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의 산사





장마의 변덕을 틈타 가까운 청도에 있는 사찰을 찾아 보았습니다. 

청도하면 운문사(雲門寺)가 유명하며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송림길은 아름다운 곳이기도 합니다.또한 운문사 암자인 사리암은 

기도처로 잘알려져 있어 자주 찾아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양산을 지나 언양 그리고 구비구비 도는 운문령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은 곳이죠. 특히 운문령위의 포장마차에서 

먹는 땅콩두부나 국수는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문령이 아닌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타고 

밀양 청도로 들어가 운문댐을 거쳐 오기로 하였으며

청도의 사찰중 운문사라는 큰절에 가려져서 

사람들이 발길이 뜸한 조용한 절들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목적지: 적천사- 불령사 -  대비사  





 ◈ 적천사 ◈




 ◈ 은행나무와 천왕문 ◈








사하촌의 소달구지가 다녔음직한 좁은 돌담길을 

혹시 내려 오는 차를 만날까 가슴조이며 계곡 깊이 찾아 들어가면 

넓은 주차장과 우람한 은행나무 한쌍이 손님을 맞이한다.



천연기념물인 이 은행나무는 지눌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둔 것이 자랐다는 전설이 있다. 



적천사는 신라 원효대사가 토굴로 창건하여 보조국사 지눌이 중창한

유서 깊은 절로서 임진왜란때 소실되어 1664년 다시 지어진 절이다



 ◈ 사천왕의 미소 ◈








적천사에는 은행나무외에 조선 숙종대에 조성된 

목조 사천왕상(四天王像)과 관음괘불탱,대웅전 등이 유명한 곳이다. 



사찰의 입구에는 일주문이나 불이문은 없고 은행나무 앞에 

세워진 문이 곧바로 사천왕문이다



사천왕문(四天王門) 좌우에서 절을 수호하고 있는 이 사천왕상은 

몇 조각의 나무를 이어서 제작(製作)하였는데 각기 

비파(琵琶)·칼(劍)·탑(塔)·보주(寶珠) 등의 지물(持物)이 다를 뿐 

모두 왼발로 악귀를 밟고, 화련한 보관과 갑옷, 

양 팔에서 날개처럼 펼쳐 올라간 천의, 마치 광배를 지닌 것처럼 

머리 뒤로 날리는 또 다른 천의 등이 다 같은 모습이다. 



당당한 모습으로 발로 악귀를 밟고 있지만 얼굴은 험상궂거나 

분노하는 표정이 아닌 오히려 웃음까지 띠고 있는 정감어린 모습이다. 

이러한 점은 조선 후기 사천왕상에서 흔히 보이는 특징이라 한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面上無瞋供養具 

口裏無瞋吐妙香

心裏無瞋是珍寶 

無染無垢是眞常 



문수동자게(文殊童子偈)





 ◈ 무차루(無遮樓) ◈












사천왕문을 나와서 토끼풀 가득한 풀밭을지나면 오래된 누각인 

무차루(無遮樓)가 서있다. 대웅전에서 무차루를 바라보면 현판에

화악산 적천사라는 일주문에 걸려야 할 현판이 걸려 있다



무차루 안 탁자위에는 다기와 차,찻물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어

목마른 사람들은 누구나 마시라는 듯 기다리고 있다



 ◈ 대웅전과 당간지주 ◈






무차루 아래를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인데 그 앞에 

300여 년 연륜의 쇠로 된 당간지주 두 기가 우뚝 솟아 있다. 

적천사의 명물인 관음괘불탱을 걸기 위한 것이다. 

괘불탱은 부처님 오신 날처럼 중요한 불교의식을 거행할 때 

절 마당에 내 거는 불교 그림을 말한다. 



현재 괘불탱은 도난의 우려로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이 괘불탱과 당간지주는 보물 제1432호로 지정됐다. 



대웅전 안에 들어서면 정면 수미단 위에 황금빛 석가모니불이 

좌우에는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가 자리잡고 있다. 

석가모니불 뒤로는 후불탱이 보인다. 이 후불탱도 진짜가 아니라 

사진으로 실사한 것이다. 도난을 우려해 진짜는 

동화사 성보박물관에 안치해 두고 있다. 



 ◈ 전각들 ◈






대웅전 왼편에는 명부전이 있고 오른편에는 적묵당과

종무소가 있다. 명부전과 무차루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면 

텃밭과 빈터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 연못과 암자터 ◈










오솔길 입구 앞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있으며, 

주위로는 텅 빈 암자터들이 드문드문 보여 옛날 

이절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지금은  도솔암만 남아 있다고 한다



 

절을 내려오니 바쁘게 오르며 미처 살피지 못한

돌담이 비에 젖어 있습니다. 잿빛 블록으로 

반듯 반듯하게 정돈된 아파트에서 벗어나 

크고 작은 돌들을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 돌담을 보면 

마음이 괜히 편안해 지는 것을 느낍니다. 



돌담길 끝에는 행주치마를 두른 어머니께서

예전의 고운 모습으로 밥먹으라고 부르고 계실 것도 같고

또 골목 저편에서는 친구들이 더 놀자고 붙잡을 것 같은 

크지는 않으나 작은 돌담길이 비에 젖어 그리움을 더하고

돌담에 곱게 내려 앉은 능소화는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 능소화  ◈






 

능소화





이 양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대가



건너 방 창밖에

꽃으로 피었습니다



긴머리는 꼬아 엮은 채로

앞가르마는 일직선으로



갑사 댕기를 입에 물은 듯

과연 내마음을 사로잡는

울타리 너머로 다가 선

그대와 나의 연정이여!





 ◈ 불령사  ◈






불령사가 있는 호랑산 비룡골을 찾아 가는 동안

거센 빗방울이 차창을 몇번이나 두드리더니  물러난다



산등성을 따라 내려오는 짙은 안개비가 뺨에 닿아 촉촉함을 전하고

후덥지근함을  잠시 씻겨주는 선선한 골바람을 따라 오솔길을 오르면 

계곡물이 금방이라도 삼킬 것 같은 절이 나타난다















떨어지는 폭포와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 소리에 

목탁 소리와 염불이 스며 들어 사방에 퍼져나가게하는 

불령사는 가파른 계곡 좁은 터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전해진다 



 ◈ 대웅전 ◈




좁은 공간에 조화롭게 자리한 건물들은 산이름과 맞물려 

수호지 梁山泊 산채가 연상되고 계곡 중턱에 자리 잡은 

대웅전 단청은 바래어 속살을 훤히 들어내놓고 있으며

계곡 아래 기둥을 내려 난간을 설치해 터를 넓혀 놓았다.



 ◈ 대웅전에서 바라본 삼성각 ◈






 ◈ 삼성각과 전탑 ◈








절벽 위에는 오래 전에 붕괴된 전탑(塼塔)을 1968년 5층탑으로 

재 조성한 전탑으로 비록 원래의 모습은 아니나

이 사찰의 역사를 말해주기에는 충분한 듯하다



이 전탑은 단성기단에 오층으로  벽돌로 쌓아 올렸는데

벽돌 하나하나에 부처님 두 분과 탑 세 개가 

새겨져 있어 천불천탑 사상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한다



 ◈ 전탑에서 바라본 전경 ◈






전탑은 각종문양을 양각한 벽돌로 쌓는 탑이므로 건립에 앞서 

공정이 복잡하고 작업과정이 어려워 일부지역에서만 건립되었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수가 많지 않은 귀중한 전탑이나 

많은 부분을 시멘트로 복원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 대비사  ◈






기와 불사 시주에 떡을 챙겨 쥐어주며 길을 배웅해주는

늙은 공양주 보살의 주름진 따뜻한 손길을 뒤로 하고

대비사를 찾아가는 길가에는  붉게 익어 가는 복숭아를

탐스럽게  매달고 있는 과수원과 대추밭의 푸른 빛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잘 정비된 황토길을 따라 올라가면 대비지라 불리는

커다란 저수지가 앞에 나타나며 저수지 왼쪽 끝에 

대비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라 시대때에 오갑사, 즉 대작갑사, 가슬갑사, 천문갑사, 소보갑사, 

대비갑사 등 '갑'자가 들어가는 5개의 사찰이 있었는데 

대작갑사는 현재 운문사로 남아있고, 대비갑사는 

지금 이곳의 대비사로 남아 있으며 

그 외 나머지 세 갑사는 폐사되어 없어졌다고 한다. 



대비사는 일주문이나 천왕문 등 사찰 경내로 진입을 위한 대문 

하나 없이 돌담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다



 ◈ 대웅전 ◈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전형적인 다포식 맞배 건축물인 대웅전은 

보물 제83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각 불단에서 묵서가 발견되어 

조선 숙종 때 중건한 것을 알 수 있다.



2단의 기단위에 맞배지붕을 이고 있는 대웅전은 단청이 모두 벗겨져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기둥엔 흘림을 두고 기둥머리를 

가볍게 궁글려 흘림의 선이 고와 보이나 

측면의 풍판은 너무나 가깝게 닿아 있어 단아한 맛이 적고, 

비좁아 보이기도 한다.



 ◈ 삼성각 ◈










건물로는 대웅전과  대웅전 오른쪽에 향로전이 요사는 왼쪽에 있으며

산내 암자로 도솔암과 옥련암이 있다. 대웅전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이끼 잔뜩 내려 앉은 바위 계단위에는 조경이 아름다운

삼성각이 자리 잡고 있다



운문산에서 짙은 비구름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밀려 오고

대웅전 처마에 걸린 풍경 소리만 가끔씩 여름을 깨우는

대비사는 기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풍경소리가 울려 퍼지는 적막하고도 고요한 절이다









고요가 바꾼 것 





송재학





대비사 대웅전 돌 계단 앞에 남풍이 머물면

고요는 돌 계단을 상승이 아니라 하강으로 바꾼다

고요가 붙잡는 정지의 힘!

맞배 지붕의 대웅전이 옥빛 손뼉을 치면서

계단 너머는 팽팽해져 알 수 없는 깊이까지

나는 빛의 속도롤 다녀온다



돌 나간에 향기처럼 새겨진 안동초는

꽃피우는 순간의 정지에서 벋어 나왔다

그때 물 소리는 폭우에서 뿜어져 나왔고

물봉선은 모든 씨앗을 바람의 난간에 맡긴다



그때 저녁의 저수지에서 찰랑거리는

종소리는

느림에서 정지 사이의 돋을새김







2006년 07월 16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