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 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 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言語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言語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봄은 땅에서 피고 

가을은 높은 하늘에서 지기 시작한다더니

요즘 단풍이 설악산 어느 봉우리까지

오대산 아래까지 산봉우리에서 계곡으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 옵니다.

 

지난 일요일은 오랜만에 일찍 길을 나서

가을이 어디까지 왔나 찾아 나섯습니다.

진주를 지나 대진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기온은 1-2도를 가르키고 추수가 끝난 들판 위로

눈처럼 흰서리가 뽀얗게 내려 앉자  

가을대신 겨울이 먼저 온 듯 했습니다.

흰서리는 떠오르는 가을 햇살에 녹아 내려 

짙은 안개로 변해 길을 가리곤 하던군요. 







피어나는  안개속을 뚫고  3시간여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단풍은 이제 막 시작인 듯 멀리 산등성이에 머물러 있고

조용한 산사 입구에는 아직은 녹음이 여전하고

산위에서 떠내려오는 낙엽들만 계곡 돌멩이에 

걸려 마치 가을이 물속에서 먼저 온냥

웅덩이 여기 저기를 노랗고 붉게 물들여 

산봉우리의 가을을 먼저 전해 줍니다



오늘은 거창의 산사를 찾아 보았습니다.

거창은 함양 산청과 더불어 유배지로서 귀양온 

문인들이 많아 유교가 성했으며 또한 인근 합천에 해인사라는 

대가람이 있어 상대적으로 거창을 대표하는 큰 절이 없으며

덕유산 자락의 송계사,우두산의 고견사가 그나마 잘알려져 있습니다





 

송계사 




덕유산 동남쪽 양지바른 터에 들어선  송계사는 

울창한 송림과 시원한 계곡을 거느리고 있다고 해서 

송계사라고 하는 것이니,규모는 작고 아담하며

찾는이가 드물어 고요한 산사의 정취를 흠뻑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극락보전




국립공원 매표소를지나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송계사는 

앞뒤로 대나무밭이들어서있고 작은 채소밭도 눈에 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극락보전과요사채가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




이 절의 역사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효대사, 의상대사가 영취사라는 사찰을 개창하면서 

송계암등 5개 암자를 주변에 지었다. 그렇지만 임진왜란의 와중에서 

4개 암자는 불타 없어지고 송계암만 겨우 남아 불법을 전파했다. 



삼성각




덕유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송계사계곡은 아주 아름답다. 

특히 계곡이 너무 깊어 두문동계곡이라고도 한다. 

맑은  계곡과 울창항 숲으로 둘러싸여 봄,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단풍, 겨울 송계사를 감싼 눈쌓인

덕유연봉이 아름다워 찾는 이로 하여금 찬탄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함양 용추사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는 등산로가 잘알려져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이다





송계사를 뒤로 하고 수승대를 들르려 하였으나

거창 사과 축제와 마라톤 출발 준비로 인해 길을 통제한다고 하여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금원산 자연 휴양림으로 향했다.



 

금원산 가섭암터 




경남 함양과 거창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금원산은  

옛날 이 산에 살던 금빛 원숭이를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잡아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가섭암터는 금원산휴양림 내에 있으며 

금원산에는 유안청 폭포, 자운폭포, 한수동계곡 등 

크고 작은 소와 담이 분포되어 있는데 특히 이 산과 연결된 

기백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유안청 계곡은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은 심산유곡으로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작하고 있는 곳이다.  

 

문바위






자연 휴양림 관리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유안청폭포있으나 먼저 오른쪽에 있는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迦葉庵址 磨崖三尊佛像)으로향한다.



산길을 들어서면 맑은 개울이  흐르고 

낙엽이 쌓이기시작한 오솔길을 걸어 오르면 

아름드리 이상의 장대한 소나무가 기다린다. 

그위로 탑을 이고 있는 국내에서 단일바위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장대한 문바위가 보인다

그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문바위 주위를 둘러봐도 어디 오를 곳이 없건만

그 높은 곳에 누군가 올라가 돌탑을 세워놨다.

옛 가섭암 절의 일주문에 해당하여 가섭암으로도 불린다.



구한말 애국지사이신 면우 선생 곽종석[1864-1919] 은 이 곳을 찾아 

[문바위]를 읊은 칠언절구가 전한다. 





시냇가에 우뚝 솟은 바위돌 신의 도끼로 다듬어 낸 듯

머리 위에 소나무 자란 것 더욱 정을 끄누나

높이 치솟아도 서로 의지하여 살아가네

저 처럼 부끄러울 일 없이 푸르게 살아 가리라. 





108계단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迦葉庵址 磨崖三尊佛像)은 

관리건물 뒤쪽으로 난 108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양쪽 큰 바위가 겨우 사람 하나 틈사이로 연결되어  

있으며 머리 위로도 다른 바위가 하늘을 가렸으니 

삼면이 바위로 두러 쌓인 천연 굴인 셈이다.

굴안으로 들어서면 대여섯명이 앉을 공간이 있으며

그 중 안쪽 남향 바위에 삼존불이 새겨져 있다.





마애불






보물 530호인 석굴 안 마애삼존불은 흘러내리는 빗물이 

양쪽으로 피해서 흐르도록 조각된 고려 초기 불상이다.

천연 동굴의 직립 암벽을 얕게 파고 부조한 마애불로서 

침잠한 얼굴 표정과 특이한 대좌 형식 등에서 토속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불상으로 높이 약 3m 너비 약 2m의 큰 작품이다.





중앙의 본존불인 아미타불은 염화시중의 미소를 띄고 

있는 듯 하나 가섭의 지혜를 가지지못하였으니 

그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으나 그저 마주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져 오는 듯 하다



본존불의 넓적한 얼굴은 작은 눈과 입, 세모꼴의 뭉툭한 코, 

납작하고 긴 귀 등은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다.

 



좌우 협시보살은 본존불과 조각기법이 비슷하지만 

양 옆으로 고사리처럼 번잡하게 뻗은 천의 자락과 

영락 장식 등 장식성이 강하다. 

특히 왼쪽의 보살이 오른손으로 옷자락을 슬며시 

당겨 올려서 잡고 있는 표현은 투박한 가운데에서 

여성스러운 자태를 볼 수 있는 빼어난 것이라 말하고 싶다.



좌협시보살 옆에 세로 88cm, 가로 70cm 크기로 암벽을 파낸 다음 

이 불상의 조상기(造像記)를  새겼다. 



유안청계곡




문바위를 뒤로 하고   유안청폭포를 찾아가노라면 

수많은 소와 폭포, 담이 줄지어 나타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유안청폭포를 중심으로 금원산 정상 아래까지를 거창 사람들은 

지재미골 또는 유안청계곡이라고 하고 부른다.

 

유안이란 유생을일컫는 말이다. 

세속을 버린 선비들(儒)이 책상(案)을 들고 산에 찾아들어와 

공부를 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유안청폭포




유안청계곡은 길이가 2.5km에 이르며  경관이 빼어날 뿐 아니라 계곡이 깊고

수량이 풍부하여 곳곳에 아름다운  폭포와 소를 지니고 있으며, 

높이 80m의 직폭인 유안청 제1폭포, 길이 190m의 와폭인 유안청 제 2폭포, 

붉은 빛깔을 띤 화강암을 깔고 쏟아져 내리는 물결모양이 마치 

노을바탕에 흰구름이 흐르는 것 같은 자운폭포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1950년대에 덕유산에 집결한 남부군 500여명이 지리산으로 이동하다가 

이 계곡에서 목욕을 한 사연이 숨어있어 영화 ‘남부군’의 한 장면에 

이 계곡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비가 적어 폭포의 웅장함은 맛볼 수 없었지만 

계곡과 계곡 폭포와 폭포를 찾아가는 단풍에 물들어가는 오솔길을

걸어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우두산(牛頭山) 고견사










금원산 휴양림을 나와 한참을 달려 고견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의상봉 1.8km, 고견사 1.2km\'라 쓰인 이정표가 우리를 안내한다.

고견사에서 해인사로 넘어가는 등산로도 잘 알려져있다. 

주차장에서 고견사까지 30여분 걸어 올라 가야 하며

절에 쓰는 무거은 짐들은 모노 레일로 운반하고 있다



의상대사와 원효대사가 창건한 견암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고견사는 신라시대 축조된 석축도 훌륭하며 의상봉에 안긴 

절의 전경이 빼어나다.  







요사체와 은행나무






고견사 뒤편에는 의상대사가 참선하던 터로 알려진 의상봉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동쪽으로 가야산, 서쪽으로 덕유산, 남쪽으로 지리산을 볼수 있으며, 

주변의 장군봉과 별유산, 비계산, 처녀봉, 

박유산 등의 멋진 봉우리와 산들도 볼 수 있다.



최치원이 심었다는 은행나무 뒤에는 요사채 1동이 있고, 

여기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대웅전과 범종각 등 고견사의 주요 당우(堂宇)들이 있다. 



축대




이곳의 자연석을 이용해 쌓은 축대가 너무 운치있다. 

밑 부분에는 큰 돌을, 위에는 작은 돌을 이용하여 쌓은 석축(石築)이 

절의 분위기를 한층 격조있게 한다. 자연을 개발하되 억지스럽지 않고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려한 이곳의 석축은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중생들의 마음을 한껏 편안하게 해준다. 



별유산사 천성문(別有山寺 天城門)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별유산사천성문(別有山寺 天城門)이라는 빛 바랜 편액이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표현이다. 하늘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인가? 

그러고 보니 석축 위에 높지 않게 쌓아놓은 담과 

뒷편의 암릉이 하늘의 성처럼 가슴에 와닿는다. 



동남쪽으로 건너다 보이는 봉우리들과 맑은 하늘이 

절의 분위기를 더욱 장쾌하게 한다.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이것이 인간세상 아닌 별천지 아닌가! 





그 유명한 이태백 (701-762)의 山中問答이다. 



이백이 노년에 자연에 취해 읊은 그의 최고의 시로서, 

산속 물흐르는 계곡에서 살면 

부러울게 뭐가 있겠냐는 의미일것이다. 

하기야 탐진치 다버리고 자연에 순응하여 살면

그곳이 무릉도원이고 피안이지 유불선이 어찌 다르랴



대웅전에서 바라본 천성문




바람불면 스러질듯이 쇠락 할데로 쇠락한 천성문은 

고견사 절이 화마 (火魔)를 여러 번 겪으면서도 

한번도 불타지 않고 그대로 오래 유지되고 있단다. 





대웅전






삼성각과 마애불




절위 삼성각옆에는 바위에 부처님이 계신다 비 바람이 불어도 

눈 보라가 처도 삼복더위에도 엄동 설한에도 노상에서 그자리는 

굳굳히 지키고 계시는 부처님의 얼굴에서 인자함고 자비로움을 느낀다.







가을 





김광림 





고쳐

바른

단청빛

하늘이다



경내는

쓰는 대로

보리수 잎사귀

한창이다



잎 줄기에서

맺혀 나온

염주알

후두둑 떨어진다



벼랑 위에

나붓이 앉으신

참 당신

보인다





범종루






조선 인조(1630년)때 만들어진 동종이다



고견사 석불(古見寺 石佛)




화강암의 큰 바위에 불상과 광배를 한 몸에 조각하여 만든 여래입상으로 고려시대 작품이다.



고견사 석탑(古見寺 石塔)



고견사 석탑은 고견사 석불의 곁에 있으며 매우 작은 형태로 

탑의 완전한 모습을 이루지 않고 있다.전체 높이는 약 145cm 정도이며, 

시대는 석불과 같은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토란,배추,청국장,찐살 등을 

늘어 놓고  할머니들이 팔고 있었다.

집사람은 쪼그리고 앉아 할머니와 흥정이 한창이고

기다리다 짜증내려 하면 얼른 할머니 찐쌀 한웅큼을

입에 넣어 주며 말을 막고는 할머니와 무슨 말이 그리 많은지...

또 한마디하려고 하니  맵지 않다며 주는 커다란 오이 고추를 

촌된장 찍어 입에 넣어 주는데 아삭 아삭 싶히는 맛이 일품이다.

그렇게  맛보고 장바구니를 채워가는 동안

가을해는  짧아져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