝이 지옥이라 해도.
다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진맥진이다. 야~ 이게 제일 헐렁한 코스냐고? 최상무...올라갈만 하요?
송 대장에게 모두 한 마디씩. 그러나 그는 씨익 웃을 뿐, “헐렁하잖아~이 정도면...” 그뿐이다.
아마도 그는 대신동에 살 때, 눈높이 교재로 공부를 안 해본 것 같다. 수준 좀 맞차 주소.
칼 바위 정상에 올라서니, 주변 풍광은 그만이다. 끝내 준다. 이 기분에 산에 오른다 했거늘…
조금 전에 그리 힘들었던 시간들도, 벌써 아득하다. 망각이란 이래서 좋은 지도, 꼭 기억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지
싶다.
송 대장이 주섬주섬, 북한산 산행지도를 꺼내는데…등산로 별로 채색이 된 얄궂은 것이다.
초록색, 오렌지색, 빨강색
깜장색이 거미줄처럼, 북한산을 휘감는다.
OMG! 칼바위 능선은 빨강색이다.
쪼매 힘든 코스라고…
공식적으로도 힘든 코스라 하는데...송 대장!, 제일 헐렁한 코스라꼬? 입을 꼬매 주삐까?
송대장이 이제사 실토한다. 미리 칼바위를 탄다면, 지레 포기하는 약골들이 더 나올까봐, 칼바우 ‘칼’자도 입도 뻥긋 안 한 기라고…머리
썼네. 어쨌든, 덕분에 좋은 구경했소.
근데, 한 명이 안 보인다.
둘러 보니 건너편 봉우리에 올라서서 우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영우다. 언제 저기까지…
(나중에 마라톤기록을 보니,
2:45분대. 너무 몸을 풀었던지, 아니면 너무
더운 날씨 탓인지.
하지만, 대단합니다, 부럽고요. 그 강철 체력^)
우여곡절 끝에, 대동문에 도착12:18
웬 사람들이 이리 많노…근데 여기는 젊은 총각, 처자들이 바글바글 하네. 단체 산행팀이 많은 듯.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간식을 나누어 요기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
덕분에, 북한산성에 대한 그 간의 오해를 풀었다.
왜 수십만 백성을 동원하여 주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았을까. 6개월여
만에 완성.
동서북에서 한양 궁궐, 도성 쪽으로 넘어오는 오랑캐를 막으려고?
그게 아이고, 실은 난리가 났을 때,
임금이 북한산 내에 지은 행궁으로 피신하게 될 경우, 이를 지키기 위해 주변에 성벽을 쌓고, 군량미 저장창고도 짓고, 보초서는 동장대, 서장대도 지은 거라네요. 백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피신온 왕실/고관대작을 위한 성벽. 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남한산성도 그렇고,
행주산성은?
1:30 계곡 물에 잠시 발을 담그기로 했다. 알탕할 분위기는 아니라서…
근데, 2명이 안 보이네. 앞서
내려간 규현, 철호를 영우가 도로 데불꼬 올라왔다.
2사람 왈...선두 탈환했다며
좋아라 하며 잘 내려가던 중이었다고…좋다 말았네요.
계곡 물이 정말 차다. 10초 이상 발을 담글 수 없을 정도이다. 더위가 싸악 가신다.
아예 물가에 자리펴고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 굳이 멀리 설악산, 지리산 갈 필요가 없지 싶기도 하다.
1:55 다시 내려 갑시다.
그러고 보니, 이 길은 지난 2월 3-2산행 때 지나온 길이네. 태고사, 중성문을 지나 산들애에 도착 3:00 빈대떡, 도토리묵에 막걸리. 무용이 ‘대박’을 추천한다. 자^ 한잔
합시다. 헐렁한 코스 오느라 수고했소~
식당 창 너머로 원효봉, 노적봉이 보인다. 장소 한 번 끝내 준다. 곁들여진 야채는 주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친환경이라는 주인 아줌마의 보충 설명.
갑자기 상준이가, 숫자가 쓰여진 기다랗고 작은 블록 몇 개를 꺼내들더니, 계산기와 시합을 하자네. 덧셈암산 실력이 계산기보다 빠르고, 답도 일치. 주산 1급이라네요. 이런 재주도? 대단허이~
그런데, 무용이 또 일낸다, 오늘. 상준이가 절필했다 하더만, 가창으로 바꾸었나 보다. 주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칸쏘네 “La Novia”를 열창한다. 그렇지, 사랑은 눈물이고 슬픔이라고…노래 잘 하네, 얼굴도 잘 생깄고... 앵콜을 청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얼굴에 취기도 오르고, 배도 풍만해지고, 친구들과의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아쉬움이 없다. 적어도 이 시간만은.
대충 계산해보니, 회비는 인당 만원이면 될 듯. 그야말로
만원이 주는 행복이다. 자투리는 백사장이 계산했다.
4:20 자 일어납시다. 아쉽지만, 다음을 또 기약하세, 친구들.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을 나눈, 영우,
규현, 상준, 철호, 원용, 승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선약이 있음을 회신해준 용국, 용주, 정중, 도훈, 재우에게도
감사하다. 다음 8월에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