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국의 대통령이었다.

장례식은 가장 높은 급의 국장 바로 밑인 국민장으로 치뤄졌다.

하지만 내 주변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민'을 찾아 보기란 무척 힘들었다.

한때나마 그는 나의 이웃(최대통령 바로 옆에 있는 오피스텔: 창문을 열면 그의 집이

앞마당까지 잘들어왔다)이었기 때문에 내게는 그의 부고가 좀 각별하게 느껴졌다.

가만 생각을 해보니...

그는 대통령 재임 기간에 신군부의 12.12 쿠데타를 막지 못했고 민주화 조치를 과감하게 취하지 않아 쿠데타의 빌미를 만들었고, 5월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을 사실상 방조한 점이

생각이 났다.

개인의 한계로 돌려야 할까? 이웃집 할배 최규하 영전 앞에는 명복을 빌지만, 대통령 최규하의 영전 앞에는 역사의 준엄한 책임을 물어 잘잘못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운명 앞에 비겁했던 일국의 대통령과 죽기 직전까지 부단히 시련과 싸운 박치기왕 김일,

비슷한 시기에 참으로 대비되는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