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정헌택 
| 제목 | 추풍낙엽의 계절 |
|---|---|
| 글쓴이 | 정종영(46) [ ginsenopia@hotmail.com ] |
| 작성일 | 2016-10-11 |
떨어지는 꽃닢은 열매라도 남기지만, 떨어지는 가을잎새는 황혼의 나그네로
하여금 동병상련의 정를 느끼게 하는 계절입니다.
이맘때 쯤 노벨수상자를 발표하고, 금년에도 노벨 문학상 발표만 남았는데,
고은 시인도 후보 중 6위에 올라 있다니 기대가 됩니다.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노벨상이건만, 이 또한 개똥 보듯한 이들이 적지 않았으며, 실존주의
작가 장 폴 사르트르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답니다. 그는 알베르 까뮈와 당시
쌍벽을 이뤘는 데, 까뮈에게 노벨문학상을 먼저 안겨주었지요. 다음 번 상은
사르트르에게 돌아갔지만, 자신이 까뮈보다 늦게 인정받은 데 대해 서운함이
많았고, 노벨상 따위가 감히 내 평판을 가름할 수 없다 하여 수상을 거절
하였지요. 폼도 좋은 시절에 잡게 해 줘야지, 맥빠진 끝물에 시켜 주고, 김빠진
끝물에 하라고 하면 열받나 봅니다.
영원이란 신이 내린 시간이고, 그 영원 속에서 순간을 잡는 것이 목숨이라고
하던데, 엊그제 임진강변의 무릉도원 가을숲속에서 평상에 둘러앉아 비몽사몽
보낸 시간이야말로 영원과 순간이 교차한 느낌이었지요.
이미 사라져 추억 속 물고기라 여겼건만,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양, 한통 가득
잡은 미꾸라지 하며, 솥두껑 들면 물씬 풍기던, 엄마가 끓인 그 추어탕을, 영원의
시간 속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웠겠지요. 천국이 따로 없다 감탄한 사람도 있었고,
꿈만 같은 순간이 내내 아쉬워 내년 이맘때 이 자리에 또 모이자 했지만, 누군가
왈; 나는 내년 이맘 때까지 살아 있을지 모른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