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생명, 그 상생과 무위의 조화  / 마르크 샤갈 '콘서트' 





흔히 사람끼리의 일이나 삶에서 바람직스러운 지혜의 덕목으로 '조화'를 든다. 

그리고 그 '조화스러운 것'의 모범으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상기하기도 한다. 

각각 다른 악기에서 내는 음색들이지만 서로 잘 어울려 화음을 이루어내는 

'조화(調和)의 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세상 돌아가는 일로 

가슴이 답답할 때,샤갈의 '콘서트'란 작품을 펼쳐 본다.

 

 

화폭에 전개된 색채의 배열과 형태들의 구성이 지어내는 흐름도 훌륭하지만 

조화에 대한 차원 높은 발상의 묘를 맛보는 즐거움 때문이랄까.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사람과 새 닭 말 천사가 함께 연주하고 있는,

그야말로 온 우주가 생명의 환희에 찬 '우주적인 대(大)조화'의 연주회 장면이다. 

한낱 그림에 불과하겠지만 보고 있으면 머리가 시원하고 속도 후련해진다. 



이 대단한 연주회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가 누구일까? 지휘자로 보이는 인물은 없다.

 아마도 오른쪽 위에 둥실 떠 있는 '해' 같기도,'달' 같기도 한 둥근 광명체일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화면에 번진 오색찬란한 빛무리들이란 이 흰빛 광원으로부터 분광되어 

나온 '빛의 스펙트럼'이다. 그렇다면 이건 단순히 작자의 상상력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생명의 우주적인 연대와 조화에 대한 통찰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럴 때 나는 '화엄사상'을 떠 올린다. 우주와 생명의 세계는 한 부분이 

다른 부분과 서로 그물망처럼 연관되어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걸림없는 

상호관계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말한다. 



우주생명의 본원은 '광명'이며,모든 존재는 그 '광명의 나툼(顯現)'이라는

지혜가 실로 기운차리게 한다. 



샤갈의 '콘서트'는 어김없는 '화엄사상'의 시각적 이미지다. 

그리고 명지휘자란,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본래부터 부여받은 

천품의 '광명'을 각각 남김없이 유효적절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태양'처럼 그렇게 둥글게 두루하여 '함이없이 하는 일(無爲)'이 아니겠는가. 



---- 중략 ----



'눈부신 태양이 푸른 허공에 높이 솟으니,우주에 무한하고

 영원한 광명이 넘쳐 있습니다. 천당 지옥과 성인 악한이 

그 본래면목은 다같이 이 광명덩어리입니다. 

삼라만상이 하나도 광명 아님이 없으니 나는 새,

기는 벌레,흐르는 물,섰는 바위가 항상 이 광명을 발하고 

일체가 서로 서로 비추어 참으로 거룩하고 

무서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무리 불행하게 보이는 존재라도 

가득한 광명이 있으니 모두는 참으로 행복한 존재입니다. 

이 광명은 청황흑백 등 일체 색상이 끊어졌으나 

일체 색상 자체가 이 광명입니다.' 



이 넉넉하고 투명한 언어와 그림 앞에서 도대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며,

또한 온갖 변명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내 마음의 조화스러운 '광명의 콘서트'. 







옥 영식/미술평론가(2/5일자 부산일보 발췌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