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바둑 모임이 있었다.

예정은 김동호, 이용수, 박판수, 노월영 이렇게 네사람.

앞의 세 사람은 시간 약속을 한 것같고 월영이는 시간 약속을

하지 않았다.

2시가 조금넘어 종로기원에 도착해 보니 동호, 용수가 바둑을

두고 있다. 판수는 안 보인다.

월영이가 한 시간 가까이 바둑을 구경하며 기다리는데

그래도 판수가 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무슨 사정이 있나보다.

오늘 소집책인 동호에게 전화해서 알아 보도록 부탁했다.

그런데 사실은 판수는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점심까지

하고 왔는데 그래도 아무도 오지 않으니까 뿔이나서 집으로

돌아 갔단다.

월영이가 전화하고 용수도 전화 했는데 보통 기분이 상한게

아니다. 동호의 설명이 이어진다.

알고 보니 약속 시간에 착오가 있었다.

판수는 1시로 알고 동호는 1시30분으로 시차가 있다.

동호는 침을 맞고 있었는데 약속시간에 댈려고 부리나케

왔단다. 동호의 변명이다.

 

 

만날 약속을 하면 시간 전에 도착하는게 예의다.

하지만 매번 늦게 도착하는 사람도 있다.

부질없는, 웃기는 우월감애 젖어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나중에 자기가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때가 온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도 있다.

만날 장소에 가는데 빚쟁이를 만나서 고문을 받아봐라.

전화할 틈이 있나.

또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누워 있는데 전화 할 정신이 있나. TV 드라마에서 간혹 본다.

그래서 늦게 온다, 또는 안 온다 해서 덮어놓고 돼먹지

않은 놈이라고 욕만 할게 아니다.

일단 전화로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별 볼일없이 늦게 온다면 그런 사람은 다시 안보면 된다.

판수는 전화하지 않았다.

왜 전화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늦게 오는 사람이 먼저 알려야지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전화해야 되냐고. 할 말없다. 성이 단단히 났다.

아주 정상적인 경우라도 시간 또는 장소의 착오로

못 만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서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큰일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 것이 보통의 생각하는 범위다.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 해 본다.

판수는 어제 종로기원에 없었다.이 건 실제다.

시비선악을 떠나 없었다는 이 사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이 것이 누구의 잘못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이미 이루어진 것은 필연으로 본다.

이 건 하늘이 행한 것이다. 판수는 그 시간에 절대 종로에

있으면 안된다. 하늘이 정한 각본에 없기때문이다.

웬 각본이냐고, 그 시간에 종로에 없었으니까.

세상에 공짜가 있는가, 무료봉사가 있는가. 없다.

공짜 좋아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음식을 먹는 경우를 보자.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니 이 건 분명히 내 것이다.

내가 돈을 내건 남이 내건 그건 별 문제다.

남이 음식값을 지불하면 그 사람은 옛날 빚을 갚는 것이고

빚이 없었다면 절대 안전한 하늘통장에 예금하는 것이다.

하늘 통장은 하느님이 관리하니까 스위스은행보다 몇 백배

안전하다.5천만원 한도로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무한정이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렀으나 인과의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인연과보의 흐름은 절대 정확하다.

하느님이 주재자이기 때문이다.

판수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도 인연과보의 흐름이다.

절대 집에 있어야 한다

왜냐고. 그 시간에 집에 있었으니까.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은 없다. 죽으면 심장마비가 온다.

무어라던 죽음은 하늘이 정한다.

월영이는 후자의 생각에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