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트랙킹 여행기 2

 

 

 

 아! 코로라도 강이여!

영화속에서나 보다가 오늘 너의 가슴에 직접 안겨보니 마치 꿈을 꾸는것

같구나. 수만리 타국에서 온 한 길손이 오늘 너의 체온을 직접 느끼며 너와

더불어 찰라지만 만남의 인연을 맺고 가노라!

 

 코로라도 강물은 차거웠다.

급류타기를 하는 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손을 흔들어주니 그들도 화답을 한다

구비구비 돌아나오는 흐름이 급류를 이루면서 흐르고 있다.

우리들은 대피소가 있는 코로라도 강가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시간이 벌써

오후 3시였다.

우리 서조는 점심을 식빵으로 준비했기에 버너 코펠의 무게를 줄일수 있어서

다행이였다.

 River Resthouse 앞에서 거의 한시간 반을 쉬면서 즐겼다.

다람쥐들이 나타나서 우리들에게 직접 과자를 받아 먹는다. 여기 동물들은

모두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있었다.

 

 나는 이때부터 걱정이 앞섰다. 여기서 고도 1300을 올라가야 하는데 과연

이 초심자들이 무리없이 올라갈수 있을가? 한국에서도 등산이 힘들게 한다고

해도 한라산도 기껏 1000미터 정도고 지리산도 1000미터를 넘지는 않는다.

가장 힘든 곳이 청옥 두타산인데 거기도 1200이다. 청옥산을 올라본 사람들

은 청옥 두타가 얼마나 힘든 산인지 아마 잘 알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1300을 올라야 한다. 더욱이 이미 지쳐버렸고 거기다가 점심까지 먹었으니..

오직 믿는다면 정신력 밖에 없다.

가만 보니 다들 우리들이 얼마나 깊이 내려 와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건 별로

염두에 두는것 같지도 않았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을런지도 모른다. 아는게 병이지....

 

 4시 반에 코로라도 강을 출발해서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랜드케년의

산길을 오르면서 이 미국인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는지 실감할수

있었다.

길의 경사도가 사람의 힘에 가장 적당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말이

다닐수 있는 경사도라는 것도 고려했겠지만 어쨋든 우리나라의 등산로 처름

급경사로 만들어져 있지는 않고 길을 따라 걸으면 그렇게 지치지않게 만들

어져 있다. 가끔 성질급한 우리들이 가로질러와서 그렇지...

인디언 가든에 도착한게 오후 6시, 여기서 15분을 쉬면서 사슴과 놀았다.

아마 다들 저 사슴고기가 생각났으리라. 우리는 언제나 지리산에서 사슴과

더불어 같이 노니는 시절이 올런지?

 

 고도계가 1700을 너머서니 몇몇은 이미 지친 모습이다.악으로 버티는것

같다.

마침 어느 할아버지 한분이 양손에 물병 하나씩을 들고 우리들을 비웃

는듯이 뛰어 올라 오고 있었다. 깡마르기는 나보다 더하다. 저렇게 마른

사람이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

길 양옆에 앉은 우리들이 박수를 쳐 주니 그는 더욱 신바람이 나는지 물병든

손을 흔들며 웃으며 답을 한다. 여기서 느낀 일이지만 등산길에 만난 사람

들의 표정이 다들 티없이 밝다. Hi!, Hello, 로 답하는 그들의 모습은 조금도

꾸밈이 없어보인다.

 

 고도 1800정도에서 날은 어두워져서 해드런턴을 켜고 올라왔다.그

랜드케년의 그 웅장한 경치에 초생달이 걸려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금방이라도 저 경치에 걸맞는 웅장한 음악이 들려올것만 같은 느낌이다.

 

 내가 올라 온 시간이 9시 40분 경이였다. 후미가 다 올라 올때까지는 거의

40분이 더 걸렸으리라. 땀에 흠뻑 젖은 몸이라 버스가 올때까지 한참을 떨어

야 했다.

표고가 높고 밤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몹씨 쌀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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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번 여행에서 미국이 가장 자랑하는 그랜드케년을 발로서 체험하고

왔다.

그랜드케년은 웅장한 멋이있다. 무언가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이였다.

그러나 설악산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그랜드케년에는 없었다.

미국인들이 과연 우리 설악산을 찾았을때 어떤 느낌을 받을가? 분명 그들도

원더풀 소리를 지르리라.

우리들은 우리를 너무 모른다. 우리들은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답게 수많

은 문화재와 아름다운 산하를 가지고있다. 석굴암 불국사는 물론이지만 서산

마애불의 미소를 한번 보라. 백제 조각의 극치를 이루는 그 마애불의 미소는

능히 모나리자를 무색케 한다. 고려의 수월관음도 같은 그림은 우리의 선조가

얼마나 예술적 감각을 가진 민족인지 보여준다. 그러나 그런걸 아직 남에게

보여줄 자세가 되어있지않다.

 관광자원은 무진장 하지만 사람이 문제다.

과연 우리들이 우리의 장점이 무언지 과연 인식하고 있는지?

 

 짧은 여행기간에서도 나는 이 미국인들의 일등국민적 모습을 많이 보았다.

법과 질서를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며 남에게 절대로 피해를 안주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고 많은 느낌을 받고왔다.

그러나 자연은 반드시 미국이 좋다는 생각은 없다. 미국은 미국나름데로의

아름다움이 있고 우리는 우리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와 미국을

비교해서 더 좋다는 우를 범하지 말자.

 

 知彼知己면 必勝이다.

 

              서기 1997년 6월 18일

 

 

                                   김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