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 덕용산 불회사 ◈





신 록 (新 綠) 

                                  



                                 서 정 주          





어이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제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얼마전 산에서 만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침 출근길 지하철역 앞에서 산을 바라보면 

피어나는 봄이 너무 아름다울 수가 없더라고요

또 초록이라는 빛깔이 노란 초록 부터 진초록까지 

나무마다 어찌 그리 자기의 색깔을 품어 낼수 있는 지

또 그렇게 어울려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게 

아름답고 신비로워 고개를 돌리기가 힘들다고 그러더군요



다들 비슷한 생각인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니면  맞이할 봄이

맞이한 봄보다 적어서 일까요? 

갈수록 봄은 더욱 아름다워져가고 애써 외면 할라치면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차창에 흩날리며 길을 재촉하는데

결국 그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지난 일요일

남도의 화순과 나주유역의 쌍봉사 운주사 불회사 문성암을 둘러보았습니다.



벛꽃비를 맞으며 보성 대원사를 달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싶어

큰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남도의 봄은 꽃이 지고 나서도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불회사 덕룡산자락에  피어난 봄은 

푸르름도 눈이 부셔 눈물을 나게 할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정말 잊지 못할 광경이였습니다.

 

쌍봉사(雙峰寺)






호남고속도로 주암IC를 벗어나 주암호를 왼편에 두고 

송광사를 지나 쌍봉사에 이르는 길은 이른 새벽이라서인지 

한적하기 그지 없다. 화순군 이양면을 벗어나 잠이 들깬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길아래 산이 아닌 평지 위에 

보은의 법주사 팔상전과 같은 대웅전이 눈에 들어온다

안타깝게도 화재로 소실되어 최근에 다신 지은 

3층으로 된 목탑 양식의 법당이다. 



앞뒤에 봉우리 두 개가 있어 쌍봉사(雙峰寺)라 불리는 

이곳은 대웅전과 철감선사탑과 탑비가 유명하다.



해탈문




쌍봉사는 일주문이 없고 해탈문이 일주문을 대신한다

사찰의 구조는 해탈문을 지나면 바로 대웅전이 있고, 

그 바로 뒤에 극락전 그리고 극락전 양쪽 옆으로 지장전과 명부전이 있으며, 

지장전 옆으로 5분 정도 걸어 오르면 철감선사탑과 탑비가 있다.



대웅전




쌍봉사의 대웅전은 평면이 방형인 3층 전각으로 사모지붕의 

목조탑파형식(목탑 형태의 건물)의 독특한 건물이다



원래는 보물 제163호로 지정되었으나 

1984년 부주의로 소실되어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었으며, 

현재의 건물은 1986년 원형대로 복원한 것이다. 



그러나 대웅전 현판과 안의 석가삼존불은 

화재 당시 마을 주민이 간신히 꺼냈다고 한다.



대웅전 목조삼존불상




대웅전 안의 목조삼존상은 고개를 약간 숙여 

앉아서 설법하고 계신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왼쪽의 아난존자와 오른쪽의 가섭존자가 합장하고

서 있는 전통적인 삼존상 형식이다. 



삼존불중 가섭존자의 인자한 미소야 말로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는 아니런지.... 

가섭존자는 초생달 같은 눈매와 천진난만한 미소에 

마음이 고요해지고 아늑해져 오래 눈길이 머문다.  



지장전




안에 모셔진 지장삼존상,  인왕상 등은 

얼굴 표정이나 손가락, 옷주름 등 조각솜씨가 매우 아름답다.

특히 시왕상은 조선시대 시왕상 중에서 가장 빼어난 

조각 기법으로 국보급이라 알려져 있다.



극락전




아름들이 단풍나무가 비슴듬히 누워 길을 내어 주고

있는 계단을 오르면 극락전이다.  세월의 무게 탓인지 

단청이 지워져 나무결이 훤히 드러나 있어 촌색시 처럼 소박하다.

다포식이지만 맛배지붕을 하고 있으며 단아한 느낌이 전해진다. 



극락전뒤에 철감선사탑비 가는 계단 오른편에는

대나무 밭이 자리잡고 있어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들리는

나뭇잎 스치는 소리와 싱그로운 대나무향이 산사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없이 맑게 해준다. 심호흡 몇번 하면

풍진에 찌든 때까지 씻어 내어 줄것 같다.



철감선사 부도탑과 부도비






돌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면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두 석물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철감선사탑과 철감선사탑비는 

각각 국보 제57호와 보물 제170호로  지정되어 있는 부도탑과 부도비이다. 



철감선사탑은 팔각원당형의 전형적인 부도 형태인데, 

균형감이 빼어나고 부도에 새겨진 조각이 섬세해 아름다운 부도로 손꼽히고 있다.

 

철감선사탑 바로 옆에 있는 철감선사탑비는 가운데의 

탑신은 없어지고 귀부(거북 몸에 용의 머리를 한 비석받침)와

 이수(용틀임모양 비석 윗돌)만 남아 있다. 



쌍봉사의 전각들







쌍봉사를 뒤로 하고 와불의 전설로 유명한 운주사로 향했다











구름바다 위 운주사





황지우



 

비구름 끼인 날 

운주사, 한 채 돛배가 

뿌연 연초록 화순으로 들어오네 

가랑이를 쩌억 벌리고 있는 포구

천불천탑이 천만개의 돌등을 들고 나와 맞는다해도, 

그게 다 마음 덩어리 아니겠어?

마음은 돌 속에다가도 정을 들 게 하듯이 

구름돛 활짝 펴고 온 우주를 다 돌아다녀도 

정들 곳 다만 사람 마음이어서 

닻이 내려오는 이 진창 

비구름 잔뜩 끼인 날 

산들은 아주 먼 섬들이었네  





운주사(運舟寺)




와불로 유명한 운주사에는 여러가지 전설이 깃들여져 있다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하늘나라의 석공들을 불러 

하룻밤 사이 천불천탑을 세워 새 세상을 부르려 했으나, 

일에 지친 동자승이 새벽닭 울음 소리를 내는 바람에 

석공들이 하늘로 돌아가버려 미완에 그쳤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또한 와불이 일어서는 날이면 새 세상이 도래하니, 

내세의 미륵불이 용화세상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운주사의 와불이 언제 일어설 것인가를 두고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하기도한다.





운주사는 넓게 조성된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평지로 된 

다탑봉 골짜기를 들어서면 제일 먼저 9층석탑(보물제796호)이 눈에 띤다. 

높이 10.7m에 탑신은 운주사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거대한 암반위에 

별도의 지대석도 없이 암반 자체에다 3∼4단의 굄때를 만든 데다가 

그 위에 마름모꼴에 탑신을 쌓았다.







9층석탑 뒤로 7층석탑 2기가 있고 길옆이나 산허리에도 저마다 다른

단순하면서 서투른 조각 솜씨의 석불과 석탑들이 도열하고 있다. 



석조불감



보물 제797호인 석조불감이 돌로 만든 팔작지붕에 장방형의 감실을 두고 

그 안에 2구의 석조불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벽을 사이에 두고 

등을 대고 있는 특이한 형태의 불상으로 유래가 없으며 

이보다 작은 모습은 보성 대원사에서 볼수가 있다.



연화탑



석조불감 뒤에는 보물 제798호인 원형다층석탑이 일명 연화탑 이라고도 불리는데 

높이 5.71m로 지대석위로 10각의 기단면석을 올리고 탑신에서부터 옥개석까지 

원형을 이루고 있는데 고려시대에 나타난 흔치 않은 석탑이다. 



대웅전과 전각들











탑 뒤로는 다원과 기념품점이 있고 그 사이로 들어서면 대웅전 앞마당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지장전, 종각, 요사채, 등 당우가 있다.







대웅전 뒷산에는 공사바위, 4층석탑, 명당탑, 마애여래좌상이 있는가 하면 

떡시루를 중첩시켜 놓은 것 같은 상식을 초월한 특이한 형태를 지닌 

원구형석탑과 석불군들이 흩어져 있다. 





공사바위에서  본 운주사





석탑과 머슴부처





한편 사찰 서쪽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5층석탑과 7층석탑을 볼 수 있고 

머슴부처를 지나면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한 와불(臥佛)이 나타난다 







누워 있는 돌부처가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전설이 서린 운주사 와불.

아직은 시간이 되지 않았서일까? 와불은 지긋이 눈을 감은채 

말없이 누워 계실 뿐이다.



칠성바위



그 외에 북두칠성을 그려놓은 듯한 칠성바위는 농사의 풍요, 생명의 관장, 

죽은 영혼이 돌아가는 별로 믿었던 우리 민간 신앙을 받아들인 불교가 

토속화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베일에 쌓인 석탑과 석불은 운주사를 와불이 일어서는 그날까지 

우리에게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미완의 도량으로 남게 될 것이다







불회사(佛會寺)







박노정









사람들이 모여야 이바구를 헐 틴디 

오늘따라 한 사람도 안 뵈는구마잉 

산문 밖 할배 장승이 벌써 다 시부렁거리부렸나 

그래 선 자리서 댕기가셨구만이라 



동백 꽃망울 더는 참지 못하고 

시방 막 터질 참인디 

댕그랑 풍경 소리 가슴을 적실 참인디 



법문은 무슨 법문, 그게 다 잡소리제 

오늘은 입 다물고 있는 기 상수랑께 

요로코롬 돌팍에 주저앉아 

뜬구름이나 쳐다볼 텐께 





볼회사(佛會寺)




전라남도 나주시 다보면 덕룡산 기슭에는 인도 스님 마라난타가 

개산을 했다고 전해지는  사찰 불회사(佛會寺)로 향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약 500m안팎의 삼나무가 좌우에서 

산사를 찾는 이들을 해맑은 공기와 시원한 빛깔로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고 있다. 



석장승





사찰 입구 300m 지점 오솔길 좌우에 2기의 석장승이 서 있어 

산사를 찾는 이에게 따스한 정감을 더해준다. 



아무리 무서운 표정을 지으려 해도 본성을 

숨길 수 없는 투박하고 진솔한 얼굴의 할배 장승. 

도톰한 볼에 둥근 입술과 부드러운 눈썹의 인자한 얼굴의 할매 장승. 

모두가 평생을 이 땅에 뿌리내리고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다가 

뒷산 솔밭에 묻히신 우리 할배·할매 모습 그대로다. 





석장승을 거쳐 한적한 숲길을 지나면 

잘 정리되어 있는 불회사 도량이 오밀조밀하니 모여있다.







대웅전 상량문 기록에 의하면, 동진 태화 원년 인도 스님 마라난타가 개산을 했고, 

의자왕 22년(655년)에 희연조사가 중창하였다 한다.





대양각





진여문을 지나 대양각 누마루 밑을 통과, 절 마당에 오르면 

비로소 사찰 내부가 한눈에 조망된다. 



대웅전





대양각을 지나면 양 처마가 날아갈 듯한 모습을 한 대웅전이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낸다.대웅전은 앞에 층층히 돌계단을 쌓고 높다란 자연석 위에 

날아갈듯한 모습이다. 





처마 아래에 멋지게 뿔이 난 용머리가 달렸고, 

안에는 연꽃과 학을 그려 넣은 우물천장, 여러 가지 재미난 동물 조각상, 

닫집 앞 부분에 천장에 양쪽으로 용이 자리해 있다. 

특히 오른쪽 용은 여의주 대신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다.

대웅전 모신 본존불을 종이로 만든 지불(紙佛)로서 아주 희귀한 것이다. 



경내에는 대웅전외에 명부전, 칠성각, 응진각이 있으며 

대웅전 뒤편 비자나무 숲과 동백나무 숲이 선운사나 백련사 못지 않다. 











흔히들 봄은 땅속에서 올라 오고 가을은 산위에서 내려온다고 한다.

이곳 법회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덕룡산의 봄은 산등성을 타고 올라

크고 작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초록의 농담과 사이 사이 피어나는 

때늦은 벛꽃 동백 개나리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봄의 교향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법문은 무슨 법문, 그게 다 잡소리제 

오늘은 입 다물고 있는 기 상수랑께 

요로코롬 돌팍에 주저앉아 

뜬구름이나 쳐다볼 텐께 



절앞 마당에 주저 앉아 피어나는 봄을 하염없이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무념 무상의 경계에 들것만 같았다



산중의 작은 절 불회사는 운주사를 들렀다가 

우연히 찾아본 곳이지만 한번 오면 꼭 다시 찾아야만 

할 것 같은 절집과 산, 스님과 공양주 보살의 손맛까지

길손을 후덕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다



문성암









전라남도 나주군 다도면(茶道面) 암정리, 

이름 그대로 차(茶)나무가 길을 메우고 있는 곳에 자리한 문성암은

2층구조의 특이한 형태의 절집이다. 암자로 가는길 양편으로는

단풍나무가 심겨져 있으며 이곳은 속살 안에 또 하나의 감을 품고 있는

속감으로 유명하다고 하니 가을에 한번쯤 들러봄도 좋을 듯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