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정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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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종영(46) [ ginsenopia@hotmail.com ] |
| 작성일 | 2016-05-17 |
전 총무, 엊그제 데려갔던 가리산 인근 어느 골짜기는 20여년 전 자네가
누볐던 곳이라 예전 물좋던 그 시절 생각하고 찾아갔겠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겠지.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잖아.
그런데 이 현실이란 것도 말이야, 있는 그대로 현실이 아니라는구나.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져 본 결과물을 그냥 현실로 간주하지만, 물리학자
스티븐호킹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네. 즉, 인체 5감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가
전기적 화학적 작용기전에 의해 뇌로 전달되면 우리 뇌가 이를 재해석하고,
이 결과물을 우리는 현실로 안다는 것이야. 실체적인 우주, 즉 본연의 현실
세계는 따로 존재하건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감지할 수는 없고, 우리 뇌가
재해석한 가상의 현실을 우리는 진짜 현실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지.
따라서 독립적인 현실은 하나이건만 이를 각기 해석하는 가상현실은 지구상
두뇌 숫자만큼이나 많이 존재한다는구나. 따라서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은
어차피 가상현실이므로 사람들은 굳이 현실이니 가상현실이니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
길게 늘어놨지만 요지는 엊그제 자네는 그 골짜기에서 별로였을지 몰라도
화창한 5월에 펼쳐진 한편의 가상현실은 감동이었다네. 두발 짐승이 어딘들
못가랴마는 우리가 들렀던 그 골짜기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서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네.
또 한가지, 막걸리 2병, 대자 소수 2병, 보온병, 도시락 2개. 찹쌀떡 한봉다리,
반찬통 3개, 물병, 과자봉지들. 한뭉치 나물주머니 등등 족히 20kg 배낭 매고
산비탈 등성이 뛰어다니는 자네 모습에 아연실색. 무릎만 아니면 뜨거운물은
커피 즐기는 내가 가져왔어야 했는데, 미안.
산에서 짭조름한 조개맛은 더러 보곤 한다만, 오동통하고 큼지막한 피조개맛은
일품이었음. 무겁게 매고 온 수고에 거듭 감사. 그리고 회장님이 가까운 곳서
해당화(해가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뒷풀이 배려하여 또한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