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 ◈

음악 좋죠? 

비가 똑 똑 한방울씩 떨어지고 

비구름이 물러나고  하늘이 열리고

아름다운 가을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곡입니다

이번 배경음악은 지난번 Autumn Leaves에 이어

Autumn Rain입니다



전 저번 주말에 가을비를 맞으며 선운사를 다녀 왔는데 

단풍이 곱게 물들어 선운사 처마까지 내려하던군요. 

아마 이번 주말이 선운사와 내장사 백양사의 단풍이 절정일 것 같네요



이번 주말 비가 온다고 하네요.많은 비는 아닌 듯하니

가을 산에 한번 다녀 오시죠.

비온 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불타는 단풍...

이 가을이 다가기전에 낙엽에 한번 빠져 보는 건 어떨까요?



 ◈ 국화옆에서 ◈

이시는 국화만 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미당(未堂)의 시입니다.
미당(未堂)을 흔히 한국의 시성(詩聖)이라고 하죠.
전통적 서정세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토속적인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어휘 자체에 풍부한 시적 의미를 부여하였으며
우리가 학교 다닐때 외워야 했던  화사(花蛇),동천(冬天),
귀촉도(歸蜀道)등 많은 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리니 서정주는 친일 문학가이며
우리가 외웠던 많은 시들이 교과서에서 삭제 당하고
국화는 일본 황실 문양의 상징으로 일황과 제국주의에 대한
찬양의 시(詩)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랬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미당의 고향인 고창에서 지난 10월 29일부터
미당 시문학관에서 열리는 국화축제와
선운사 도솔암을 찾아 보았습니다.


미당 시문학관

100만 송이도 아니고 100억송이 국화 축제라고 하여
마을 전체가 노란 국화로 덮여 있는 장관을 상상하며
새벽에 천리 안개를 뚫고 달려 왔건만
국화는 꽃몽우리만 맺힌채 아직 피지 못하여
조금은 실망이었습니다

담쟁이 덩굴이 시인의 영욕처럼 얽혀 있는 문학관에 들어서니
우리가 고전으로 여기는 많은 그의 시들과
일제에 대한 찬양과 전전대통령에 대한 축시등
절대 권력에 아부한 시들을 나란히 걸어 두어
시인에 대한 판단을 자신에게 맡기는 것 같은
문학관의 의도가 신선하고 좋더군요.

문학관에는 미당의 육필원고를 비롯하여 각종 사진자료와
운보 김기창 화백의 미당 초상화 등 만년에 쓰던 유품과
각종 서적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自畵像 





서정주 

.

.

.

전략

.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별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덕거리며 나는 왔다.









문학관 걸려 있는 자화상(自畵像 )은 미당의 젊은날의 

문학적 초상화에 해당하는 시로 이시를 읽으면서 

미당은  자신의 권력에 대한 성향과 태도

曲學阿世(곡학아세)에 대한 후대 자신의 평가를 예견하여

미리 서둔 유서처럼 반성과 변명을 남겨 두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문학관을 나와 선운사로 향했습니다



 

禪雲寺

 

선운사는 삼국시대 백제 위덕왕 24년 검단선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서

동백피는 봄에는 인근의 학원농장 청보리밭과 함께

꽃무릇피는 늦여름에는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와 

단풍철에는 내장사와 백양사를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이다



도솔천

선운산 입구에서 선운사까지 단풍나무 사이로 황토길이 나있고
왼편 도솔천 위로는 비춰지는 단풍의 반영이 아름답다

일주문에서 절까지는 맑은 물이 흐르는 도솔천이 이어진다.
선운사 창건설화에, 아랫마을에 눈병이 나돌자 검단선사가
위쪽 연못에다 숯을 묻어서 눈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전설이 깃든 도솔천이다. 도솔천 바닥은 낙엽들이
함유하고 있는 타닌산이 침전되어 검은 빛을 띠고 있고
그위를 곱게 물든 낙엽이 낮은 곳으로 흘러 가고 있다.

도솔암 가는 길

도솔천가엔 고목들이 어느 암자의 늙은 공양주 허리처럼
휘어져 고운 가을아래 온화하게 물들어 가고 있으며
선운산 단풍도 어느듯 절의 야트막한 담장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길 양편으로 붉은 단풍이 우거져
하늘을 가리며 제법 쌓인 낙엽은 가는 길 내내
발길에 흩어져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을을 밟으며 도솔천을 오르면 우측에 선운사
천왕문이나타난다. 그러나 이번 목적지는
지난 여름 오르지 못했던 도솔천 끝에 있는
내원궁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했다


극락을 상징하는 내원궁까지 이어지는 숲길의
울긋불긋한 단풍은 밤거리 네운의 강렬한 선홍빛이 아니라
시골 새색씨 보조개 위에 붉그스레 피어나는
홍조처럼 부드러운 주홍빛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흐르는 도솔천 물소리로 땀을 식히고
계곡위에 펼쳐진 차밭의 향기를 맡으며
단풍에 물들고 있는 가을 속으로 빠져 들다보면
눈앞에 장사송과 진흥굴이 나타난다.

진흥굴

선운사에서 1.8km 지점에 있는 이 굴은 숭불왕으로 유명한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퇴위한 후 수도한 곳으로 높이 4m 길이 10m의 동굴을 갖고 있다.

장사송

진흥굴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수령 600년된 소나무도 볼거리다.
우산처럼 생긴 것이 진흥굴을 보호라도 하고 있는 듯한데,
장사송이라 이름 붙여져 있다

도솔암

장사송을 지나 도솔암을 향해 올라가면 가을은 더욱 짙어지고
오솔길 따라 오르면 장군봉아래 찻집이 보인다. 그 뒤로
깍아지른 기암 절벽의 절경사이에 자리잡은 도솔암에는
두채의 요사가 딸려있다.

도솔암 나한전

도솔암 뒤편 산길위에는 나한전과 마애불이
오른쪽으로 천인암이라는 기암절벽아래
도솔천 내원궁이라는 현판 세워져있다

마애불(보물 1200호)

천인암 서쪽 암벽에 아래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솔암 마애불이 있다.  머리 위의 구멍은 동불암이라는
누각을 세웠던 자리이며 마애불 배꼽에 있는 복장감실에
세상을 바꿀 비결이 숨겨져 있다고 하여 갑오농민전쟁 때
동학도인 손화중이 꺼냈다고 하는데 이일로
동학도 수백명이 문초를 당하고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벼랑 끝에 내려 앉은 작은 암자 내원궁

도솔천이라는 하늘나라에는 내원궁(內院宮)과 외원궁의
두 궁전이 있는데 외원궁은 하늘나라 일반중생이 살고
있는 곳이고, 내원궁은 미륵보살의 정토(淨土)이다.

바위틈으로 나 있는 내원궁을 오르는 계단을 오르는데
세속의 찌든 먼지를 다 벗겨주려는 듯
장대같은 가을비가 쏟아진다. 빗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독경소리가 마음까지 씻어주는 듯하다

비를 피하려 함인가 내원궁 지장보살의 자비를 구하려함인지
암자 안팎에서 들려 오는 염불소리의 간절함에 절로
고개 숙여지며 합장하게 되었다.

도솔암 내원궁에서 바라본 천마봉과 낙조대

내원궁앞에 서면 아래 용문 계곡의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고
마주보이는 낙조대와 천마봉,장군봉의 장관에
입이 닫혀지지 않는다. 도솔암에서 바라본
주위 풍경이‘별유천지 비인간’의 비경을 이룬다

마침 마주보는 낙조대 위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이
비를 타고 雨化登仙(우화등선)하는 듯한 착각에 젖어든다
하기야 여기가 구름위에서의 참선하는 禪雲寺이니
어디를 둘러봐도 선경 아닌곳이 있으랴!


도솔암의 아름다움과 예상치 못한 비때문에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내원궁이 그렇게 아름답다건만
이번에는 인연이 아닌지 비피하느라
시간이 지체 되어 오르지도 못하고 내년 봄 보리 필때를
장군봉과 낙조대를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섰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