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욱기자] 11월 수출이 또 다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9월부터 석달 연속 월간기준 기록을 갈아치우는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원화강세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수출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반면 세계경기가 호조를 보였고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경쟁력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수출 `환율 영향력` 줄었다

올해초만 하더라도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원화강세로 인해 올 하반기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시각들이 상당수 제기됐었다. 이른바 `J커브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수출은 상반기중 잠시 한자리수 증가율로 하락했을뿐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선 주력상품들의 수출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7월부터 11월까지 수출증가율이 14.8%로 상반기 수출증가율 10.8%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수출호조에 대해 정부나 전문가들 모두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든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91년에서 97년까지 총수출성장을 100%로 가정했을때 해외경기가 37.8%, 환율요인이 27.9%, 생산성요인이 34.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해외경기가 48.3%, 생산성요인이 49.3%로 높아진 반면 환율요인은 2.3%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80년에서 2004년중 1%의 생산성 향상은 수출을 1.09% 증가시켰고 이중 외환위기 이전에는 0.76%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외환위기이후 생산성 향상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결론이다. 반면 달러/원 환율이 1% 상승할 경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0.37%에서 외환위기이후 0.11%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업종별 실질실효환율 변동이 수출물량에 미치는 효과분석을 통해 \"2000년대 들어 수출물량에 대한 실질실효환율의 영향력이 낮아지고 실질실효환율 변동이 수출물량에 영향이 미치기 시작하는 시차도 길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우리 수출상품의 대외경쟁력이 환율에도 영향을 받지만 기술혁신 및 생산성 향상여부가 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철주 재경부 경제분석과장도 \"최근 환율과 수출의 관계를 분석해본 결과 환율에 대한 수출의 탄력성이 지난 85년과 90년사이 0.76에서 97년이후 2004년까지 0.4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출 무게중심 `환율`에서 `생산성 향상` 이동

이처럼 환율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 것은 수출이 과거와 같은 단순한 가격경쟁보다 품질경쟁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보다 생산성 향상 등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수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경쟁력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자체적인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를 품질경쟁력으로 상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음향·통신, 기계류, 자동차 등은 기술혁신, 생산성향상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품질경쟁력까지 향상됐다\"며 \"철강·금속, 화학제품 등은 가격경쟁력이 하락했지만 교역상대국들에 비해 품질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섬유류나 신발, 고무 등은 명목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을 품질경쟁력 등 다른측면에서 상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이 환율에도 영향을 받지만 경쟁상대국에 비해 보다 싼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자부도 \"엔화약세 등 불리한 대외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환율이 우리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낮아지고 해외경기와 생산성, 마케팅 등 산업경쟁력 요소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엔/원 환율 하락 `위험요인될까`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고 있지만 최근 엔/원 환율의 하락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들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일본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경우 최근 환율 하락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동식 산자부 무역유통국장은 1일 수출관련 브리핑을 통해 \"엔/원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시장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원 환율에 대해 금융당국의 각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며 \"원/엔 환율이 급락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엔 환율이 900원이하로 떨어져 있는 것은 다소 심각하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민영 연구위원은 \"엔/원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며 \"최근 분석결과 엔/원 환율이 10%하락하면 전체수출이 2.4%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철주 과장은 \"과거 경상수지 적자시기를 보면 엔/원 환율 하락과 맞물려 있지만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줄고 있다\"며 \"우리의 경우 중국시장이 완충역할을 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엔화로 나가는 수출비중에 비해 엔화로 결제하는 수입비중이 높다\"며 \"그런 경우에는 엔/원 하락이 도움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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