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을 지나 산길을 계속 오르면 산정상 바로 아래
높이 약 5m에 아래쪽 폭은 7m 정도 바위 절벽이 나타나고
바위에는 폭이 2~3cm, 깊이가 1cm 정도로 음각한 삼존불이 있으며
바위 앞에는 넓은 마당이 있어 과거 이곳에
대웅전이나 아니면 이곳에 절집이 있었던 곳으로 짐작된다.
음각된 불상은 국내 약사삼존불 가운데 유일하게
보물(제159호)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 불상이다.
우협시보살(右脇侍菩薩) 팔꿈치 옆에 새겨진 글씨가
「貞元十七年辛巳三月」이라 되어있어 통일 신라
애장왕(哀莊王)2년(801)의 불상임을 알 수 있다
본존은 왼손에 약 그릇을 들고 있어서 약사여래상임을 알 수 있으며
얼굴이 타원형으로 길게 표현되었다. 어깨는 거대한 몸에 비해
좁게 표현되었고, 힘없이 표현된 신체에서는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귀는 어깨에 닿을 정도로 늘어졌고, 얼굴은 약간 타원형으로 길며,
그 위에 통견(通肩)의 법의를 걸치고 있다. 발은 발꿈치를
서로 맞대고 서 있으며 발 밑에는 앙련(仰蓮:연의 잎이나 꽃이 위로
솟은 듯이 표현된 모양)의 연화대좌(蓮花臺座)를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다.
양쪽의 협시보살은 모두 본존을 향하여 자연스럽게 서 있다.
왼쪽은 일광보살로 남성적인 강렬한 인상이고,
오른쪽은 월광보살로 눈썹사이에 달무늬가 새겨져 있다.
중앙의 본존불과 좌우 협시보살 일광보살, 월광보살이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로 살아 숨쉬는 듯한 모습을 나투고 계신다.
마애불
유안진
이것이 부처님 마음인가
눈없는 이에게 눈 빼어 쥣고
코 베인 사람에게 코를 주시고
입술마저 벙어리한테
떼어주시고야
두 빰에 방긋이 흐르는 봄볕
풀벌레 울음도 잦아지고마는
발길 끊긴 길 가에 그저도 서서
그저도 무엇이나
주시려고 기다리는
눈 코 입 죄다
패여지고 문드러진 마애불磨崖佛
이것이야말로 부처님의 뜻일 듯.
◈ 마애사 ◈
◈ 극락보전 ◈
금계국 가득한 돌계단위에 자리한 극락보전의 위용은
큰절다운 풍모를 지녔으나 규모에 비해서는
아직은 번잡하지는 않은 조용한 절집이다
◈ 요사와 포대화상 ◈
포대화상( 布袋和尙 )은 당나라 명주 봉화현 사람으로
법명은 契此(계차)이다. 포대화상은 커다란 자루를 걸러메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물건을 나눠주고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무엇이든 주는대로 받아먹고 땅을 방바닥으로 삼고 구름을 이불 삼고서
어느 곳에서든지 벌렁 누워 태평하게 코를 골며 이마을 저마을 돌아다니면서
세속사람들과 같이 차별없이 어울리면서 길을 가르치고 이끌었다.
불교에서는 행복을 나눠주고 고통과 불행을 담아 다니는
미륵보살의 화현으로 얘기한다.
◈ 극락원과 5층사리탑 ◈
마애사 문화센터 극락원은 추모관으로 묘지가 아닌
건물안에 유골을 모시게 해 놓고 불상을 안치하였다.
◈ 전각들 ◈
마애사는 최근에 불교식 장례 문화를 위해 지은 절로서
추모관을 비롯해서 요사채 종각 산령각 등의
전각이 들어서 있으며 고풍스러운 맛은 없으나사람들이
편히 다녀 갈수 있게끔 아기 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 보천사지寶泉寺址 ◈
마애사를 나와 의령 보천사지로 향했다
보천사는 통일신라 경덕왕 때 창건된 사찰로,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이 절에 빈대가 많아 살기가 힘들자 승려들이 다른 절로 떠나
곧바로 폐사되었다고 하는데, 조선중기 이전에 이미 없어진듯 보인다.
이 절터에는 삼층석탑과 석등의 대석 1개와
동북쪽 150m지점에 부도 1기가 현존하고 있다
◈ 보천사지삼층석탑(보물 373호) ◈
이 삼층석탑은 원래 보천사의 법당으로 추측되는
위치의 전면에 석등(石燈)대좌(臺座)와 함께 서 있으며,
이중(二重)의 기단(基壇)위에 삼층 방형(方型)탑신을 얹은
전형적인 신라시대 양식을 취하고 있으나
제작년대는 고려초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67년 도괴로 인해 해체 복원하였는데 당시 3층 옥개석에서
찰주공이 확인되었으며 상층기단 적심토 중에서 동제불상,
투각광배편, 토탑 등이 발견된 바 있다. 석탑은 안정감 있고
전체적인 조화로움이 돋보이는 예술미를 갖고 있다.
◈ 보천사지부도(寶泉寺址浮屠 보물 472호) ◈
보천사지부도(보물 472호)는 위아래 모두 8각형의 기본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정사각형의 바닥돌 위로 기단의
아래받침돌ㆍ가운데받침돌ㆍ윗받침돌을 올렸다
전체적으로 원만한 비례를 나타내어 안정감이 있고
기단부에서의 견고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이보천사지 부도는 비대해진 옥개석이라든가 형식화된 운룡문 등의
조각기법에서 보아 고려 초기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 의령시장 ◈
보천사지를 나와 망개떡을 사기 위해 잠시 의령시장을 들렀다
3-8일 열리는 의령장은 1982년 시장 건물이 신축되면서
상설시장과 병행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60,70년대에는 우시장인 `소전'과 땔감나무를 파는 `나무전'도
함께 열려 의령장터는 발디딜틈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생생한 삶의 현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산 떡방앗간 앞 신미생 연통소 골목에는
검정 비닐을 둘러 쓴 파마 할머니
등굽은 호호 할머니 나물 다듬는 할머니
손님 없는 가게 비우고 노인들만 둘러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옛날 시골 장터의 훈훈한 추억보다는
햇볕도 들지 않는 뒷골목처럼 생기 없이 쓸쓸한 곳으로 느껴졌다
장날 아침
김운화
늙은 아낙들의
숨소리 같은 바람.
세월의 논두렁을 얼굴 가득
자연 볕에 순응하며
도로를 점령한 삶의 그림.
채소 전 옆으로 담배를 물고,
내 할매 모습이 쪼그리고 앉았다.
아들 줄 닭 한 마리
사러갔다 탁배기 마주 한
할배를 기다리거나
손주 녀석 민소매 넌닝 한 벌 사려고
게으런 옷장수에 목을 빼거나
작은 쌈지 한숨짓다
채소장수 넋두리나 들어주며
하릴없이 버스를 기다릴...
담배 연기.
의령장에는 망개떡은 물론이고 소고기 국밥과 국수가 유명하니
찾아서 먹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하겠다
◈ 신덕산 수도사(新德山修道寺) ◈
의령에서 창녕방향으로 가면 수도사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약5km가량 가다보면 오른편에 이목저수지가 나온다.
이 저수지를 끼고 1km쯤 더 들어가면 멀리 저수지 건너 마을로 가는 길과
산으로 오르는 길이 갈라진다
신덕산은 합천의 황매산으로부터 뻗어온 줄기로 산세가
매우 웅장할 뿐만 아니라 우거진 잡목림에 경관 또한 뛰어난 곳이다
신덕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수도사는 전통사찰로 662년 통일신라시대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하며, 당시 원효대사는 이곳에서
백여명의 불제자와 함께 수도를 하였다고 하며 이 때문에 절의 이름을
수도사(修道寺)로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후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송운대사 유정이 다시 중건하였다한다.
절의 규모는 작지만 계곡을 사이로 놓여진 극락교를 건너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전각들 ◈
경내에 들어서니 극락전은 완전히 해체되어 복원중이였고
극락전 앞뜰의 5층 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이나
공사로 인하여 하부기단이 파해쳐져 위태로운 형상으로
서있으며 칠성각 앞에는 축대 작업이 한창이다
수도사는 극락전을 비롯한 관음전, 지장전, 천왕문 등
기존 전각을 중창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네팔 보드나트 사원의 탑을
모델로 한 진신사리 봉안탑을 조성하여 티벳의 전통
스투파 수행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 부도밭 ◈
수도사는 동쪽 산기슭에 모두 10기의 부도군이 서 있으며
이것들을 미루어 옛날에는 이 절의 규모를 짐작케 해준다.
이곳의 부도들은 모두 종 모양의 모습을 하고 있다.
◈ 탑바위와 불양암(佛陽庵) ◈
의령군 정곡면 죽전리에 있다는 불양암(佛陽庵)은
찾기가 힘들었다.의령 시장에서 몇번이나 물어 봐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일단 정곡으로 가서 다시 물어볼 요량으로
창녕가는 국도로 길을 나서 한참을 달리니
들판 샛길 사이 바위에 새겨진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정표를 따라 산을 오르니 바라볼 때보다 훨씬 가파르다.
45도 정도로 꼬불거리는 급경사를 오르자 계단이 앞을 가로막는다.
산등성을 오르면 암자로 내려가는 오솔길과 탑바위로 가는 오른쪽 길이 있다.
◈ 탑바위 ◈
산죽을 헤치고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마치 탑모양을 닮은 하나가
유유자적한 남강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 바위를 일컬어 탑바위라 부른다.
탑바위는 남강변의 깎아지른 듯한 벼랑 위에 장승의 얼굴처럼
불쑥 솟아나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이 탑바위는 약 20톤 가량의
커다란 바위가 아랫부분을 받치고 있으며, 그 위로 높이 8m가량의
작은 바위가 천연적인 탑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탑바위 에는 세월을 말해주듯이 이끼가 끼여있고
잔솔이 군데군데 올라와 있다.탑바위 아래로는 남강의 맑은 물이
구비쳐 흐르고 강 건너편 함안 법수면의 들판과 백사장이 보인다.
◈ 불양암(佛陽庵) ◈
탑바위 아래 절벽에는 새집마냥 절이 붙어 서있다
남강변의 깍아지른 벼랑위에 1946년에 창건한 이 도량은
비구니스님들의 은은한 독경소리가 강가에 퍼져나가고
산새들이 쉼없이 노니는 참선의 장이다.
암자와 탑바위를 제대로 볼려면 강위에 나룻배를 띄어 놓고
곡차한잔 즐기며 절벽위에 펼쳐지는 풍경을 즐겨야 제격이겠지만
불양암 입구 작은 바위 위에는 정자위에서 바라보는 풍치 또한
속세에 찌든 마음을 잠시 쉬게 하여 준다
강위에 내려 앉은 녹음과 툭트인 넓은 들판과
흰 모래 사장 바람에 흔들려 은은히 들려오는 풍경소리
정자에 올라 팔벼개하고 들어누으니
스르르 저절로 눈이 감기는 곳이다
2006년 08월 20일
"끝"
관리자 : 심재석 [sau@softing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