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지는 길 



이재봉 







짐 속엔 

바람뿐인데

왜 이리 무거운가.



보내면서도 

떠나면서도

편안히 다 벗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다

널 따라 

짐 풀어버리고

빈 몸으로 가야겠다.



불모산의 산사



비가 내립니다

산사를 찾아가는 길위에는 낙엽들이 

가을비에 젖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이비가 끝나면  추워져 겨울에 접어들게 된다고 하는 군요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거늘

유독 가을이면 쓸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낙엽도 떠날때를 알아 제스스로 떨어지고

화려한 마지막 축제도 끝내고

흙으로 돌아가 새봄을 준비하거늘  사람이 미련하여 

가는 세월이 못내 아쉬어 미련 두고 늦은 가을을 찾아

길을 떠나 보았습니다



오늘은 가야국 수로왕와 허황후의 전설을 간직한 불모산(佛母山)에

자리한 사찰을 소개합니다. 불모산은 진해시와 창원시, 김해군 장유면 등 

3개 시군의 경계에 터잡고 있으며 많은 전설과 비경을 간직한 산입니다



목적지: 성주사(聖住寺)  - 불곡사(佛谷寺)- 장유사(長遊寺)







 ◈ 성주사(聖住寺) ◈





 ◈ 용화전과 부도 ◈





성주사역을 지나 산길을 들어서니 수북히 쌓인 솔잎과 잡초를 이고 있는 

용화전이 나타난다.용화전은 미륵부처님을 모신 법당이다. 

여기에서 ‘용화전’이란 미륵부처님이 용화수 아래에서 성도할 것이고, 

용화세계를 이룩할 것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용화전 안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데

높이가 148㎝로 아담하며 얼굴이 둥글넙적하고, 

목에 목걸이가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깨는 갸름하고 둥글며, 

오른쪽 어깨에서 굵은 곡선으로 새겨진 U자형 옷주름이 

아래로 물결처럼 흘러내려 몹시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용화전 옆에는 부도밭이 있다. 그중 연꽃 좌대에 올려진 부도는 

조선 영조시대 원혜(圓慧) 스님의 부도이고,

석종형 부도는 조선 정조때 세운 경세(慶世) 스님의 

부도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성주사 가는 길





용화전 옆 법당을 오르는 길은 떨어진 낙엽이 가득하며

멀리 우산 하나 함께 쓰고 내려 오는 연인의 모습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이 세상사는 날 동안 





 



오 광수 







이 세상사는 날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겐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다



파도같이 밀려 오는 아픈 육신의 통증과

심장을 도려내는 아픈 마음의 고통은

모두 없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사는 날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겐 이별이 없었으면 좋겠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아픈 이별의 통증과

하늘이 무너지는 아픈 후회의 고통은

모두 없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사는 날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겐 행복한 날이었음 좋겠다



마주 보며 같이 웃고 서로 도우며 보듬고

아끼고 정나누며 믿음 안에서 소망이

함께 하였으면 좋겠다





 

 ◈ 범종각과 연못 ◈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 범종각과 연못이 있다

성주사 동종(경상남도문화재 자료 제267호)은 조선 정조에 제작된 것으로 

음통은 없고, 용뉴(龍紐 용 모양의 종을 거는 고리)는 쌍둥이 머리(쌍두 雙頭)를 하고 있다.



성주사동종 곁에 있는 조그만 연못이 있고 그 연못 위가 통일신라 서기 827년에 

무주(無住) 무염(無染)화상이 왜구의 잦은 침략을 막기 위해 

왕의 명을 받들어 호국사찰로 세웠다는 성주사 경내다. 











고향집 같아 정겨운 돌담길과 고운 단풍

그리고 촉촉히 젖어드는 보슬비를 맞으며

산사에 찾아드니 한걸음 한걸음 디딜때 마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절입구에는  가지마다 사리처럼 영롱한 빗방울을 

머금은 나무가지의 아름다움이 환상적이다





가을비 낙엽 위에 





황금찬 





어제 낙엽이 지더니

오늘은 종일 비가 온다



가을비는 낙엽 위에 내리고

그 위에 다시 낙엽이 쌓인다



이 길로 누가 걸어갔을까

오늘엔 내가 가고

내일은 또 누가 걸어가리라



가을비는 낙엽 위에 내리고

그 위에 다시 낙엽이 진다. 





 ◈ 수호신 ◈







성주사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일주문이 없으며 

사찰을 보호하는 사천왕상 대신 계단 끝 오른편에 미소를 짓고 있는 

돼지석상 두 마리가 불모산을 바라보며 나란히 가람 입구에 앉아 있다. 







넓은 절터는 제비집 형상이고 모든 건물은 남향으로 세웠는데 

공교롭게도 앞산이 뱀의 머리모양을 하고 있다. 

결국 제비를 잡아먹기 위한 뱀의 형상이니 제비를 노리는 뱀을

퇴치하기 위해 뱀과 상극인 돼지상을 세우게 된 것이란다.



또 뱀은 12간지 이론에서 불을 의미하니 화재를 방비하기 위하여 

절 입구 큰 연못을 파 놓은것이란다.



 ◈ 대웅전 ◈







성주사는 대웅전, 영산전, 삼신각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성주사 입구의 용화전 석조관음보살입상, 부도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34호로 지정되어 있는 성주사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으로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웅전은 맞배지붕 형식으로 용과 학이 어우러진 다포집이 아름답다.



 ◈ 전각들 ◈









성주사에는 재미난 몇 가지가 설화가 얽혀 있다



첫째는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이 부인 허황후의 

사촌오빠 장유화상에게 명을 내려 이곳에 가람을 짓고 

불도를 닦으며 살도록 했다. 그 뒤 김수로왕과 허황후 사이에 난 

여러 아들 중 일곱 명이 이곳으로 들어와 스님이 되었다. 



그때부터 김수로왕은 장유화상과 일곱 아들이 불도를 닦으며 

국운융창을 빌고 있는 이 산을 불의 어미산이라 하여 

불모산(佛母山)이라 이름 짓고, 가람의 이름도 성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하여 성주사라고 불렀다. 



이 설은 가야불교의 불교남방전래설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하나는 임진왜란 때 왜인들에 의해 불타 없어진 성주사를 

중건하기 위해 본래 성주사가 있던 자리에 목재를 쌓아 두었다. 

그런데 그날 밤 곰들이 나타나 성주사의 대들보를 물고 

지금의 자리로 모두 옮겨 놓았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사람들이 지금의 절터에 가람을 세우고 

'곰절' 혹은 '웅신사(熊神寺)'라고 불렀다한다.





 ◈ 가을에 젖어 ◈







법당 뒤로 돌아가니 푸른 이끼 피어있는 돌담아래 

비에 젖은 단풍은  붉은 빛이 더욱 선연하다

낙엽위로 똑 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목어소리 마냥 마음을 청아하게 해주고 

晩秋의 풍경에 젖어들게 한다



성주사를 나오는 보도위에는 낙엽이 가득하다

바지위에는 어느새 낙엽이 추억처럼 달라붙고

잠시 이 길을 걸어내려오면 입에는 어느새  구르몽의 시가

중얼거려지고 잠시 과거  이미 스치고 지나가 버렸던

어느 20대 가을의 빛바랜 한순간의 뜨거웠던 추억이 되살아 나는 듯 하다. 



 





낙엽



김 경숙





긴 장마 뒤 

산행에 나선다

눅눅해진 낙엽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면

신발창에 달라붙는 것은

낙엽만이 아니다



그 속에 스며 있던

초록 향기

깊은 잠 깨고 따라온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초록으로 물든 마음

저 싱그러운 햇살 속으로

줄달음친다.









 ◈ 불곡사(佛谷寺) ◈



성주사를 나와 불곡사로 향했다. 불곡사는 예전에는 이곳 길가에 

불상과 무수한 기와조각이 흩어져 있어 부처골이라고 하였다한다

따라서 절이름도 부처골을 한자로 옮겨 불곡사(佛谷寺라고 쓴 것이라 여겨진나

지금은 아파트 한가운데 위치하여 상전벽해 (桑田碧海)를 실감하게 한다 



불곡사는 창건 유래에 대해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나, 

1929년 우담화상이 옛날 절터에 드러나 있던 비로자나불상(보물 제436호)을 

파내어 비로전에 모시고 다시 세웠다. 



 ◈ 일주문 ◈







불곡사 일주문은 원래 창원 객사의 삼문이었다가 다른 건물은 철거되고 

삼문만 남을 것을 1943년 불곡사로 옮겨오게 되었다고한다. 

기둥은 환성사 일주문처럼 4개이며 기둥위에는 마치 민화를 그린 것처럼

호랑이와 거북이상이 일주문 기둥 위에 올라가 있다.여기에 현판 좌우로 

튀어나온 용들은 그 몸을 일주문 4개의 기둥 위를 관통하며 서로 꼬고 있다. 



 ◈ 세음루(洗音樓) ◈









세음루 아래를 지나면 정면에 비로전이 있다. 

비로전은 1929년 절의 새로운 역사와 더불어 만들어진 전각이다. 

안에는 통일신라시대 비로자나불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 불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436호) ◈







현재 이 불상은 불신과 대좌가 완전하게 남아 있으며 

불상은 육계가 분명한 나발, 즉 곱슬머리에 얼굴은 둥글고 단아하다. 

손은 지권인을 , 다리는 결가부좌(結跏趺坐)의 자세이며

접혀진 옷주름은 얇게 빚은 듯한 평행 계단식 옷주름이다.

불상이 앉아있는 대좌(臺座)는 8각형으로 연꽃무늬와 보살상 등이 조각되어 있다



이 불상은 9세기 후반 통일신라 불상으로  영주 부석사, 

대구 동화사 등에 안치한 비로자나불과 같은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며 

불상높이는 101cm, 대좌높이 89cm이다. 





 ◈ 전각 ◈







불곡사 경내에는 비로전 옆으로 칠성각이 있고 그 옆에 관음전에 직각으로 있다. 

관음전은 1966년 지어졌는데 안에 금동 11면 42수관음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 

관음전과 마주보는 곳에는 명부전이 있다







일주문 옆에는 탑이 하나 있다. 탑위에는 오고가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하나 하나 얹어놓은 돌들이 쌓여 탑위에 탑이 올려져 있다.

불곡사는 도심 가운데 위치하여 번잡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돌하나 쌓아 올리며 시름을 달래거나 

혹여 추억을 넘길때 노란 책갈피가 필요하면

쉽게 찾을 수도 있는 편안한 절집이다





 ◈ 장유사(長遊寺)) ◈





창원터널을 빠져나와 장유로 들어서니 비구름에 사방이

제법 어두어진다. 비라도 퍼부을까 하늘을 쳐다보며 

구비구비 외길 오르막을 한참 오르니 천왕문이 보인다 



 ◈ 천왕문 ◈







산문에 들어서니 비가 금새라도 퍼부을 듯 어두워지며

산등성을 흐르는 먹구름 사이로 나타나는 천왕문은 

2층 누각으로 1층는 채색이 되어있지만 2층는 나무빛 그대로로  

허황후의 전설과 어우러져 묘한 신비감마저 느껴지게 한다



 ◈ 대웅전 ◈



장유사는 임진왜란때 전소되고 중건과 전소를 거듭하다가

6 ·25동란으로 완전히 소실되고 말았다. 1982년 본전 칠성각 

염불당 범종 등을 중수하였으며 십여년전 대웅전을 새로 지었다한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가락국기’에 나오는 설화의 얼개를 보면, 

16살의 아유타국(阿踰陀國:아요디야) 공주 허황옥은 하늘이 내린 

가락국 왕을 찾아가 배필이 되라는 부모의 분부를 받들고 

기원후 48년에 20여 명의 수행원과 함께 붉은 돛을 단 큰 배를 타고 

장장 2만5천리의 긴 항행 끝에 남해의 별포 나룻목에 이른다. 



영접을 받으며 상륙한 다음 비달치고개에서 입고 있던 비단바지를 벗어 

신령에게 고하는 의식을 치르고는 장유사(長遊寺) 고개를 넘어 

수로왕이 기다리고 있는 행궁에 가서 상면한다. 



당시 아유타국이 있던 지방은 아리(阿里)로 불렸는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는 

우리 민요가 실은 아리의 딸(阿里娘)인 허황옥이 고향을 떠나 

험난한 여행을 하게 되는 애틋한 심정을 읊은 노래라는 설도 있다. 



 ◈ 삼성각 ◈





삼성각 중앙엔 부처님 탱화를 모셨고 왼쪽에 나반존자, 

오른 쪽에는 산신을 모셨고 오른쪽 벽에는 장유화상을 모셨다



 ◈ 장유화상 사리탑 ◈







대웅전 뒤쪽 숲속으로 올라가면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나타난다. 

8대 질지왕 때 장유암을 재건하면서 세워진 탑이라지만 

현재의 것은 고려말이나 조선 초기의 것으로 짐작한다. 









절이 자리 잡고 있는 지점이  수로가 토착세력의 압력을 물리치고 

허황옥과 혼례를 한 곳으로 왕후를 위해 임시궁궐을 세운 곳이며, 

왕과 왕후가 신혼의 밀월을 보낸 명소가 바로 이곳 장유사이다





특히 이곳 장유사는 수로왕이 신부 허왕옥이 배에서 내려 

자신을 찾아 오는 광경을 지켜 본곳이며 신방을 차린 곳이라 전하니 

이곳이 허황후 전설의 시작점이며 가락국의 불교 초전을 알리는

중요한 곳이라 한다  







비구름이 허황옥의 혼례 행렬처럼 산위 장유사로 몰려 오는 

풍경을 뒤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2006년 11월 26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