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박영권 
| 제목 | 이승만 대통령의 낚시 |
|---|---|
| 글쓴이 | 용산망월회홍보팀 |
| 작성일 | 2014-07-18 |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경복궁 하향정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사진 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사진출처: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115180
사진출처: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115180
조선시대가 끝나고
암흑의 일제강점기를 지나서
나라를 되찾은 시점에
또 한 사람의 가객(歌客)이 있습니다.
우남 이승만(雩南 李承晩 1875~1965).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인 그는
황해도 평산 출신으로 상해 임시정부의 주역이었던 한편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오랜 기간 우리나라 독립의 당위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습니다.
건국 이후 대통령이 되기까지
대통령이 된 이후 한국전쟁을 겪고 ‘독재자’의 낙인이 찍힌 채
머나먼 이국땅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과정은
여러분도 잘 알고 게실 것입니다.
그는 낚시를 좋아해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습니다.
우남은 여름휴가때 진해 대통령 별장에서 낚시를 즐기곤 했습니다.
주위의 아부하는 사람들이 잠수부를 시켜
낚시 바늘에 고기를 꿰어 주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이와 비슷한 얘기는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얘기에서도 전해옵니다.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나일강에 배를 띄우고 연회를 하던 중
클레오파트라가 낚시를 하는 안토니우스의 바늘에
고기를 끼워주도록 했다는 얘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 대통령 뿐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낚시를 즐겼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바닷가 마을 출신이지만
낚시를 깊이 마음에 새기지는 못했던 듯 합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서민 이미지를 더하기 위함인지
낚시하는 장면을 찍어 언론사에 돌렸습니다.
그런데 낚싯대 손잡이 위에 달린 릴의 위치가 이상했습니다.
하필이면 스피닝 릴을 위로 향한 채
낚시하고 있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된 것입니다.
주요 신문에 다 실린 이 사진은
의도와는 달리 그가 낚시를 잘 모르는
멸치선단 선주의 아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그는 또
선거유세 중 대청호 어딘가에서
쏘가리 매운탕을 먹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날은 쏘가리 금어기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금어기에는 잡지도, 팔지도, 먹지도 못한다는 법을 어기고
그것을 만천하에 공개했으니
아마도 낚싯꾼 표가 몇 천은 떨어졌을 겁니다.
다시 이승만 대통령으로 돌아오도록 하지요,
팔당에 사는 노인들 이야기에 의하면
한 겨울 잉어 얼음낚시 철이 되면 ‘영감님’이 가끔 오셨다고 합니다.
후일 실정을 거듭해 4.19를 계기로 하야한 후 미국으로 망명,
하와이에서 병사한 우남에 대한 평가는 다양합니다.
건국의 아버지,.... 따라 다양합니다.
부정축재설?도 있었지만 남긴 재산은 없었습니다.
그가 죽었을 때 입고 있던 내복조차 기운 것이었다는 얘기도 남아 있습니다.
후일 프란체스카 여사가 쓴 회고록에도
대통령이던 시절 경무대의 살림이
극도로 정갈한 것이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시에 능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3편의 낚시 시가 남아 있습니다.
釣歸(낚시를 다녀오며)
버들가지 두어 자 꺾어
꿰어 물고기가 마치 나뭇잎과 같아.
물고기가 큰지 작은지 묻지 마오.
내 뜻이 그저 낚는 데 있지 물고기에는 없으니.
折得柳條數尺餘 穿魚如葉葉如魚
魚兒巨細何須問 志父在魚只在魚
물고기를 잡아 버들가지에 꿰어 든 낚시꾼이 말합니다.
‘뜻이 그저 낚는 데 있지 물고기에는 없다’고 합니다.
고기를 살려준 것이 아니라 들고 오면서
물고기에 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우남이 즐겨 휘호한 글 중에
‘남쪽을 도모하는 듯하되 뜻은 북쪽에 있다(圖南意在北)’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만큼 노회한 정치가였다는 점을 볼 때
물고기에 뜻이 없다는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자기의 고상함을 나타내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하겠습니다.
또 한 편을 보시지요.
釣魚(낚시)
봄이 무르익은 무릉원은 지척간
복사꽃 피어 흐르는 물은 별천지로세.
屈三閭 노닐던 물가에는 구름만 가득하고
한나라 엄자가 낚시하던 곳은 향기롭다.
다만 물고기와 노닐던 옛 물가에는
갈매기 해오라기의 중원에 꿈은 알지 못하겠네.
창랑곡 한 노래 부르며 낚시를 거두어
짙은 녹음 버들 푸른 마을로 돌아가네.
春滿武陵咫尺園 桃花流水別乾坤
楚雲澤畔三閭遠 漢月磯頭七里香
只與魚鰕遊舊渚 不敎鷗鷺夢中原
滄浪一曲收絲去 芳草靑煙柳外村
억울하게 몰려 강물에 투신한 초나라 충신 굴원,
그리고 부귀를 버리고 낚시로 일생을 보낸 후한 광무제의 친구 엄자를
스스로와 비교하는 구절을 볼 수 있습니다.
창랑곡을 부르며 낚시를 거두었다고 하지만
중원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가 남아 있기는 하되 언제 쓴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
시에 숨겨진 마음을 읽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짐작컨대 광복 이후 건국 이전 시기의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큰 뜻을 품고 있을 때 쓴 것이 아닌가 합니다.
漁夫(어부)
세상 모든 일 끝내고
낚시터에 돌아 와 고기를 낚네.
종적은 강호에 거칠 것 없고
성근 비 연기에 유유한 생활.
갈매기 해오라기 같이 찾자던 약속
수운 간에 정처가 없네.
찬 서리에 단풍은 다 지고
저물어 억새밭에 첫 이슬 내릴 때
노래가 끝나니 물결은 자고
꿈을 깨니 저녁 물든다.
칠리와 엄자가 스승이라면
굴삼려는 내 친구일세.
하루가 낚싯대 끝에 지고
바람에 조각배는 제 맘대로.
흥망이야 웃어넘기고
궁하고 잘 됨이야 운명에 맡기네.
명리는 있을 수 있는 것
부귀도 헛된 것이지.
도롱이가 비단옷보다 낫고
거룻배 타고 수레를 잊었노라.
이 노래 부르는 것은
응당 고기에 뜻 둠은 아닐레라.
人間萬事餘 歸釣舊磯魚
蹤迹江湖闊 生涯煙雨疎
一樽山影碧 孤棹月光虛
鷗鷺同尋約 水雲無定居
寒楓霜落後 晩荻露凉初
曲罷滄浪靜 夢醒暮汋噓
可師嚴七里 與子屈三閭
白日竿頭盡 斜風葦所如
興亡付笑指 窮達任居諸
名利尋常事 嗟乎富貴墟
衣蓑猶勝錦 駕艇欲忘車
疑乃聲中趣 也應不在漁
이 시에선 은퇴한 어부의 생활을 읊고 있습니다.
엄자와 굴원에 스스로를 비교하며
인생사 흥망, 명리, 부귀를 모두 잊었노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 시 역시 우남이 대통령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으며 읊은
....
아시다시피 우남은 큰일을 끝내고 초야로 돌아가기보다
...
그러나 시 자체로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일기 같은 글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을 전제로 쓴 글은 어떻게 다릅니까.
글을 쓰기 전에
낚시터에 앉아 있을 때의 마음과 글은 얼마나 다릅니까.
조선시대 선비들의 시와 우남의 시는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그 차이를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