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日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에 들렀다가 들은 얘기다.

40대 회사원이 8月 初 한 再건축아파트 18평형을 5億2000만원에
사들였다. 지은 지 20年 된 낡은 아파트를 坪當 2889만원에
살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간단한 계산이다. 집값이 올라 주면 된다.

그는 전세 9000만원을 끼고 융자를 3億원 냈다.
25年 동안 모은 재산을 털어 나머지 1億3000만원을 가까스로 맞췄다.

평범한 회사원의 全 재산을 단숨에 흡인한 그 아파트는 그 뒤
'9·5대책', '10·29대책'의 격랑에 휩쓸렸다. 결국 12月 初
4億2000만원에 그 집을 도로 내놓으면서 그는 눈물을 보였다.
넉 달도 안 돼 1億원을 날린 것이다. 팔릴 때까지 3000만원만
더 떨어진다면,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 보증금 8000만원을 제외한
全 재산을 날리게 된다.

"바로 저 집이오."
문제의 아파트를 가리키며 중개업자가 말했다.

"지금 이런 얘기를 들으면 다들 손가락질하지. 참으로 어리석다고.
하지만 그땐 다들 그랬어. 그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좀더 과감했던
거지. 망설이던 사람들은 이제 살아남아 손가락질을 하는 거고…."

지난해 12月 그 아파트 값은 3億2000만원이었다. 올 8月 初까지
8개월 만에 2億원이 뛴 것. 투자계획으로 치면 그는 욕심이 적은
편이었단다. '1億원만 먹겠다'고 했으니까.

그렇다면 뭐가 잘못된 것인가?

이 바닥에서 24年째라는 중개업자는 '부양'과 '대책'을 오락가락하는
군사작전식 부동산 정책을 나무랐다.

"(지난해 5月 부활된) 無주택 우선 청약제도라도 계속 유지됐다면,
그 사람이 설마 20번 넘게 청약에 떨어졌겠소?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도 얻었으면, 내가 보기에, 그런 일
벌일 사람은 아니오."

중개업자가 내민 매물장에 '공가' 라고 표시된 게 9가구였다.
공가(空家)란 지방 전근 같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세 또는 매물로
나왔으나 나가지 않은 빈 집을 말한다. 2500餘가구의 그 아파트
단지에 이런 빈 집이 50餘 가구나 된다고 한다.


동아일보 이철용 記者 lcy@donga.com (200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