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정태년 
| 제목 | *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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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명식(44) [ mspark4905@hanmail.net ] |
| 작성일 | 2021-05-14 |
참혹한 학살, 전쟁은 말로 막을 수 없다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
소련 붕괴 후 보스니아 내전 다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2021.05.13 03:00
1991년 소련 붕괴 직후 유럽전역에는 평화와 통합의 희망이 넘실거렸다.
하지만 그 꿈이 무참히 짓밟히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산권 시절 유고슬라비아 연방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민족을 억지 봉합했던
‘동유럽의 화약고’ 발칸 반도가 또다시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는
1992~1995년 보스니아 전쟁을 劇化한 작품.
그중에서도 1995년7월 세르비아系 군대의 집단학살로
보스니아 난민 8천여명이 숨졌던 스레브레니차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사건은 2차대전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가장 참혹한 학살로 꼽힌다.
당시 희생자들은 대부분 민간인 남성이었고, 10대 소년도 있었다.
영화 제목에도 나오는 여주인공 아이다(야스나 두리치치)는
교사 출신으로 보스니아 난민과 유엔군의 통역으로 일하고 있다.
아이다는 전쟁통에 가족과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유엔군은 최후통첩이나 폭격이라는 공허한 약속만 늘어놓을 뿐,
정작 무력사용은 주저한다.
결국 세르비아계 군대의 탱크가 진주하면서 마을은 쑥대밭의 위기에 놓인다.
영화에서 시종 두드러지는 건 언어의 무기력함이다.
소수의 유엔군은 야만적 폭력 앞에서 기지를 지키기에 급급할 뿐 주민도 마을도 끝내 보호하지 못한다.
영화에서 통역이라는 아이다의 직업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가족과 주민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그 진심은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한다.
제목의 ‘쿠오바디스’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의 라틴어.
이 말처럼 보스니아 난민들은 로마제국의 박해에 목숨을 잃는 기독교인의 처지가 되고 만다.
실제로 2007년 유엔국제사법재판소는 당시 사건을 계획적인 집단학살이라고 판결했다.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 아이다는 전쟁이 끝난 뒤 마을로 돌아오지만
일상에서도 敵과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무장한 야만 앞에서 말은 그저 공허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더욱 비극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