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가 가까운 시간에 정령치를 출발 - 느낌엔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곧바로 찻길을 건너 오르막 산길로 접어 들었으나 30분도 못 올라 벌써 힘이든다. 중간 중간 많이 쉬긴 하였지만 산행 10시간을 넘기고 있었으니 이해가 간다.

3시에 성삼재가 내려다 보이는 만복대에 도착하였다.

만복대(1433.4m) - 처음으로 사진에 등장한 멋진 찍사며 산꾼인 박길섭동기

좌로- 정석민동기,박길섭,김정걸(43)선배님,신경조(40)선배님

이제 성삼재까지 6km 금방이라도 뛰어 내려 갈 것 같은데 큰,작은고리봉이 가로 막는다

그래도 목적지가 가깝게 보이면 마음도 훨씬 나은 법이다. 비록 생각보단 빨리 그 곳에 다다르지 못해 안타깝지만

4시 40분 드디어 성삼재 주차장앞 도로로 내려 섰다
 
 

성삼재휴게소에서 합류하기로한 강철희(40)선배님 부부와 나의 집사람이 늦어져 우린 성삼재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정말 파만 좀 들어간 파전에 막걸리 한잔 그래도 너무 맛있다.

원래 삼천포 앞바다 섬에 있는 회사연수원에서 교육을 마친 정용섭동기(MS GAS 상무)가 갖 잡은 싱싱한 회를 공수 하기로 해서 우린 얼마나 큰 기대감으로 어려운 산행을 참아 왔는데 갑작스러운 일정변경으로 못온다니 정말 전신에 힘이 다빠지며 그냥 바로 삼천포로 우리가 가자는 의견도 나오고 혼란스럽다.

역시 신경조선배님 정확한 방향을 잡으셔서 사공 많은 배를 다시 산으로 올려(?) 놓으셨다

성삼재에서 6시가 되어서야 합류한 일행은 노고단 산장으로 오르다 중간의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코재 정상의 전망대에서 한 컷

난 18년전 처음 지리산 노고단에서 아내와 함께한 석양을 잊을 수 없어 늘상 마음속에 담고있었는데 요즈음 지리산종주 산행계획상 노고단에서 노을을 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 날 멋진 석양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것 만으로도 난 이번 산행에 의미를 부여했다.

정용섭동기에게 일격을 당한 우리는 급히 구례에서 차로 성삼재로 오시는 강철희선배님께 구원 요청 최고급 삼겹살에 상추,깻잎,오이,마늘에 최고급 복분자주 5병에 맥주 큰 것으로

10캔까지 참으로 산에서 누리기 어려운 호사를 누렸으며 이웃 잘 만난 덕으로 옆의 몇 팀들도 삼겹살에 즐거운 산상파티를 즐겼다.

9시에 전체 소등에 들어 가는 산장의 규칙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산에선 그러한 규칙들이 고마울 때가 더 많다.

모두가 취침하고 아내와 난 조용한 산장의 밤을 한참이나 더 즐기다 잠들었다.

다음날 6시 기상해서 보니 주변의 다른 팀들이 제법 떠나고 없다.

아마도 밤새 치룬 강철희교수님의 탱크전쟁에 다들 피난 간 것이리라

누룽지에 콩잎 장아찌로 아침을 떼우고 7시 20분 출발 휴식년제가 적용중인 노고단 정상 밑의 비스므리한 노고단 앞에서 사진 찍고 멀리 무등산,덕유산,가야산,남해 금산까지 볼 수 있는 행운에 감사드리며 능선길로 출발

9시 임걸령을 지나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거쳐 가기로 한다

아침에 분명히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다시 신호가 온다. 할 수 없이 옆으로 빠져 자릴 잡고 앉아 나뭇가지를 잡고 일을 보는데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가 반질반질 하다. 역시 명당은 다 알아 본다니깐. 헌데 명당이 아닌지 일을 보고난 후론 도저히 힘을 쓰기가 어렵다.

크게 나뉜다는 얘긴 들었지만 이렇게 까진 처음이다. 일을 보고나면 컨디션이 매우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경우 ,몇 안되는 후자에 걸린 난 이후 반야봉,뱀사골산장까지 매우 힘이 들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그 氣로 따진다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반야봉(1732m)

10시가 지나 삼도봉쪽으로 하산 11시쯤 전라남북도와 경상북도가 만나는 삼도봉에 도착하였다. 뭐 새삼스럽지만 잠깐 우리민족의 화합을 빌어 보았다.

삼도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속세의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오직 능선과계곡만이 굽이 굽이 이어진 지리산의 풍경에 다들 마냥 즐겁다

삼도봉에서 거시기도 좀 하고 학실히도 좀 하고 이제부턴 하산길이다

12시 30분 뱀사골산장에 도착한 우리는 배낭을 비울 요량으로 라면에 소주,맥주 이것 저 것

파티를 즐겼다.

이젠 정말 내려 가는 길 뿐이라 생각하니 맘이 편하였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 사진인데 - 혹 다른 사람에게 부탁 받으면 좀 신경 써서 찍어 줍시다

1시30분경 뱀사골산장을 출발한 우리는 애고애고~ 바로 바윗길을 계속해서 내려오느라 풀어 놓았던 신경을 다시 바짝 조을 수 밖에 없었다.

하산 길 9km는 생각 보단 힘든 길이 되었다.

하지만 산장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아부터 이어지는 깊은 계곡의 맑은 물과 경쾌한 소리는 그나마 어려운 하산길을 이겨 낼 수 있거나 아니 즐겁게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