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지학(實用之學)




 요즘 교육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수능시험에 핸드폰 부정이 드러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당국은 당국대로, 학부모나 수험생들은 그들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야단인데, 사립학교법 개정까지 겹쳐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문득 수능도, 대입시험도, 과거시험에도 응하지 않고 아버지의 교훈을 받아 학문에만 열중하던 다산의 두 아들이 떠오릅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편지로 계속해서 보냈습니다.

 가장 간곡한 부탁은 열심히 책을 읽으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까지 세세히 가르쳐줍니다. “반드시 먼저 경학(經學:요즘으로 철학)으로 밑바탕을 다진 뒤에 옛날의 역사책을 섭렵하여 정치의 잘함과 못함, 그 근원까지 캐어보고, 또 모름지기 실용의 학문, 실학(實學)에 마음을 기울이고 경국제세(經國濟世)의 글, 즉 나라를 경륜하고 세상을 건질 책을 즐겨 읽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면서 책 읽는 사람의 마음 자세까지 자상하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마음에 항상 만백성에게 혜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만물을 자라게 해야겠다는 뜻을 가진 뒤라야 바야흐로 참다운 독서를 한 군자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갖 사물이 제대로 자라고 온 백성들이 혜택을 입을 독서, 말이 쉽지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독서를 해서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한 사람이 된 뒤라야 더러 안개 낀 아침, 달뜨는 저녁, 짙은 녹음, 가랑비 내리는 날을 당하면 문득 마음에 자극이 와서 한가롭게 생각이 떠올라 그냥 운율이 나오고 저절로 시문(詩文)이 되어질 때, 천지자연의 음향이 소리를 내어 격조 높은 시인이 된다고까지 부연 설명했습니다.

 그러한 독서, 그러한 시인, 그러한 가르침, 그러한 가르침을 받은 아들들, 요즘 세상의 교육 문제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 옛날이 그립기만 합니다.

-   다산연구소 박석무 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