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최영일 
지난해 9월 말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윈회(기율위)에 돌발 인사가 있었다. 기율위 감찰부 부부장인 황샤오웨이(黃曉薇)가 갑자기 산시(山西)성 기율위 서기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누가 봐도 좌천이었다. 황은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장관급인 기율위 상임위원(19명)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기율위 최고의 수사 지휘로 차기 감찰부장이 유력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황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의 눈 밖에 난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0월 산시성에서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인 사업가 링완청(令完成)이 기율위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링 부장이 산시성에 숨겨 놓은 트럭 6대 분량의 뇌물 발견(12월 5일)→당 기율위의 링 부장 조사(22일)→산시성 뤼량(呂梁)시 상임위원 리량썬(李良森) 등 4명의 현장급 간부 조사(25일)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그제야 중국 언론은 링 부장의 고향이자 정치적 거점인 산시방을 뿌리 뽑기 위한 히든 카드가 황이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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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정치적 동반자로 시 주석 체제의 전복을 도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2003~2012년) 당 중앙 판공청 주임(대통령 비서실장 격)을 지내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링 부장을 치기 위해 시 주석은 왜 황의 칼을 썼을까. 그가 가진 치밀함과 청렴성, 중국 사회의 고질병인 관시(關系)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높이 샀다는 게 중국 언론의 분석이다.
중국 공직자들에게 ‘염라대왕’으로 통하는 당 기율위에는 130명의 위원이 있다. 직급은 차관~장관에 속하는 고위직이다. 모두 당 기율 위반 감찰이나 조사를 지휘하는데 여기엔 14명의 여걸이 있다. 성비로 보면 10%에 불과하지만 역할은 절반 이상이라는 게 중국 언론의 평가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9세로 베테랑 중 베테랑 급이다. 평균 20년 넘게 기율위에서 근무했는데 그만큼 수사 능력과 청렴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들은 재정부 등 국무원(행정부) 10개 핵심 부서의 기율검사조장과 4개 지방정부 기율위 서기를 각각 맡아 시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황은 14여걸의 수장으로 통한다. 시 주석 취임 이후 낙마한 가장 큰 호랑이(고위직 부패 공무원)인 저우 전 상무위원도 그가 기율위 감찰부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감찰을 총지휘하고 링 전 부장을 정리하는 마무리 작업을 위해 산시성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황은 2011년 전국 기율 감찰부 선진 위원(최우수 위원)에 뽑혔다.
2007년 그가 산둥(山東)성 관할인 기율위 제7감찰실 부주임으로 근무할 때의 얘기다. 당시 감찰실 최고 난제는 산둥성 부서기를 지낸 두스청(杜世成) 칭다오(靑島)시 서기 조사 문제였다. 부패 심증은 많은데 결정적 증거가 부족했다. 또 증거가 있다고 해도 산둥성 최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그를 잡기는 녹록하지 않았다. 산둥성 룽커우(龍口) 출신인 그는 산둥성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정·관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중앙에서는 산둥성 출신의 군벌이 그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황은 감찰실에 비밀팀을 조직해 칭다오로 내려가 현지 주요 기업인들을 만나 “기업에 피해가 가면 사표를 쓰겠다”며 비리 증거를 확보했다. 황이 칼을 뺀 지 1년 만에 두는 626만 위안(약 10억9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류젠화(劉建華) 재정부 기율검사조장의 별명은 ‘천(陳)의 사냥꾼’이다.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上海) 서기와 천퉁하이(陳同海) 전 중국석유화학 이사장 등 2명의 ‘천’ 호랑이를 잡아서다. 천 전 서기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맹주인 상하이방의 실세 중 실세였다. 2004년 6월 당 정치국 회의에서 “상하이는 중앙이 추진하는 긴축정책에 반대한다”며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에게 삿대질을 하며 공개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후 당시 주석과 원 총리가 기율위에 상하이 사회보장기금 유용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는데, 류가 조장을 맡았다. 류는 중앙당교에서 법학이론을 전공하고 기율위에 들어온 이후 재무 부문에서 전문지식을 키웠다. 그는 상하이시 부근 안가에서 100명의 조사단을 지휘하며 사회보장기금 운용에 대한 조사를 했고, 2년 만에 2500만 위안(약 43억원)의 공금 유용 사실을 적발해 냈다. 2006년 천 전 서기는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1년 뒤 류는 또 다른 천 사냥에 나섰다. 천 전 이사장은 정법위의 부서기와 톈진(天津)시 서기를 지낸 천웨이다(陳偉達)의 아들이다. 특히 그는 당시 정법위 서기로 최고 권력을 휘두르던 저우의 핵심 측근이었다. 저우는 석유방의 맹주로 석유업계 자금을 활용해 정계와 관계에 자신의 세력을 키웠다. 천 전 이사장에 대한 내사가 시작되자 저우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으나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회의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년의 조사 끝에 천 전 이사장은 수천만 위안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사형 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 인연으로 류는 지난해 저우의 석유방 척결 과정에서 석유업계 비리 조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의 모든 재정을 책임지는 재정부에 대한 감찰이 그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리추팡(李秋芳) 광전총국 기율검사조장은 부패 공무원의 여자 관계에 가장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우융캉에서 링지화까지 비리로 낙마한 호랑이들이 모두 중국 중앙방송(CC-TV) 앵커나 기자들을 정부(情婦)로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서다. 저우융캉의 현 부인 자샤오예(賈曉燁)나 링자화의 내연녀로 알려진 펑줘(馮卓)는 모두 CC-TV 앵커나 기자 출신이다. 이 때문에 리는 중국 방송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여자’로 통한다.
저우융캉에게 자샤오예를 소개했던 리둥성(李東生) 전 공안부 부부장과 간첩 혐의로 체포된 CC-TV의 유명 앵커 루이청강(芮成剛)도 모두 리의 작품이다. 리 전 부부장은 국가방송영화총국 부국장(2000~2001년)을 지냈으며, 이 기간 중 저우에게 배우와 방송국 앵커들을 집중 소개했다. 최근 10년 간 비리로 낙마한 중국 공무원의 95%가 혼외 관계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 정부의 90%는 CC-TV나 지역 방송국의 앵커 출신이다.
이 밖에 기율위 ‘세금 도사’로 통하는 펑후이민(馮惠敏) 국가세무총국 기율검사조장과 후위민(胡玉敏) 해관총서 기율검사조장도 주목받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해 법치를 강조하면서 탈세에 대한 강한 감찰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환경 관련 부패는 저우잉(周英) 환경보호부 기율검사조장이 맡고 있다. 그는 수리부와 베이징 수리계획설계연구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기율위 내 수질오염 부문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다. 또 교육 부패는 왕리잉(王立英) 교육부 기율검사조장이 맡고 있다. 그는 새해를 교육 부패 척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진 바 있어 중국 대학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황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의 눈 밖에 난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0월 산시성에서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인 사업가 링완청(令完成)이 기율위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링 부장이 산시성에 숨겨 놓은 트럭 6대 분량의 뇌물 발견(12월 5일)→당 기율위의 링 부장 조사(22일)→산시성 뤼량(呂梁)시 상임위원 리량썬(李良森) 등 4명의 현장급 간부 조사(25일)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그제야 중국 언론은 링 부장의 고향이자 정치적 거점인 산시방을 뿌리 뽑기 위한 히든 카드가 황이었다고 분석했다.
링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정치적 동반자로 시 주석 체제의 전복을 도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2003~2012년) 당 중앙 판공청 주임(대통령 비서실장 격)을 지내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링 부장을 치기 위해 시 주석은 왜 황의 칼을 썼을까. 그가 가진 치밀함과 청렴성, 중국 사회의 고질병인 관시(關系)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높이 샀다는 게 중국 언론의 분석이다.
중국 공직자들에게 ‘염라대왕’으로 통하는 당 기율위에는 130명의 위원이 있다. 직급은 차관~장관에 속하는 고위직이다. 모두 당 기율 위반 감찰이나 조사를 지휘하는데 여기엔 14명의 여걸이 있다. 성비로 보면 10%에 불과하지만 역할은 절반 이상이라는 게 중국 언론의 평가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9세로 베테랑 중 베테랑 급이다. 평균 20년 넘게 기율위에서 근무했는데 그만큼 수사 능력과 청렴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들은 재정부 등 국무원(행정부) 10개 핵심 부서의 기율검사조장과 4개 지방정부 기율위 서기를 각각 맡아 시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황은 14여걸의 수장으로 통한다. 시 주석 취임 이후 낙마한 가장 큰 호랑이(고위직 부패 공무원)인 저우 전 상무위원도 그가 기율위 감찰부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감찰을 총지휘하고 링 전 부장을 정리하는 마무리 작업을 위해 산시성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황은 2011년 전국 기율 감찰부 선진 위원(최우수 위원)에 뽑혔다.
류젠화(劉建華) 재정부 기율검사조장의 별명은 ‘천(陳)의 사냥꾼’이다.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上海) 서기와 천퉁하이(陳同海) 전 중국석유화학 이사장 등 2명의 ‘천’ 호랑이를 잡아서다. 천 전 서기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맹주인 상하이방의 실세 중 실세였다. 2004년 6월 당 정치국 회의에서 “상하이는 중앙이 추진하는 긴축정책에 반대한다”며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에게 삿대질을 하며 공개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후 당시 주석과 원 총리가 기율위에 상하이 사회보장기금 유용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는데, 류가 조장을 맡았다. 류는 중앙당교에서 법학이론을 전공하고 기율위에 들어온 이후 재무 부문에서 전문지식을 키웠다. 그는 상하이시 부근 안가에서 100명의 조사단을 지휘하며 사회보장기금 운용에 대한 조사를 했고, 2년 만에 2500만 위안(약 43억원)의 공금 유용 사실을 적발해 냈다. 2006년 천 전 서기는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1년 뒤 류는 또 다른 천 사냥에 나섰다. 천 전 이사장은 정법위의 부서기와 톈진(天津)시 서기를 지낸 천웨이다(陳偉達)의 아들이다. 특히 그는 당시 정법위 서기로 최고 권력을 휘두르던 저우의 핵심 측근이었다. 저우는 석유방의 맹주로 석유업계 자금을 활용해 정계와 관계에 자신의 세력을 키웠다. 천 전 이사장에 대한 내사가 시작되자 저우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으나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회의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년의 조사 끝에 천 전 이사장은 수천만 위안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사형 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 인연으로 류는 지난해 저우의 석유방 척결 과정에서 석유업계 비리 조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의 모든 재정을 책임지는 재정부에 대한 감찰이 그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리추팡(李秋芳) 광전총국 기율검사조장은 부패 공무원의 여자 관계에 가장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우융캉에서 링지화까지 비리로 낙마한 호랑이들이 모두 중국 중앙방송(CC-TV) 앵커나 기자들을 정부(情婦)로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서다. 저우융캉의 현 부인 자샤오예(賈曉燁)나 링자화의 내연녀로 알려진 펑줘(馮卓)는 모두 CC-TV 앵커나 기자 출신이다. 이 때문에 리는 중국 방송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여자’로 통한다.
저우융캉에게 자샤오예를 소개했던 리둥성(李東生) 전 공안부 부부장과 간첩 혐의로 체포된 CC-TV의 유명 앵커 루이청강(芮成剛)도 모두 리의 작품이다. 리 전 부부장은 국가방송영화총국 부국장(2000~2001년)을 지냈으며, 이 기간 중 저우에게 배우와 방송국 앵커들을 집중 소개했다. 최근 10년 간 비리로 낙마한 중국 공무원의 95%가 혼외 관계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 정부의 90%는 CC-TV나 지역 방송국의 앵커 출신이다.
이 밖에 기율위 ‘세금 도사’로 통하는 펑후이민(馮惠敏) 국가세무총국 기율검사조장과 후위민(胡玉敏) 해관총서 기율검사조장도 주목받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해 법치를 강조하면서 탈세에 대한 강한 감찰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환경 관련 부패는 저우잉(周英) 환경보호부 기율검사조장이 맡고 있다. 그는 수리부와 베이징 수리계획설계연구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기율위 내 수질오염 부문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다. 또 교육 부패는 왕리잉(王立英) 교육부 기율검사조장이 맡고 있다. 그는 새해를 교육 부패 척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진 바 있어 중국 대학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