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와 내가 모두 실업가(失業家)이던 1998년 여름이었다.
난 대학 친구 3명과 덕유산 정상에 올라 산장에서 돼지목살 구워 먹으려고 버너를 꺼냈는데 친구중 아무도 코펠을 갖고오지 않았으니...
그리하여 산장에서 밥을 해먹던 아주아주 시끄러운 부산팀 일행(부산 사람은 유독 어느 산에 가도 시끄럽다)에게서 코펠을 빌리고 김치까지 얻어 두르치기를 했고.
그런데 이 부산놈들이 자기들끼리 두루치기를 널름 널름 먹어치우는거야.밉살스럽게도.
모른체하고 다시 두르치기를 했더니 또다시 널름.
3번째 하니 그 친구들도 미안한지 어디서 왔냐고 묻고 술도 한잔 주면서 말붙이가 돼었는데 이야기 도중 동래고 나왔다고 하니 몇회냐고 묻더라.
'53회인데요'
'어 우리 일행도 53회가 있는데, 아무개야 이리 와봐 똥고가 하나 있다'
누군가 산장에서 나오는데 전혀 모르는 얼굴.
'니 누고'
'병래다'
'니가 병래가'
'니는 누고'
'나 정대다'
'니가 정말 정대가'
'야 반갑다'
'반가운건 좋은데 이 친구들 니 선배가 후배가'
'아 후배들이다'
'야 그라문 내가 두루치기할 군번 아니네'
상황을 보던 시끄러운 놈들이 그제서야 '형님 이리 주이소'하며 코펠을 빼앗아 지들이 요리해 진상한다.
정대와 난 새벽3시까지 술이란 술을 모두 꺼내 마시고 산장에서 쌍코골이를 하며 다른 사람들 잠 설치게 했었다.
아침에 헤어지고 못만났는데 재석이 덕분에 이 사이트에서 다시 만나 덕유산 운운 하니 이야기거리로 하나 올려본다.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