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 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저 물줄기 보다는 휘청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길 끊어져 있다고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똑바로 순순이 예정대로 짐작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이 있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받아들이고 수긍하면 양보하면 좀 더 편해질텐데
나이따라 몸따라 마음 마저 굳어지면 갈수록 이런저런 일 사는 게 더 힘들어지겠지..
귀도 굳어저 하도 남의 말을 잘 안들어니 孔子曰 60而耳順이라..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남의 말대로 일 돌아가는대로 따라가는 건, 자신의 고집을 잊는 건
매사 세상사가 더 편해지고 더 마음에 들도록 바라는 욕심을 버려라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비우면 아름답다 켔는지..
근데,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과연 "孔子曰 60而耳順"이란 말이 나왔을까..
한평생 살면서 쌓인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새삼 대충 덮어 버릴 수 있다면 여생이 더 편할텐데
아직은 마음이 젊어 욕심이 남아 매사 누구와도 따지가나 싸우려드니
철들고 시근들 때(지구를 떠날 때)가 아직은 멀었다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태어 구별 안해도 못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일단 접고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안오는 건지 못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기다리는 내마음만 녹고 녹는다♬♪
관리자 : 최영일 [yichoi4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