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몃년전 미국의 시카고 쪽으로 출장을 갔었습니다. 차가 필요해서 포드자동차의 3000cc급 중형승용차를 렌트 해서 타고 다니다가 그만 펑크가 났습니다. 야간에 좌회전을 하려고 정지 했다가 목적지가 한 블록 다음 인것 같아서 좌회전을 하지 않고 푸른 신호를 받고 직진을 했지요.

그런데 아뿔사..저의 차는 그만 계단식 중앙분리대를 타고 올라 갔습니다. 그곳은 중앙선이 우리처럼 노란줄로 그어져 있지 않고, 15센티 정도 높이에 폭이 1미터 정도의 시멘트 계단처럼 만들어져 있었는데, 야간에 잘 보이지 않아서 그냥 직진하다가 그만, 왼쪽 앞 뒤 바뀌가 그 계단을 타고 올라가 버린것입니다.

순간 너무 당황했지만, 다음 블록 까지 기우뚱 한채로(영화의 한장면 처럼 왼쪽 바퀴가 들려서) 한참을 지나간 후에야 다시 도로위로 내려 올 수 있었죠. 지나가던 다른 차들이 이 광경을 보고 창문을 열고 웃어 대고 경적을 울리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놀란 가슴을 추스리고 옆으로 차를 세우고 내려서 보니, 앞 타이어가 충격으로 펑크가 났습니다.

그래서 트렁크를 열고 스패어 타이어를 꺼내서 앞바퀴 옆에 세워놓았는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뿔싸 스패어 타이어가 정상타이어 보다 훨씬 작은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차는 그랜저인데, 보조타이어는 티코 바퀴인 셈이었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국땅에서 펑크가 난것도 황당한데, 거기에 타이어 까지 작으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저는 렌트카 회사에 전화해서 말도 잘 안통했지만 항의를 했습니다. 중형차 트렁크에 소형차 보조타이어를 넣어두면 어떡하냐고 불평을 했죠. 어쨋든 거기있는 타이어 갈아 끼우고 내일 회사에 와서 차를 바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날 오후 일정을 포기하고 작은 바퀴를 갈아 끼운채 숙소로 돌아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렌트카 회사에 가서 알아보니, 원래 보조타이어는 크기가 작다고 하더군요. 이유인즉, 보조타이어가 정상타이어와 동일할 경우에는 운전자들이 펑크가 나도 보조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다시 먼길을 주행하다가 만약 또 펑크가 나게 되면, 그땐 보조타이어도 없기 때문에 땅덩어리 넓은 미국에선 크게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부로 보조타이어를 작게 해 놓으면, 그 작은 보조타이어로는  멀리 갈수 없기 때문에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정상  타이어로 수리 한 후 다시 먼길을 떠나게 하기 위해서 라는 군요.

저를 당황하게 했던, 그 작은 보조타이어는 운전자의 안전을 배려한 조치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