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 구비 휘어가다가 끝내는 길마저 오르다 지쳐 멈춘 곳
가는 길도 멀고 인적마저 끊긴 청룡사를 찾았다.
청룡사는 일주문은 커녕 법당 현판 조차 없으며
바람에 흔들려 외로움을 달래줄 풍경 마저
속세의 업인냥 벗어버린 적막하고 쇠락한 사찰이나
그래도 이곳에는 보물이 2점이나 있는 사찰이이기도하다
◈ 보물 제424호 청룡사석조여래좌상 ◈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시대 9세기 불상으로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425호)과 함께 나란히
절하기 조차 힘든 작고 좁은 법당 안에 모셔져 있다.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그 위로 크고 나지막한 육계가 표현되어 있다.
타원형의 얼굴에는 눈ㆍ코ㆍ입이 섬세하고 작게 새겨져 있으며
짧은 귀와 뚜렷한 목주름 또한 인상적이다.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광배(光背)는 끝이 뾰족한
타원형을 하고 있다. 머리광배와 몸광배는 2줄의 선으로 표현하였는데,
머리광배의 중심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몸광배에는 상상의 꽃이라는 보상화 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몸광배의 주변에는 불꽃무늬가 조각되어 있다.
불상이 앉아있는 대좌(臺座)는 8각형인데 아래 부분에는
엎어진 모양의 연꽃무늬가, 윗부분에는 활짝 핀 모양의
연꽃무늬가 표현되어 있다.
당당하면서도 움츠러든 것 같은 조각수법, 긴장감이 줄어든
부드러운 신체 표현, 대좌와 광배의 형식 등에서 볼 때
통일신라 후기의 특징을 보여 준다
◈ 보물 제425호 석조비로자나불좌상 ◈
보물 제425호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고려시대 초기의 불상으로
얼굴은 4각형에 가까워 넓고 풍만하지만
볼륨이 별로 없이 평판적인 느낌을 주며,
코와 입이 매우 가깝게 붙어있는 독특한 인상을 준다.
8～9세기에 유행한 비로자나불좌상의 양식을 계승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4각형의 대좌, 형식적인 옷주름 및 긴장감이 줄어든 신체 표현 등으로
볼 때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추정된다.
◈ 석탑부재 ◈
마당 앞면에는 탑의 부재를 모아 쌓은 탑신석이 남아 있는데
몸돌에 자물쇠 문양이 새겨져 있어 고려시대 초기의 탑으로 추정되었다.
허물어지다 만 석탑 아래 잔뜩 움츠린 개 한 마리는
낯선 발자국 소리에도 한가로이 졸고 있다
법당 뒤에서 나물을 말리던 보살은 스님은 출타중이라며
먼길 찾아온 납자를 그냥 보네기 서운 하다는 듯
공양을 하고 가라고 붙잡는 손길에서 시골 고향 할머니의
따뜻한 인정이 느껴졌다
청룡사는 절지키는 개도 좌선 삼매(坐禪三昧)에 빠져 들고
인적 드물어 묵언 수행은 기본인 선방 같은 절집이다
청룡사를 나와 이제 명봉사를 찾았다. 소백산맥의 깊고 고요한
골짜기에 위치한 명봉사는 신라시대 두운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소백산맥의 깊고 고요한 골짜기에 위치하여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 무량수전과 전각 ◈
명봉사 사적비 옆에는 약사전 안에는 마멸이 심한
약사여래 불상이 봉안되어 있으며 대좌는 팔각이나 대석은
사각인 고식의 좌대가 있었다. 고려시대 것으로 보이는
이 대좌는 양식적으로 아주 특이했다
약사전 앞에는 부도의 상륜부와 몸돌이 남아 방치되어 있는데
몸돌에는 마멸이 심한 사천왕입상과 자물쇠 문양이 새겨져 있다.
◈ 태종대왕 태실비 ◈
대웅전 옆으로는 두 개의 비석이 있는데 하나는
문종대왕태실비(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87호),
또 하나는 소백산 명봉사 사적비이다.
태실이란 왕이나 왕실 자손의 태를 모셔두는 돌로 만든 방으로,
태실비는 태실에 태를 모신 것을 기념하는 비이다.
◈ 내원암 지장보궁((內院庵 地藏寶宮 ) ◈
명봉사에서 경사진 산길을 600여m 올라가면 내원암이 나온다
지장보궁 내원암은 고려말 도선국사가 당대의 9勝地로 꼽힌
이곳에 암자를 짓고 도솔천 내원궁을 비유하여 내원암 지장보궁으로
불렀다고 하나 한국동란때 전소하여 근래에 다시 중창하였다한다
山夕詠井中月
李 奎報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산에서 저녁에 우물 속 달을 읊다
산승이 달빛을 탐내어
물병에 담아가지고 돌아왔으나
절에 다다라서야 깨달았네
병이 기울어지면 달또한 사라진다는 것을
윗 시처럼 산사의 아름다움을 전하려 했으나
능력이 미치지 못해 항상 아쉬움을 느낍니다
1월보다 12배는 빨리 지나간다는 12월에
올 한해 지녔던 아쉬움과 미련 나쁜 기억들 다 흘려 버리시고
좋은 추억만 간직한 2006년 되시길 빕니다
다들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2006년 12월 10일
"끝"
관리자 : 심재석 [sau@softing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