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은 지난 29일, 국내 업체중 최초로 임금 피크제에 노사가 합의,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까지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을 넘는 근로자는 월급을 깎는 제도.
“IMF관리체제 사태를 겪으면서 일부 동료 직원들이 명예 퇴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직을 떠나니 자녀들 혼사문제, 교우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더군요. 그래서 정년을 보장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회사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남상종 노조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월급을 깎는 뉘앙스가 강한 ‘임금피크제’란 단어대신, 정년보장의 성격이 강한 ‘일자리 나누기’(워크셰어링·Work Sharing)란 단어 사용을 고집했다.

“1년여 걸린 회사와의 협상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견을 보인 것은 대상 직종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58세 이후 계약직 전환 때 임금 수준은 어떻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기존에 많이 논의됐던 문제였기에 지난 5월초 사실상 100% 합의하게 됐습니다.”

신용보증기금 노사가 합의한 ‘워크 셰어링’은 크게 임금의 단계적 하향 조정과 보직전환 두 가지로 나뉜다. 정년 3년을 앞둔 55세부터 일반직 직원을 별정직(업무지원직)으로 바꾸고 연차별로 임금을 하향 조정하는 대신 57세까지 정년을 보장해 준다.

보직전환 1차년도에는 직급전환전 보수의 75%, 2차년도에는 55%, 3차년도에는 35%수준으로 조정해 평균적으로 보직전환전 보수의 60%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후 정년에서부터 최대 3년까지 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6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다

남 위원장은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워크 셰어링은 고령화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된다”며 “일반직에서 별정직으로 전환하면 일반직 자리가 남아 내부 승진 적체를 해소할 수 있고 외부적으로는 청년 실업자에게 고용창출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퇴직금 산정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일반직에서 보직전환되더라도 일반직 마지막 해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했지요.”

남 위원장은 내부 반발이나 논란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반대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환영했다”며 “소급 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기존에 명예퇴직하신 분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신용보증기금 허인식 홍보과장은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관련 “연 18억원 정도의 인건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자연스런 인력구조조정효과와 내부 인사 순환 등 긍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