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도피가 아니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버리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고, 



버린 후에 되돌아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것은 없다.



오직 버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매일 걸어야하는 사람에게는 배낭하나도 무거운 짐이다. 



무엇을 더 담아 올 수 있겠는가?



 +++ 구본형이 쓴 떠남과 만남중에서 +++






여행이라는 것이 무엇을 얻기 위한 떠남이 아니라

마음을 욕심을 집착을 버리고 비우고 잊고

오는 것이라는 것이 일면 공감이 가는 얘기죠

특히 산을 오르다보면 평소보다 조금만

더 배낭에 물건을 챙겨 넣어도 나중에는 천근 만근

무거워 오르기 힘들어지는게 사실입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욕심 하나  담아 산에 비워두고

대신 맑은 공기 하나 채워 오는 것 그거겠죠



그러고 보면 돌아 갈곳이 있다는 것도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객지에 지치면 고향으로 

낯선 사람에게 지치면 그리운 벗들이 있는 이곳으로...



자! 오늘도 돌아오기 위해  비우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사천 다솔사 






다솔사는 봉명산에 자리하며 북으로는 지리산이  자리잡고 있고 

남으로는 겨울에 물빛이 더 아름다운 삼천포 항과 남해를 만난다 

서쪽으로는 전라도 땅과 인접해 있어 오늘은 사천 다솔사를 기점으로 

청학동 삼성궁을 둘러 하동 칠불사와 구례 남원을 거쳐 

함양 벽송사와 서암 거창 고견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남해고속도로 곤양IC를 빠져나와 곤명방향 으로 가면 

다솔사 이정표가 나오며, 여기에서  좌회전 하면된다 

절입구에는 계곡수를 담은 저수지와 넓은 주차장이 있으며 

계곡의 편편한 지대에는 소나무의 집단지로서 거목의 적송이 하늘높이 

밀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간간히 전나무 군사을 이루고 있다. 

사찰입구에서부터 울창한 수목이 쭉쭉 뻣어 그 기상을 자랑하며

절 입구로 들어서면 봉명산이 우뚝 높이 힘차게 서 있고, 

주변으 산맥이 두팔을 넓게 벌리듯 사찰을 품고 있다. 

새벽에 도착하여 7시에 산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서야 붉은 해가 소나무사이로 활활 타오르며 

뒤늦은 아침을 알리고 있었다 





만적이 머리위에 화관같이 씌워진 향로에서는 점점 더 많은 연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오랜 동안의 정진으로 말미암아 거의 화석이 

되어가고 있는 만적의 육신이지만, 불기운이 그의 숨골(정수리)을 

뚫었을 때에는 저절로 몸이 움칠해 졌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눈에 보이지 않게 그의 고개와 등, 가슴이 조금씩 앞으로 

숙여져 갔다. 들기름에 절은 만적의 육신이 연기로 화하여 나가는 시간은 길었다. 

그러나 그 앞에 선 오백의 대중(승려)는 아무도 쉬지 않고 아미타불을 불렀다.





김동리의 단편소설 '등신불'에 나오는 만적의 소신공양을 묘사한 대목이다

김동리는 다솔사 요사체에 앉아 봉명산을 불태우는 해돋이를 보며

만적의 소신공양 장면에 대한 영감을 얻지는 않았을까?



적멸보궁










절에 오르면 먼저 고풍스레 보이는 널다란 대양루가 먼저 반긴다. 

영조 25년에 건립된 그대로 여지껏 보존되고 있는 대규모 건축이다.

대양루 뒷편으로 적멸보궁이 있는데 1978년에 탱화 속에서 108 과의 진신사리를 

발견했기 때문에 멸보궁에는 부처님의 입적 당시 모습을 한 와불을 모셔놓고 

사리탑을 뒤쪽에 세워두고 있다.



다솔사는 만해 한용운 선생과도 인연이 있는 곳이다. 일제시대 때 선생은 

김법린, 최범술 선생 등 만당(卍黨)의 제자들과 더불어 여기에 숨어지내며 

항일활동과 함께 수도를 하였다고 한다. 이때 만해 선생께서 중수한 건물이 

응진전으로 이 건물은 도문화재자료 제149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또한 대웅전 뒤로 향기로운 야생 차밭이 있으며 가까운 곳에 석굴로 유명한 

보안암이 있으나 추위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고 청학동으로 향했다 





청학동








횡천에서 1003호 지방도를 타고 청학동으로 향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태평성대의 이상향을 청학동(靑鶴洞)이라 불렀다.

세속에 버림 받고 상처 받은 사람들이 구원을 꿈꾸며 숨어 들었던 곳

청학동’과 ‘삼성궁’으로 후대까지 이어지면서 세상과는 담을 쌓고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모여 사는 곳이기에 쉽게 접근이 어려웠었는데

요즘은 서당이나 수련원들이 많이 들어서서 마치 학원가를 연상케 하여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청학동 올라가는 길에 눈이 많이 내려

다 올라가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구경만 하다가 하동으로 내려왔다





지리산 칠불사




칠불사는 화계장터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쌍계사 입구 쌍계교 을 지나 

지리산 토끼봉에 자리잡고 있다 절에 오르는 길도 눈이 많이 쌓여

멀리 차를 두고 걸어 올라가야만 했다 몇번이나 미끌어지고 넘어져서

내려 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일주문이 예불은 들이고 가라는 듯 모습을 나타낸다 

일주문 앞에는 칠불사에서 <동다송(東茶 頌)>을 지은 초의선사의 사리탑이 있다





동국제일선원(東國第一禪院)이란 칭호의 칠불사(七佛寺)는 지리산에 있어서 

이 땅의 찬란한 불교문화와 지리산 음악의 원류이며 베일에 가려진 

가락국 왕조의 숨결이 깃들여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큰 사찰이다. 

아자방(亞字房) 온돌, 김수로왕의 7왕자가 성불한 사찰, 서산대사 등 

수많은 선사를 배출한 동방제일의 선원이란 등등의 칭호로 

잘 알려진 지리산의 사찰이다.





전설에 의하면 칠불암은 97년 가야의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 왕국에서 시집 

온 허황옥 사이에 난 왕자 10명 중에서 넷째에서 막내까지 일곱 왕자가 출가, 

가야산에 입산하여 3년간 수도하다가 101년에 지리산에 들어와 현재 칠불암의 

자리에 지은 운상원에서 출발하였다. 일곱 왕자는 허황옥의 오빠인 장유화상을 

따라 출가한지 6년만인 103년 8월 15일에 이곳에서 성불하여 부처가 되었는데, 

이를 기뻐한 김수로왕이 절을 크게 짓게 하고, 칠불암이라 불렀다고 한다. 





수로왕과 허왕후는 일곱 왕자를 찾아 지리산에 온다.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보옥선사는 불법의 엄한 계율에 따라 쉽게 대면시키지 않았다. 

대신 칠불사 경내의 맑고 푸른 연못을 지켜보라 했는데 

연못 속에는 일곱 왕자의 금빛 찬란한 모습이 비쳐졌다. 

그 연못은 그림자가 비쳐진 연못이라 해 영지(影池)로 불린다. 









칠불사의 중요한 부분은 또한 세계건축대사전에도 기록될 정도로 

독특한 양식을 하고 있는 아자방(亞字房)을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이공왕때 담공선사(曇空禪師)가 벽면당(碧眠堂) 안에 온돌방을 

축조하였는데 그 방 모양이 亞字와 같아 亞字房이라 불리었다.



1951년 소실되어 최근에 중창하였다. 소실되기 전 온돌의 구조가 특이하여 

아궁이는 지게를 지고 들어갈 만큼 거대하였고 겨울의 동안거(冬安居)가 

시작되는 10월 보름날 몇 짐의 장작을 지피면 다음해 정월보름 

동안거(冬安居)를 해제할 때까지 항상 같은 온도로 따뜻했다고 전한다



또 아궁이에서 불길이 잘 빨려올라가도록 설치한 언덕모양의 부넘기, 

굴뚝으로 연기가 잘 빠지도록 굴뚝과 평행하게 파낸 개자리등은 

공기의 흐름을 정확히 알고 만든 구조물이라 전한다 







가락국의 신비와 우리나라의 불교문화 전래 과정과 지리산 음악, 

지금도 똑같이 만들수 없다는 천년 온돌 아자방과 아자방에서 

득도한 수많은 고승들의 발자취로 인해 귀중한 사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동양제일의 선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문을 닫아 걸고 선에 정진 할수 있도록 출입하는 사람을 제한 하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본다



의령 일붕사




칠불사를 내려 와서 구례 남원을 거쳐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 벽송사 서암을 

향하여 지리산 IC 요금소를 빠져 나오는데 도로가 눈속에 덮혀 더이상 가지 못해

거창 고견사와 함양 벽송사 서암은 다음을 기약하며 예정에 없었던 의령 일붕사로 향했다







깊은 산길을 좌우로 굽이돌아 들어가는 궁유면 봉황산에 이미 신라시대에

불법의 터전이 이룩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일붕사가 자리한다.











지장전 64평과 대웅전 120평을 합쳐 184평에 달하는 석굴법당은 동양 최대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진귀한 법당에 해당되어 기네스북에 올랐다. 

고(故) 일붕 서경보 스님의 불사리 83과와 스리랑카에서 온 부처님 진신사리 2과가 

청동사리탑에 모셔졌기도 해 일붕사는 신도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요건을 갖춘 일붕사는 대한 불교 일붕선교종 총 본산으로 

서기 727년에 신라의 혜초스님이 창건한 성덕암이 현재 일붕사의 전신이다. 

1984년성덕사 법당이 완전히 소실되었으나 

일붕 서경보 종정이 절을 짓고 일붕사라 명했다







일붕사에는 석굴 법당 외에 바위틈에 자리잡은 나반존자와 병풍 바위 밑의 

약사여래불, 삼천불의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는 지장전이 있으며 80여과의 

일붕존자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 

자연의 동굴에 너무 인위적으로 꾸며 놓아 신비감이나 경외감이 없으며

인공적인 냄새가 강해 신기한 구경거리로 한번 쯤은 다녀올만하다 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