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고등학교재경총동창회

제목	봉정암 가는 길
글쓴이	이기욱(50) [ kwl55@msn.com ]
작성일	2004-11-04

봉정암 가는 길은 하늘 땅조차 물들었네
가을 단풍의 진수를 보여 드립니다

	임윤수(zzzohmy) 기자

물안개가 하얗게 피어나고 띠구름이 산허리를 감았다. 여명과 함께 주변의 산세가 시야에 들어온다. 집 떠나 288km를 달리니 그곳이 백담사다.

일 년 전 ‘구도의 길’이라고 표현하였던 봉정암 가는 길을 다시 걷는다. 걸으며 단풍보고, 단풍에 묻어 있는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다. 지나가는 가을이 후드득 떨어진다. 발끝에 와 닿는 건 단순한 낙엽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이다. 가는 가을을 마음에 담고 흔적을 남기려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고 셔터를 눌러댄다.

▲ 봉정암 가는 길은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분명 행복과 기쁨을 주는 길이다.

지금은 파파할머니가 된 어머니 시집오던 날 양 볼에 찍었던 연지 색이 저렇고 곤지의 색이 저리 붉었을까? 그 옛날 손 귀한 양반 댁에서 100일기도 끝에 얻은 금지옥엽 도령에게 입혔던 100일 맞이 색동저고리가 저리 고왔을까?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오르는 30리 길은 온통 원색단풍이다. 일 년 내내, 아니 수백 수천 년 익히고 다듬어 온 그림 솜씨 견주듯 온갖 색감 다 뽑아내 쏟아놓은 자연의 사생대회 장이다.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란 걸 보여주려는 듯 짊어진 세월이 묵직해 보이는 고목도 동심의 원색 단풍을 가득 물었다. 앳된 아기나무도 한 입 가득 문 물감 품어대며 재롱이라도 피우듯 형형색색의 단풍을 한껏 가지에 달았다.

▲ 파파할머니가 된 어머니 시집오던 날 양 볼에 찍었던 연지의 색이 저렇고 곤지의 색이 저리 붉었을까?

만해의 얼과 뜨거운 마음이 맴돌고 있는 백담사에서 1시간쯤 편안한 걸음으로 영시암까지 올라가는 길은 ‘익어가는 단풍 길’이다. 험하지 않고 평평한 산길 양옆으로 펼쳐지는 절정의 오색단풍과 계곡의 기암들은 세속 번뇌로부터 자아를 망각하게 하는 무아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심호흡으로 들여 마신 맑은 공기에 가슴앓이 하나가 뚝 떨어진다. 계곡을 흐르는 옥빛 물에 또 하나 근심이 툭 녹아난다. 불어오는 바람에 달착지근하고 오묘한 향이 실려 있다. 한껏 농익어 색감 짙은 단풍 보며 와! 와! 감탄하다 보면 더께 때처럼 심신에 붙어있던 오욕칠정이 하나하나 녹아난다.

▲ 봉정암 가는 길은 온통 가을이다. 하늘 길, 땅길 그리고 물길에도 가을은 내려 앉아있었다..

삶에서 짊어진 이런 저런 근심걱정 하나하나 잊고 녹여내니, 봉정암 가느라 걷게 되는 백담사에서 영시암의 ‘익어가는 단풍 길’은 피안의 길이다. 순리를 보고 듣기 위한 세안(洗眼)의 문이며 세심(洗心)의 시간이다. 그렇게 눈 닦고 마음 닦으며 걷는 길이니 구도의 입문길이다.

▲ 다람쥐가 마치 “당신들이 장난삼아 주워가는 도토리와 산열매가 우리에겐 양식이니 그냥 두고 가라”는 듯 연실 오물거리며 입놀림을 반복한다.

열병처럼 가슴 뜨겁게 하던 사춘기를 연상시키고도 남을 만큼 정열로 가슴에 와 닿는 새빨갛고 샛노란 단풍 길을 걷다보면 이미 자신 또한 그렇고 그런 자연의 부속물이 된다.

알량한 자존심에서 오는 갈등, 부질없는 욕심에서 오는 빈곤감, 명예나 권력욕에서 비롯된 상대적 박탈감에 얽매임이 있을 리 없는 자연의 부속물이 되니 가감의 프리즘 없이 봉정암 가는 길에 흐드러진 섭리와 아름다움 담아낼 마음이 마련된 셈이다.

발걸음 잠시 멈춰 갈증 덜어줄 감로수 한 잔 마시게 되는, 영시암에서 네댓 시간쯤 걸어 도착하게 되는 해발 1000m쯤의 깔딱 고개 아래까지는 ‘농익은 가을’이다. 초입에서 세안 잘 하고 세심 충분히 하였다면 이미 자연에 동화되어 단풍과 유수에 녹아들어 무아지경에 닿는 초연의 길이 된다.

▲ 백담사부터 영시암까지는 익어가는 가을이었고 영시암부터 깔딱고개까지는 농익은 가을이었다.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갈림길이다. 좌측으로 가면 오세암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가면 곧장 봉정암으로 가는 길이다. 좌측으로 가도 오세암을 지나 봉정암에는 이를 수 있지만 계곡과 기암에 어우러진 가을단풍을 감상하는 데는 역시 곧장 봉정암으로 올라가는 우측길이 제격이다.

▲ 그 옛날 손 귀한 양반 댁에서 100일기도 끝에 얻은 금지옥엽 도령에게 입혔던 100일 맞이 색동저고리가 저리 고왔을까?

그렇게 가파르진 않으나 끊이지 않는 오르막이 계속된다. 삿된 마음이라도 갖게 되면 죽비로 내려치듯 헛디딘 발길에 곤두박질하게끔 울퉁불퉁한 바윗길이다. “네가 물소리를 알고 자연을 아느냐”고 반문하듯 거침없이 쏟아내는 낙수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크고 작은 담(潭; 못)이 반복된다. 세월과 물줄기가 만들어 낸 바위 웅덩이엔 눈 시리도록 푸르고 맑은 물이 흘러들고 넘쳐 내린다. 끊이지 않는 물줄기가 거칠었을 바위조차 반질반질 다듬어 놓았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였을 듯 아기자기한 못도 있고 장정의 기개쯤 무색케 할 검푸른 못도 있다.

▲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란 걸 보여주려는 듯 짊어진 세월이 묵직해 보이는 고목도 동심의 원색 단풍을 가득 물었다.

인간들의 작은 욕심이 앗아간 양식거리 내 놓으라 항변이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다람쥐들이 모습을 보인다. 마치 ‘당신들이 장난 삼아 주워 가는 도토리와 산열매가 우리에겐 양식이니 그냥 두고 가라’는 듯 연실 오물거리며 입놀림을 반복한다. 오르내리는 인파에 익숙해진 때문인지 앞발 세워 비벼가며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단풍 속에 들어와 있으니 자신이 단풍 된다. 붉은 색을 생각하면 빨강단풍이 되고 노란색을 생각하니 노랑단풍이 된다. 떡갈나무에 마음기대면 갈색단풍 되니 이 어찌 피안으로 가는 길목이 아닐런가?

▲ 세월과 물줄기가 만들어 낸 바위 웅덩이엔 눈 시리도록 푸르고 맑은 물이 흘러들고 넘쳐 내린다.

짊어진 육신의 무게가 발바닥을 짓누르고 장딴지근육을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찌든 속 때라도 씻어낼 양 몇 번이나 걸음 멈춰 손바닥 바가지 삼아 흐르는 물을 떠 마신다. 그 시원함이 배꼽까지 짜르르 전해진다. 어쩜 마신 물이 산삼뿌리를 지났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니 불끈 힘이 솟는 듯하다.

▲ 지금 봉정암 가는 길은 수백 수천 년 익히고 다듬어 온 그림솜씨 견주듯 온갖 색감 다 뽑아내 쏟아놓은 자연의 사생대회 장이다.

깔끔치 못한 인간들이 헛된 깔끔을 떠느라 오염이니 뭐니 오두방정 떨지 모르지나 이런 물쯤 그냥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폐 속에 잔흔처럼 남아있는 일상의 매연과 매캐함 토하느라 숨 몰아쉬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깎아 세운 듯 눈앞 가로막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이 오르막을 깔딱 고개라 하며 이 고개에 올라서면 그곳엔 이미 가을을 배웅하고 초겨울로 접어든 봉정암이 있다. 보낸 가을을 회상시키듯 바닥에 낙엽이 수북하다. 가끔은 바람에도 바스락거리는 마른 단풍 달고 있는 나무들도 있지만 분명 봉정암은 이미 초겨울이다. 불어오는 바람이 땀줄기를 식혀주는가 하였더니 온몸이 오싹하도록 한기가 느껴진다.

▲ 가보지 않고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왜 그렇게 힘들게 오르는지 알 수도 이해 할 수도 없는 오묘한 행복감과 기쁨 주는 봉정암이 있기에 올해도 찾아간다.

자신에게 그리 힘들게 봉정암엔 뭣 하러 올랐느냐 물으니 ‘그 답은 이미 작년에 얻지 않았느냐’는 생각뿐이다. 가보지 않고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힘들게 오르는지 알 수도, 이해 할 수도 없는 오묘한 행복감과 기쁨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마음의 단풍색은 행복빛 기쁨색

이미 가을 배웅한 봉정암에서 맛 본 마음의 편안함



▲ 봉정암! 다리 하나 제대로 뻗지 못할 만큼 비좁은 공간, 별다른 반찬 없이 미역국에 밥 한 덩어리, 버무린 오이 몇 조각 넣은 국그릇 하나 들고 쪼그려 앉거나 서서 먹어야 허기를 때울 수 있지만 마음 편히 머물 수 있게 해 주기에 진수성찬의 꿀맛과 고대광실의 넉넉함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이다.

ⓒ2004 임윤수

마음이 불편하면 궁궐 같이 넓고 호화로운 집 안방에 깔려진 원앙침낭이나 비단방석도 가시방석이다. 뿐만 아니라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려진 산해진미도 불편한 마음으로 먹게 되면 모래알처럼 입안에서 겉돌 뿐 별다른 맛을 주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겨우 추위 막아주고 이슬 가려줄 만큼 비좁고 형편없는 누옥(陋屋)이라도 편히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육신의 무게 덜 수 있다면 요람이고 고대광실이다. 맨간장에 찬밥 한 덩어리 물에 말아먹어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다면 거기서 꿀맛을 느끼니 그 것이야말로 다름 아닌 진수성찬이다.

봉정암이 그렇다. 다리 하나 제대로 뻗지 못할 만큼 비좁은 잠자리, 별다른 반찬 없이 미역국에 밥 한 덩어리, 버무린 오이 몇 조각 넣은 국그릇 하나 들고 쪼그려 앉거나 서서 먹어야 허기를 때울 수 있지만 마음 편히 머물 수 있기에 진수성찬의 꿀맛과 고대광실의 넉넉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육신의 안락함을 생각한다면 봉정암엔 절대 못 갈 일이다. 잠을 자려면 겨우 쪼그리고 앉아 꾸벅거려야 밤을 새울 만큼 비좁고 형편없다. 따뜻한 물 샤워는 생각할 수도 없고 화장실 한 번 가는 것도 저만치 걸어야 한다. 그리고 끼니때마다 나오는 밥이라곤 정말 넓적한 국그릇에 담겨진 미역국과 밥 그리고 버무린 오이 몇 조각이 전부다. 그러기에 젓가락도 필요 없고 밥상이 있을 리 없다.

▲ 사람들이 어렵게 깔딱고개를 올라오고 있다. 고진감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깔딱고개 너머에 봉정암은 자리를 잡았나 보다.

모두가 비좁은 공간에서 복작거리며 밤을 지내야하고 흡사 피난민처럼 서거나 걸터앉아 후루룩거리며 밥을 먹지만 사람들 얼굴은 분명 행복한 표정이다. 정말 맛있다는 표정이다. 저 아래선 사장이었고 고관대작이라 눈빛만 주면 누군가가 귀찮은 일들 대신해 주었을지라도 먹은 밥그릇 정도는 직접 찬물에 손 담가 씻으며 행복을 느끼는 곳이다.

▲ 깔딱고개에 올라선 사람들이 잠시 지친 다리를 쉬고 있다. 이쯤에서 먹게 되는 오이 반 토막은 감로수에 꿀맛이다.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봉정암엘 가려면 마지막 관문 같은 깔딱고개를 올라야한다. 깔딱고개는 200여m 가파른 바위투성이 오르막길이다. 지친 사람들에는 연거푸 “얼마를 더 가야 하느냐”는 질문을 반복하게 하는 마지막 난코스지만, \'고진감래\'의 진면목을 더하기 위해 이런 깔딱고개를 넘어야 닿을 수 있는 곳에 봉정암이 자리를 잡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 깔딱고개 오른쪽에 있는 사자바위에 올라가면 올라온 계곡이 한 눈에 보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해는 이미 서쪽 산을 넘었다

어렵게 올라서면 소청봉산장이 보이고 대청봉은 보이나 산자락에 가려 아직 봉정암은 보이질 않는다. 고개 오른쪽에 있는 사자바위엘 오르면 저만치 봉정암이 보이지만 지친 사람들은 대개 사자바위에 오르는 걸 포기한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의 가을이 익어가고 있는 중이었고, 깔딱고개 아래까지의 가을이 농익은 가을이었다면 올라선 깔딱고개부터는 이미 가을을 보내고 초겨울로 접어들었다.

▲ 사자바위에 올라가면 저만치 봉정암이 보인다. 다시 한 번 내려가고 계단 오르며 300m쯤 가면 봉정암이다.

스님들이 입은 누비옷과 머리에 올려진 털모자가 초겨울을 말해주고, 이미 낙엽 떨어트리고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들이 그걸 보여 준다. 달고 있던 단풍조차 욕심으로 느껴졌는지 나무들은 모든 걸 놓아버렸다. 생명 지탱해줄 몸통에 가지만을 남겼을 뿐이다.

▲ 봉정암 주변의 나무들은 나뭇잎조차도 모두 놓아 버리고 홀가분하게 초겨울을 맞고 있었다. 버리면 이렇게 홀가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깔딱고개에서 다시 한번 내려가고 계단 오르는 수고를 반복하면 봉정암이 보인다. 어렵게 찾아온 곳이니 만큼 반갑기가 남다르다. 욕심껏 두리번거리며 오느라 시간이 꽤나 많이 걸렸다.

백담사에서 누르고 올라온 만보계를 보니 일만오천 보가 채 되지 않는다. 봉정암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그 입구까지 길게 줄서있다. 이미 저녁 시간인 모양이다. 산사엔 밤이 빨리 찾아오니 저녁식사시간 또한 이를 수밖에 없다.

▲ 떨어진 낙엽들이 땅을 덮었다. 이 낙엽들은 썩고 거름되어 다시 뿌리 통해 잎이 될 거다.

밝혀진 전등을 의지해 사람들 기도가 시작된다. 법당 안팎을 가득 메운 사람들, 무슨 애절함이 그리 많고 간절함이 그렇게 커 저토록 진지하게 기도할 수 있단 말인가? 스님의 법문과 염불이 있고 하심의 절이 반복된다. 108배 500배 1000배…. 기도하는 사람들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울컥해 진다. 봉정암의 밤은 애절한 기도로 시작되고 간절한 기도로 밤이 깊어간다. 그리고 환희의 밤샘기로도 아침을 맞는다.

▲ 두 손 모아 합장한 부처님 상의 불두암 주변도 초겨울이다.

밤새 기도를 하거나 불편한 자세로 지내야 했으니 그 어찌 힘들지 않았겠냐마는 아침에 대하는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가 돌고 기쁨이 맴돈다. 이게 바로 봉정암이 주는 행복이며 구도로 얻어지는 당장의 부처님 가피가 아닐지 생각된다.

▲ 기암의 절벽과 두 손 모은 보살상 바위 주변도 초겨울이 완연하다.

봉정암엘 오르다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스치듯 지나게 되지만 이미 내려오고 있는 사람이나 이미 올라와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머리 허연 할머니부터 아직은 아가라고 불러야 하는 꼬마는 물론 이런저런 무지기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 영정을 찍어 달라고 하셨던 제25교구 봉선사 조실인 월운 큰스님이다. 노구의 스님이지만 동자승 같은 마음을 보여 주셨다.

	ⓒ2004 임윤수

깔딱고개로 접어들 때 눈 익은 노스님 일행이 보인다. 걸음을 재촉해 다가서니 조계종 25교구본사 봉선사 조실이신 원운 큰스님이다. 몇 년 전 기회가 있어 법문을 들었고 불교관련 매체에서 자주 뵙던 노스님이다.

한문으로 된 경(經)을 한글로 번역하여 전산화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셨고, 하고 계시는 분이다. 백담사부터 8시간을 걸어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고 하신다. 분명 같은 길을 걸어오며 같은 단풍과 계곡의 기암을 보았겠지만 스님이 보고 느끼신 그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 졌다.

다음날 경내에서 만난 스님께 “사진 한 장 찍어드리겠다” 말씀드리니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 한 장 찍자”고 말씀하신다. 갑작스런 영정사진 이야기에 손상자(큰스님 제자스님의 제자)쯤 되어 보이는 젊은 스님과 동행한 사람들이 순간 당황한 듯하다.

평생 부처님을 닮고 싶어 하셨을 큰스님이 봉정암에서 초면인 기자에게 영정사진을 말씀하신 건 어인 마음인지 궁금하다. 노구의 스님이지만 동자승처럼 보이는 마음을 보여 주신다. 사진을 찍고 나니 “오마이뉴스는 어떻게 들어가느냐” 묻는다.

그러면서 한 말씀 더 하신다. “나는 글을 알아 글로 뭐 하니(한문으로 된 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전산화하는 작업을 말씀하시는 듯 함), 기자는 사진을 찍을 줄 아니 사진 보시 많이 하라”고 하신다.

자칫 짐이라 생각될 수 있는 카메라 짊어지고 어렵게 올라오며 찍은 사진들이 읽는 이들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준다면, 그게 큰스님이 말씀하신 사진 보시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묵직했던 카메라가 가볍게 느껴진다.

봉정암엔 이미 지나간 가을이 앙상한 가지만 남겨 놓은 초겨울이다. 그러나 봉정암엔 가을이 남기고 간 가을의 아름다움과 넉넉함이 사람들 가슴으로 다시 물들어가고 있었다. 사람들 가슴에 물들어 가는 마음의 단풍색은 행복빛 기쁨색이리라.

\"생각해 봅시다\"

봉정암 스님들이 드리는 마음



▲ 봉정암 주지인 정념 스님이다. 누구든 언제고 마음 편히 마음 한 자락 펼쳐놓고 쉬었다 가라고 하신다.

봉정암엘 찾아오는 사람들 맞이하는 스님들 마음인 듯 하여, 숙소 벽에 붙어있던 글귀를 옮겨 놉니다...<필자 주>

생각해 봅시다.

이곳에 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왜! 만장높이 기암절벽을 기어 넘어 그렇게 힘들여 오셨나요? (잠자러, 유랑삼아, 김서방 따라) 아닐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피와 상서로움이 감도는 봉정암에 잠시 머물지만 마음속에 얼키고 설킨 돈, 명예, 아상, 근심, 세속의 때를 봉정암에 상주하옵시는 불보살님 전(前)에 몽땅 내던져 잊어버리시고, 큰 원을 세워 기도정진하심이 어떠하실런지요?

이에 대중스님들은 신도님들의 소원성취를 위하여 혼혈을 다해 기도 축원하여 올리겠습니다. 그리하시면 분명 한 꺼풀씩 업장이 벗어지고 원하는 바를 필경은 이룰 것입니다. 모쪼록 마음 비워 영혼의 안락함을 기원합니다. -석가모니불- / 봉정암 대중일동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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