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산사





황간IC로 접어들어 시골길을 달리니 가을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제법 쌀쌀해진 새벽 바람과 아직 온산이 불붙은 듯한 

만추(晩秋)의 정취는 아니더라도 누렇게 물든 들판이

한결 마음을 풍성하고 여유롭게 해줍니다



가을을 찾아 산사에 들어서니 산위에서는

서서히 울긋 불긋 단풍빛으로 물들어가고 

절마당에는 미처 가을을 맞이하지 못한 낙엽들이 

이리 저리 뒹굴고 있어 가을의 쓸쓸함도 제법 느끼게 해주던군요



오늘은 가을의 문턱에 서있는 충북의 산사를 찾아 보았습니다



목적지: 백화산 반야사(般若寺)  - 천태산 영국사(寧國寺)- 장지산 용암사(龍岩寺)



 ◈ 백화산 반야사(般若寺) ◈





반야사는 맑고 시원한 계곡물과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석천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절입구  저수지는  잔잔한

수면 위로 푸른 하늘과 가을 단풍이 반영되어 

마치 청송 주산지를 연상케한다

 



 ◈ 일주문 ◈







일주문을 지나면 넓은 마당이 나타나고

왼편 계곡 돌다리 건너 편에는  정성을 하나 하나 탑으로 

쌓아 올린 자갈밭이 있으며 오른쪽 산기슭에는 부도밭이 있다



 ◈ 부도 ◈





부도밭에는  2기의 부도가 있다. 

하나는 지붕 같이 생긴 옥개석 위에 타원형 복발로 

상륜부를 대신한 부도이고, 다른 하나는 옥개석 위에 

20cm 남짓한 팔각 돌기둥을 인 부도다. 



부도의 주인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유명한 고승은 아닐 것이다. 새겨진 명문도

희미해져 읽기 힘들며  부도도 투박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름이며 걸친 옷 눈에 보이는 모든 형상이

다 부질없다는 것이니 집착하지 말라는 듯

절입구에 앉아 계신 모습이 범상치 않다.







一切有爲法(일체유위법) 

如夢幻泡影(여몽환포영)

如露亦如電(여로역여전)

應作如是觀(응작여시관)



일체의 있다고 하는 것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으며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





- 금강경-







 ◈ 반야사(般若寺) 전경 ◈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반야사를 감싸고 있으며

산 등성이에 쌓여있는 호랑이 모양의 퇴석(moraine)이 눈에 띈다



반야사는  맑은 시냇물과 너덜과 아기자기한 바위들, 

나무들이 적당히 어울린 산을 벼개삼아 누워 있는 듯한

조용하고 아늑한 절집이다



 ◈ 3층석탑(보물 제1371호) ◈



절 마당에 들어서면 돌이끼 핀 3층 석탑이 눈에 띈다

반야사 3층석탑은 원래 반야사 북쪽의 석천계곡 '탑벌' 에 있던 것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것으로 지대석 위에 1층의 기단을 이루고 

그 위에 3층의 탑신(몸돌)을 올린 석탑으로 높이는 335cm이다. 

토단 위에 건립되어 있는데, 지대석으로부터 마지막 층까지 대체로 완전한 편이다.



 ◈ 배롱나무 ◈



석탑뒤 극락전 앞에는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린 

두 그루의 배롱나무가  서있다. 배롱나무(목백일홍)은 

높이는 7-8ｍ에 불과하지만 수령 500년이 넘었다한다.

조선초 무학대사가 주장자를 꽂아 둔 게 뿌리를 내린 뒤 

두 그루로 갈라져 성장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붉은 꽃으로 산사를 물들이며 한 폭의 수채화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 대웅전·극락전 지장전,범종각 ◈







배롱나무 뒤편으로 아담한 모양의 대웅전과 극락전,산신각,

지장전, 요사채 등이 조화롭게 들어앉아 있다.



대웅전 내에 있는 석가여래 좌상과 보현보살, 문수보살상

불상으로 3위가 모셔져 있는데 모두 경주 옥석으로 제작되었고 

도금을 했다.제작 연대는 정확히 알수 없으나, 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전해 내려온다. 



 ◈ 문수전 가는 길 ◈





계곡에 흐르는 시냇물소리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

가을 분위기에 물들어 가는 산사를 뒤로하고 

계곡 오솔길로 접어드니 도토리 한입 가득 물어

볼이 터질 것 같은 다람쥐가 길동무로 따라 나선다



 ◈ 망경대(望景臺)와 영천 ◈



도토리, 상수리, 밤나무 등 활엽수들이 하늘을 가리고 

흐르는 물소리 스치는 바람소리와 맑은 공기가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계곡 상류로 200여ｍ 올라가니 물줄기가 굽이치는 모퉁이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경치 좋기로 소문난 망경대(望景臺)다.



 ◈ 문수전 ◈









이곳 망경대에는 피부병에 시달리던 세조가 복천사 법회를 마친 뒤 

이 절에 들러  대웅전에 참배 했을 때 문수동자가 나타나 

세조에게 따라오라고 하면서 절 뒤쪽 계곡인 

망경대(望景臺)의 영천(靈泉)으로 인도하여 목욕할 것을 권했다. 



동자는 ‘왕이 불심이 갸륵하여 부처님의 자비가 따른다’ 는 

말을 남기고 사자를 타고 사라졌는데 목욕을 마친 후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해진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만경대에 오르니 가을이

문수전에 머물고 있었다. 문수전에서 걸리는 것 없는 탁트인 

사방을 바라보니  그풍경이 아름답기 그지 없으나 

아래 계곡은 가을 가뭄과 상주지역의 축사 폐수로인하여 

물이 탁하게 오염되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었다







반야사에 자면서 (宿般若寺) 





사명유정 (四溟惟政)



古寺秋晴黃葉多(고사추청황엽다)

月臨靑壁散棲鴉(월림청벽산서아)

澄潮煙盡淨如練(징조연진정여련)

夜半寒鐘落玉波야반한종락옥파)



옛절의 맑은 가을 나뭇잎이 누렇게 물들고 

절벽에 달이 비쳐 자던 까마귀 흩어진다

안개 걷힌 호수는 비단처럼 고운데

한밤중의 찬 종소리 옥물결에 떨어진다.







반야사를 나와 영동 천태산 영국사로 향했다



 ◈ 천태산 영국사(寧國寺) ◈

양산팔경 가운데 하나로 풍광이 좋기로 유명한 천태산 영국사는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고 등산코스가 다양하여 

수준에 맞춰 등반하기에 적격으로 기암절벽과 

수림이 조화를 이뤄 등산로로 잘 알려진 곳이다.



주차장에서 5분 정도 올라가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을 오를수록 나타나는 바위들이 범상치가 않다. 

아기자기한 바위와 기암 괴석이 멋지게 어우러져 절경을 자랑한다



'天台洞天(천태동천)'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는 

바위를 지나니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 지류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진주폭포를 경유하여 망탑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수석과 분재를 감상하듯 한걸음 한걸음 오르니

망탑봉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언덕위 간이매점을 지나니

제법 넓은 평지에는 논과 밭이 자리잡고, 

감나무 사이로 우람한 은행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디

 

 ◈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23호)  ◈





영국사에는 일주문이 없다.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로 부산히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하는' 일주문은 이 은행나무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는 듯 하다. 

축 늘어진 가지 사이로 만세루가 눈에 들어 온다



영국사(寧國寺)에서 







이계설  

    







펄럭이는 세월만큼

뻗어난 가지를 거느리고

본당을 안내하는

은행나무



살아갈수록 무게를 더해 가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조금은 체중이 가벼워질는지



하늘과

마주 닿는 곳

신라 석공들은 무슨 생각을 저토록 정교히 새겨

탑을 세우고

아직도 돌깨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일까



한 모금

녹차를 권하는 스님 손 끝에

흐르는 천 년 향기

지분처럼 가슴에 남아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형문자

그 비문의 나머지를 보며

잠시

세상에 매인 끈을 푼다 





 ◈ 만세루 ◈



영국사의 유래는 고려말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중신들과 노국공주를 데리고 남행하던 고려 공민왕은 

천태산 중턱 국청사에서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빌었다 하여 

국청사 대신 영국사(寧國寺)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사찰입구 2층으로 된 만세루 아래로 들어서면 

돌계단 위로 대웅전이 나타난다



 ◈ 대웅전 ◈





영국사 대웅전(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61호)은 정면 3칸, 측면2칸의 

다포계 맞배지붕집으로 천태산을 배경으로 높은 석축 위에 있으며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조선 중기에서 후기건물의 모습이 남아 있다.

대웅전 내부에는 정면에 석가여래 삼존불상이 안치되어 있으며, 

조선후기로 추정되는 동종 하나가 있다. 



 ◈ 영국사 3층석탑(보물 제533호) ◈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일반형 석탑으로서, 

2중기단 위에 3층으로 만든 몸돌을 세웠다. 위ㆍ아래층 기단의 

네 면에는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특히 위층 기단의 무늬는 

모서리까지 침범할 만큼 크고 넓다. 



 ◈ 전각들 ◈





여느 절 같으면 암자 정도밖에 되지 않은 규모를 가진 영국사는 

권위적이지도 위압적이지도 않고 소박하며 그윽하다. 

절 뒤의 대나무와 건너편 망탑봉 주위의 소나무 숲이 

산사의 그윽한 정취를 더해준다. 





대웅전 앞 마당에는 봄에 일찍 꽃을 피웠던 산벚나무의

잎새가 낙엽이 되어 이리저리 뒹구는 것을 보니

산사에는 이미 가을이 와 있음을 전해준다



 ◈ 영국사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부도  ◈





대웅전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원각국사비가 있다. 

이 비석은 고려 의종 7년(1154)에 선사(禪師)가 되었고, 

명종 1년(1171) 9월 12일 왕사(王師)가 되어 1174년에 입적한 원각국사비이다.

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돌과 떨어져 있는 비 머리에 있는 

네 마리 용은 매우 특이하며, 각 부분의 조각은 그 제작 연대를 짐작케 한다

국사비 뒤에는 원구형 과 종형 부도 2기가 있다



 ◈ 망탑봉(望塔峰) 흔들바위 ◈



돌아가는 길은 길은 험하지만 풍경이 좋은 망탑봉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망탑봉에는 자연석 기단 위에 3층으로 된 

석탑이 서 있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해체복원중이여서 

볼수가 없었으며 석탑이 있는 망탑봉은 천태산 전체를 

두루 바라볼 수 있는 명당이다



탑 바로 옆에는 흔들바위가 있는데 

마치 고래가 헤엄을 치며 바다 위를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열 사람이나 한 사람이 흔들어도 모두 움직인다.







줄을 타고 바위를 내려오면 옥새봉 쪽에서 흘러오는 물길과 만난다. 

계곡에 접어든지 얼마 후 가뭄에 말라 버린 진주폭포와 마주한다. 

다소 험난한 길이였으나 그만큼 아름다운 하산길이였다



천태산을 내려오는 길에는 단풍나무도 옻나무 잎도 서서히 

붉은옷을 갈아입고 있었으며  담쟁이 넝쿨도 바위에 매달려 

있기 힘든 듯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담쟁이  ◈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영국사를 나와 옥천 용암사로 향했다





 ◈ 옥천 장지산 용암사 ◈



용암사는 신라 진흥왕 13년(552)에 창건하였다고 전하는데 

그 규모가 크고 높은 산세에 있어 장관 또한 일품이다. 

절 이름은 경내의 용처럼 생긴 바위에서 유래한다고 하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파괴되어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용바위에서 서라벌이 있는 남쪽 하늘을 보며 통곡하였다는 설이 있다. 



 ◈ 대웅전 ◈



창건 이후의 중수·중건에 대한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

1986년에  대웅전과 산신각을 중창하였고, 

뒤이어 요사채를 중건하고 범종각 천불전을 신축하였다



대웅전 안에는 아미타여래를 주존으로 하여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의 삼존상이 봉안되어 있고 5종의 탱화가 있다. 

이 가운데 화법이 정교한 후불탱화(後佛幀畵)와 

1877년(고종 14)에 조성된 신중탱화(神衆幀畵)는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 천불전과 산신각 ◈







 ◈ 쌍삼층석탑 (雙三層石塔,보물 제1388호) ◈



옥천군에서는 가장 역사가 깊은 사찰인 용암사의 문화재는 

역시 쌍석탑과 마애불이있다. 우선 쌍탑은 2002년 보물로 지정됐다.



고려시대 초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자연암반에 

기단을 삼았으며 1.7m의 간격을 두고 동탑(東塔ㆍ높이 4.3m)과 

탑(西塔ㆍ높이 4.1m)이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으나 

규모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서탑의 경우 2층과 3층 탑신의 몸돌이 결실되어 새로이 보충해 놓은 것이다. 

각 부의 양식과 석재의 결구 수법에서 매우 간략화된 수법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 초기에 유행한 산천비보사상

(山川裨補思想:지세가 약한 곳에 절을 지을 때 기운을 

돋우기 위해 탑을 쌓는 것)에 의해 건립된 석탑 가운데 국내 유일한 

쌍탑으로 주목된다. 옥천군에서는 유일한 보물 문화재이다.



 ◈ 마애불 ◈



대웅전 뒤편 높은 바위에 있는 마애불(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7호)은 

붉은 입술이 칠해져 있으며 입가의 미소는 누구에게나 인상적이란 느낌을 준다.





이 불상은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조성했다고 전해져 내려오며 

나라의 큰 일이 생길 때마다 붉은 입술이 더욱 더 짙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발을 좌우로 벌리고 연꽃대좌 위에 서 있으며, 가늘고 긴 눈, 

작은 입, 가는 코 등이 묘사된 얼굴에는 파격적인 미소에도 

불구하고 도식화된 모습이 보인다. 통일신라시대의 세련된 

조각기법이 형식화되던 시기에 나타난 도식화된 작품으로 

조각 수법으로 보아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초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 마애불에서 바라본 운해(雲海) ◈





....

산들도 안개의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



- 김 승옥의 무진기행 중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를 

운이 좋으면 이곳 용암사에서 만날수 있는 곳이다







용암사는 쌍탑과 마애불로 유명하지만 사진작가에게는 

운해(雲海)와 KTX 촬영지로  잘알려있는 곳이다



장지산에는 안개가 끼여 있는 날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날 용암사 마애불 앞에 서면 

새벽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발아래 출렁거리고 

구름 바다위로 장엄한 일출을 감상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떠오르는 태양에 소원을 빌고 운무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 때 부지런히 산을 내려가 아침 안개를 뚫고

달려오는 KTX를 역동적인 모습을 담을 수도 있다







2006년 10월 08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