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정헌택 
| 제목 | 광화문 등지고 떠난 가을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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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종영(46) [ ginsenopia@hotmail.com ] |
| 작성일 | 2016-11-15 |
그냥 있기 억울할 정도로 화창한 토요일인지라 고속도로 곳곳
상하행선이 모두 붐볐는데, 상행선의 경우 정체가 유난히 심한
것 같았습니다. 차량 대부분이 관광버스로, 광화문 집회참석차
지방서 올라오는 버스들이라고 합니다.
문득 50년전 사직동 경사진 들판서 경찰곤봉 피하려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발을 헛디뎌 분뇨 구덩이에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
났습니다. 그날은 산림보호를 위해 단체로 송충이 구제작업도
하고, 한편으론 시국을 바로잡는 명분에 의연히 들고 일어났던
참으로 정의로운 날이었지요. 그 때 우리는 그렇게 궐기했건만,
시대 잘 타고난 요즘사람들은 말이 집회참석이지, 실상은 편안한
관광버스에다 음식까지 제공 받아가며, 도심단풍이 절정인 수도
서울로 님도 보고 뽕도 따러 오는 건 아닌지.
여하튼 뭇인간들이 광화문에 모여들 때, 우리는 그 광화문 등지고
내소사 선운사 돌며, 국태민안을 빌었으니, 송충이 잡으면서 들고
일어났던 그날의 애국심 못지 않게, 나이에 맞는 애국을 한셈이지요.
부산동기회 서울동기회 양쪽 집행부 여러분의 노고가 컸습니다.
또한 여행내내 소중한 순간들을 붙잡아 담아내느라 애쓴 사진봉사
동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남도 가을풍광을 마음껏 즐긴
것만도 고마운데, 정우 동기님이 준비한 젓갈선물과 용배 동기님이
준비한 등산양말선물은 금상첨화였습니다. 이러려고 내가 여태껏
살았나 하는 자긍감마저 들었답니다. 내년에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