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 고생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 글을 쓴다.
너가 처음 동기들의 모임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리고 너가 자진해서 총무 한번 해보마고 했을 때
우리 모두는 반갑고 고맙게 생각했었다
너는 참 열심히 총무직을 수행했었지
많은 동기들 찾아내고 일일이 주소파악 다하고
동기명부 완전히 최신판으로 새로 만들고......
그런데 조금씩 실망하기 시작했지?
모임한다고 연락하면 왜 연락했냐는 식의 동기도 있고
그래 꼭 갈께 해서 몇십명 예약해 놓으면
절반도 안나오고 연락도 없고
군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너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었지
그래서 난 사실 걱정이었다
현실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너의 열정이 다칠까봐
드디어 그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는구나
가슴이 아프다
일단은 너를 위로하고 싶다

그러나 여홍아
그런게 아니다
\"원하지도 않는데 동기회 모임할 필요 있나\"
그런 글 쓰지마라
동기회란게 뭐 어떻게 할려고, 뭘하기위해서 만나는 모임이 아니쟎아
그냥 세상 살이 하면서 가슴속에 쌓여가는 찌꺼기들 머리속에
차여가는 삶에 대한 중압감 같은 것들을
그때 정말 아무 티끌없이 웃을 수 있었던
세상과는 상관없이 꿈으로 가득찼었던
뭐가 그리 심각했었는지 온세상을 다짊어지기도 했었던
그런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한명이면 어떠냐

여홍아
그냥 이해가 잘 안되겠지만
모임은 하면 된다
너무 많은 기대로 너 스스로 가슴에 상처를 내지마라
1월 10일 새해 새로운 기분으로 만나자
기다릴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