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추억 ⑭ 안녕, R관

  70년대 R관. 시골에서 올라온 수험생이 처음 본 R관 수세식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물을 어떻게 내리는지 몰라 당황해 하다가 서강대 입시에서 떨어졌다던 그 당시 최고의 하이테크 건물. 이제 새로운 R관이 탄생된다고 한다.
  하지만 헐리기 일보직전의 R관을 볼 때 짠한 생각도 든다. 새로운 건물을 R관이라 생각하고 다닐 학생들.
  예전의 R관에서 생활하셨던 교수님들과 동문들. 서로 다른 저마다의 R관에 대한 추억과 풍경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그나저나 70년대 입시에 떨어진 선배님(?)이 될 뻔 한 그분의 소식이 갑자기 궁금해진다.새로운 R관이 지어졌다는 소식을 들으시면 어떻게 생각 하실지? 괜한 생각에 배가 슬슬 아파온다.

글·그림_ 이기진 (80.물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