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박영권 
| 제목 | 화폭에 새긴 상처… '未完의 광복' 돌아보다 |
|---|---|
| 글쓴이 | 조선일보에서 |
| 작성일 | 2015-07-28 |
[광복 70주년 기념 두 전시]
월북작가 이쾌대 회고전 - 근대 리얼리즘 미술의 巨匠
'북한프로젝트'展 - 北·외국 작가가 본 북한 담아
월북작가 이쾌대 회고전 - 근대 리얼리즘 미술의 巨匠
'북한프로젝트'展 - 北·외국 작가가 본 북한 담아
덕수궁 담장 하나 두고 이웃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야심 찬 기획전을 함께 시작했다. 대표적 국공립 미술관 두 곳이 광복을 들여다보는 예술이란 이름의 현미경은 공교롭게도 남북 분단에 걸쳐 있다. 전자는 월북 작가 이쾌대(李快大·1913~1965)를 통해 광복을 바라보고, 후자는 북한을 통해 미완(未完)의 광복을 다룬다.
◇'이쾌대'로 읽는 광복
◇'이쾌대'로 읽는 광복
<figcaption>1948~1949년 즈음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쾌대의‘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평화로운 농촌을 배경으로 팔레트를 들고 당당하게 선 모습이다. 시선은 단단하고, 붓을 감싼 손끝엔 힘이 느껴진다. 광복 직후 민족의 앞날을 지키겠다는 결의가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figcaption>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선 11월 1일까지 이쾌대의 대규모 회고전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가 열린다. 광복 기념전에 월북 작가를 내세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획자도 좀 망설였으나 기우였다. '이쾌대'란 이름의 예술 앞에 월북이란 족쇄는 무장해제됐다.
이쾌대는 1913년 창원 현감을 지낸 이경옥의 아들로 경북 칠곡에서 태어났다. 넉넉한 환경에서 도쿄 제국미술학교에서 유학했다. 해방이 되자 "피가 용솟음치고 패기 충천하는 감격"이라며 새 조국을 위해 미술의 역할을 고민했다. 그러나 전쟁이 발목을 잡았다. 6·25 때 서울에 남아 있다가 조선미술동맹에 가입해 김일성 초상을 그리는 강제 부역을 했다. 서울 수복 후 국군에 포로로 잡혀 거제 포로수용소에 수감됐고 1953년 남북한 포로 교환 때 북을 택하면서 그의 이름은 지워졌다. 1988년 납·월북 작가 해금 조치 때 이쾌대란 이름이 세상에 다시 나왔다. '한국 근대 리얼리즘 미술의 거장'으로 복권(復權)됐다.
전시에는 '카드 놀이하는 부부'(1930년대),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0년대), '군상-해방고지'(1948) 등 주요작과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직접 그려 만든 '미술해부학' 교재 등 진귀한 아카이브가 마련됐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가로로 물감층이 갈라진 흔적이 보인다. 김예진 학예사는 "남쪽에 남은 부인 유갑봉 여사가 월북 작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언제라도 경찰이 들이닥칠까봐 그림을 캔버스에서 벗겨 내 둘둘 말아 다락방에 숨겨 뒀다"며 "갈라진 흔적은 그때 생긴 것"이라고 했다. 안타까운 우리 근현대사가 새긴 상처다. (02)2022-0600
◇북한으로 되짚어보는 광복
이쾌대는 1913년 창원 현감을 지낸 이경옥의 아들로 경북 칠곡에서 태어났다. 넉넉한 환경에서 도쿄 제국미술학교에서 유학했다. 해방이 되자 "피가 용솟음치고 패기 충천하는 감격"이라며 새 조국을 위해 미술의 역할을 고민했다. 그러나 전쟁이 발목을 잡았다. 6·25 때 서울에 남아 있다가 조선미술동맹에 가입해 김일성 초상을 그리는 강제 부역을 했다. 서울 수복 후 국군에 포로로 잡혀 거제 포로수용소에 수감됐고 1953년 남북한 포로 교환 때 북을 택하면서 그의 이름은 지워졌다. 1988년 납·월북 작가 해금 조치 때 이쾌대란 이름이 세상에 다시 나왔다. '한국 근대 리얼리즘 미술의 거장'으로 복권(復權)됐다.
전시에는 '카드 놀이하는 부부'(1930년대),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0년대), '군상-해방고지'(1948) 등 주요작과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직접 그려 만든 '미술해부학' 교재 등 진귀한 아카이브가 마련됐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가로로 물감층이 갈라진 흔적이 보인다. 김예진 학예사는 "남쪽에 남은 부인 유갑봉 여사가 월북 작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언제라도 경찰이 들이닥칠까봐 그림을 캔버스에서 벗겨 내 둘둘 말아 다락방에 숨겨 뒀다"며 "갈라진 흔적은 그때 생긴 것"이라고 했다. 안타까운 우리 근현대사가 새긴 상처다. (02)2022-0600
◇북한으로 되짚어보는 광복
광복은 곧 민족 분단의 시작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광복 70주년 기념전 '북한프로젝트'(9월 29일까지)는 이 시각에서 출발한다. 전시의 부제가 '미완의 광복'인 이유다. 북한, 한국, 외국 작가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작품을 보여준다.
우선 북한이 보는 북한이다. 만수대창작사(북한의 대표적 미술 창작단체) 등에서 북한 작가들이 그린 유화를 모은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 체제 선전 목적이 짙은 북한 포스터를 모은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 등이 나온다. 외국이 보는 북한은 사진가 에도 하트먼(네덜란드), 닉 댄지거(영국), 왕궈펑(중국)의 작품으로 보인다. 이들 '분단 관찰자'의 렌즈는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를 벗어나 북한의 일상을 향한다.
가장 공감되는 건 역시 분단을 직접 마주한 한국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 이용백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거대한 깃털 아래 'B-2 스텔라' 폭격기 모양으로 흙을 펼쳐 뒀다. 작품명 '우리에게 희망은 언제나 넘쳐나'. 전쟁 위험이 상존하는 우리의 위태로운 평화를 보여준다. (02)2124-8868
우선 북한이 보는 북한이다. 만수대창작사(북한의 대표적 미술 창작단체) 등에서 북한 작가들이 그린 유화를 모은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 체제 선전 목적이 짙은 북한 포스터를 모은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 등이 나온다. 외국이 보는 북한은 사진가 에도 하트먼(네덜란드), 닉 댄지거(영국), 왕궈펑(중국)의 작품으로 보인다. 이들 '분단 관찰자'의 렌즈는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를 벗어나 북한의 일상을 향한다.
가장 공감되는 건 역시 분단을 직접 마주한 한국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 이용백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거대한 깃털 아래 'B-2 스텔라' 폭격기 모양으로 흙을 펼쳐 뒀다. 작품명 '우리에게 희망은 언제나 넘쳐나'. 전쟁 위험이 상존하는 우리의 위태로운 평화를 보여준다. (02)2124-88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