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이진섭 
| 제목 | 사과농부전언 |
|---|---|
| 글쓴이 | 길준영(52) [ joinarch@hananet.net ] |
| 작성일 | 2015-11-22 |
동기제현께...
딱 1년여 만에 소식전하오.
김천에 내려와 사과농부가 된지 2년이 된 길준영이 올시다.
한해동안 농사에 적응하느라, 준비하느라, 어설픈 농사 짓느라 나름 많이 바빴소.
한해동안,
40평짜리 버섯하우스를 지었고,
6평 남짓한 천막창고도 하나 지었고,
진입로 포장공사를 했고,
늙은 사과나무 300주 정도를 캐내었고,
새 나무 1200여 그루를 새로 심었고,
새 나무를 위한 관수 시설을 설치하느라 1년이 다 가버렸소.
4월과 5월, 유래없는 가뭄으로 많은 유목들이 말라죽었고,
기존의 성목들도 가뭄을 타 작년보다 과일이 크지않고 잘게 되었소.
홀로(추석사과)는 특히 잘고, 게다가 수확시기를 놓쳐서
아주 헐값에 처분해야 했고,
올부사(10월 초순)는 그런대로 팔았고,
양광(10월중순)은 작황이 좋아 좋은 값에 밭떼기로 넘겼고,
마지막 남은 부사(11월 중순) 스무남은 그루를 엊그제 수확을 마쳤소.
6월에 밭으로 아예올라와서 비닐하우스 안에서 텐트치고 기거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날이 추워져서 겨울날 준비에 바쁘다오.
TV도 인터넷도 얼마전에 개통되어 모처럼 문화생활을 하기 시작했소.
여기 백두대간에 파묻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나름 정신줄 놓고 1년을 달려온 셈이오.
봄부터 올라오는 풀을 치느라 사과밭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가을이 다 지나가 버리내요.
한번 풀을 치면 고박 3주가 더 걸리는데 이걸 여섯 번이나 했으니...
각설하고,
올해 마지막으로 수확한 부사가 좀 남아있소.
동기들에게 좀 나눠주고 싶어 이렇게 소식 전하오.
많이는 못나누고, 10키로 15박스 정도로 하려고 하오. 5키로는 택배비만 많이들고 해서...
작년처럼 선착순으로 하리다.
다만 작년에 못 나눠준 동기들에게는 우선으로 보내 줄거요.
이번에 보내는 사과는 흠있는 거, 작은 거 가리지 않고 막담아 보낼거요.
부사는 사과중의 사과, 재배기간이 가장 길고, 가장 맛있는 사과라오, 먹기에는 좋을 거요.
날이 하루하루 추워지니 일주일 안에 끝낼까하오.
동기제현의 많은 관심 부탁하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