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 in Cinema┨

 

 

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리스본행 야간열차 >

'리스본행 야간열차, 나를 찾아가는 여정'
Nacht Zug nach Lisbon - Night Train to
Lisbon

- 인생의 커다란 변환점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죽어있던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며
변화를 향한 길로 나서기로 결정한다.

안정과 권태로움에서 벗어나기로 할 때
그렇게 열정어린 사랑과 꿈은 시작된다. -

스위스 베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교사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
분).

그는 책에서 학교로 이어지는, 매일 새로울 게
없는 단순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년의 남자로,

그의 직업이 말해주듯 박식하고 학자적이지만
지루하고도 외로운, 즉 영적으로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지요.

비가 오는 어느날,

그는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젊은 여자를
구합니다만...

그 여자는 빨간색 코트만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지고 말지요.

빨간색 코트 안에는 포르투갈어로 된 책 한 권과
한장의 기차 티켓이 들어 있습니다.

동네 서점에서 물어보니 한 여자가 이 책을
사갔다고 말하는군요.

책 제목은 < 언어의 연금술사 >로 아마데우라는
한 남자의 자서전적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기차 티켓을 살펴보니 행선지는 리스본.

열차가 출발하기 단 15분 전으로 남자는
베른역으로 달려가서 여자를 찾습니다만
여자는 보이지 않지요.

얼떨결에 남자는 야간열차에 올라탑니다.

아무 짐도 없이, 아무 연고도 없이,
또한 가르쳐야 할 학생들을 남겨둔 채,

그야말로 운명적인 끌림으로 작고 낡은 책
한 권과 이 책을 들고 있던 젊은 여자의
마법과도 같은 바람에 이끌려 리스본으로
떠나게 되지요.

이렇듯 영화는 우리의 삶이 논리와 인과율에
따라 곧대로 움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후 텅 비어 있던 그레고리우스의 시간표는
충만한 시간으로 채워지지요.

그레고리우스는 < 언어의 연금술사 > 저자인
아마데우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과거의 퍼즐을 하나 하나 맞춰가며 죽어 있던
과거를 현재로 다시 불러 되살아나게 합니다.

그는 길진 않았지만 치열했던 아마데우의
삶을 마주하며,

그의 소신과 신념, 그리고 열정과 사랑을 쫒는
이른바 '변화의 길'을 향해 나아가지요.

그레고리우스는 혼자 체스를 두는 식으로,
이별의 아픔이 싫어 학생들에게도 적당히
거리를 두는 너무도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인생은 그저 정해져 있는 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해 왔던 그에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완전히 바꿀 용기를
준 건 바로 < 언어의 연금술사 >, 그 한 권의
책에 실린 강렬한 삶을 살았던 '젊은 열정'
이었지요.

그에게 있어 '언어'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각별하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언어의 연금술사 > 책에 오롯이 담긴

' 언어의 의미에 대한,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깊이의 숨겨진
내적 삶을 바꾸고 발견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또한 외형의 속임수에 대한, 타인들의
불가지론에 대한'

설득력있는 주장은 그레고리우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해서,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의 열정을
따라가는 여정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다시금 타오르는 열망의 삶을
되찾게 됩니다.

프랭크 케플러 감독의 1946년 크리스마스
영화 < 멋진 인생 - It’s a Wonderful Life >
에서 천사 클라렌스는,

“개개인의 삶은 수많은 다른 이들의 삶과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이 격언은 영화 < 리스본행 야간 열차 >
에서도,

“당신 자신이 다른 누군가를 확실하게
알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존재하는가?” 라는 그레고리우스의 질문을
통해 재현됩니다만...

하여,

영화는 그레고리우스의 미래를 변화와
열정의 방향으로 이끄는 아마데우의 내적 삶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지요.

그렇게...

영화 < 리스본행 야간열차 > 는 통찰력 있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리스본의 눈부시게도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힐링과 일탈의 기쁨을 선사합니다.

"내가 원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아직 목적지조차 모른다.

먼 옛날 언젠가 이 기차 칸에서 잠이 깼고,
바퀴 소리를 들었다.

내 칸에 가끔 손님이 오기도 한다.

문이 닫히고 잠겨 있는데 이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방문객은 있다.

거의 언제나 나에게 맞지 않는 시간에
손님이 온다.

대부분 현재라는 시간의 손님들이지만
과거에서 온 손님도 많다.

이들은 자기 형편에 따라 마음대로 오가며
나를 방해한다.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구속력이 없으며,
잊힐 운명이다.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영화에는 없지만 원작 소설에는 묘사된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와 처음 만난 여자는
갑자기 외투에서 사인펜을 꺼내 그의 이마에
숫자를 적지요.

"죄송해요!

이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종이가 없어요.

전… 저는 이 번호를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날아가는 편지를
본 순간… 적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우리가 그레고리우스처럼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별반 다르지 않을 그저 되풀이되는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자기의 이마에 적어준 뜻밖의
낯선 번호를 외면하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유럽의 숨은 보석,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리스본’ 의 매혹적인 풍경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 리스본행 야간열차 >.

화면 속엔 고풍스런 리스본 기차역부터
호시우 광장,

고즈넉한 분위기의 트램, 끝이 없을 듯한
쭉 뻗은 해안도로,

그리고 가스등이 켜진 낭만적인 야경 등

삶을 되돌아 보며 고즈넉한 안온함을 만끽할
수 있는 숨은 명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해서, 사랑과 회한의 모든 추억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한 폭의 비밀스런 그림 엽서처럼,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동시에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의 내적인 시간 여정까지
품고 있는 시리도록 가슴 벅찬 풍광을 화면에
담아내고 있지요. 

그러나 만약 우리가 < 리스본행 야간열차 >
같은 영화를 보며 마음이 울렁인다면 그것은
오래 전 '예약'되거나 '계획'되지 않은 여행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연과 충동에 의한 바로 그 '진정한 삶을
향한 여행' 말이지요.

'현실과 이상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누구에게나 이런 진정한 선택의 순간은
찾아옵니다.

다만 그것을 '상상'이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용기와 결단'의 문제가 아닐까요.

기차에서 책을 다 읽은 그레고리우스는
리스본에 도착해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를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아마데우는 이미 사망한 사실을
마주하게 되지요.

찾아간 묘지의 묘비명엔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이다' 라 적혀있습니다.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의 삶을 좇는 시간 여행을
시작하지요.

그리고 이내 영화는 아마데우의 서사를 따라
포르투갈 혁명의 역사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영화는 1973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요.

1973년은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이 있기
1년 전이자 살라자르 40년 독재에 지친
시민들이 저항군을 조직하고,

젊은 장교들까지 조직을 결성해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입니다.

그 속에 비밀 결사조직의 세 청춘 남녀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 분), 호르헤 
오켈리(아우구스트 디엘 분), 에스테파니아
(멜라니 로랑 분)가 있지요.

아마데우는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극우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자 동료 호르헤 ,
후앙과 함께 싸웁니다.

뛰어난 암기력으로 비밀 혁명조직의 연락망을
머리에 담고 다니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던
에스테파니아.

호르헤의 연인이었던 그녀는 아마데우를 보며
호르헤에게 느껴 보지 못한 강한 운명적 끌림을
경험하게 되지요.

이는 아마데우 역시 마찬가지로 둘은 서로
겉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를 호르헤가 눈치채게 되며 비밀조직은
분열의 위기에 빠져듭니다.

야반도주를 시도하던 아마데우와
에스테파니아의 차를 막아선 호르헤는,

배신감과 질투심에 치를 떨며 그들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끝내 그들을 쏘지 못하고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지요.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의 삶을 추적해
가면서 요절한 그가 남긴 깊이 있는 글과
불꽃같았던 그의 열정적 삶에 빠져듭니다.

평범했던 자신의 삶에 비하면 아마데우의
짧은 생애는 참으로 강렬한 삶 그 자체였지요.

아마데우는 부친이 판사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면서도 독재에 저항해 레지스탕스에
들어갑니다.

그는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사람이 다쳐선
안 된다는 신념'을 약사가 되는 친구 호르헤와
함께 공유하며 결국 아픈 환자를 치료해주는
의사가 되지요.

그리곤 틈틈이 글을 썼는데 영화는 그가 쓴 인생에
관한 글을 해변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펼쳐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아마데우의 행적을 쫓는 미스터리
구조로 진행되는데 배우들의 2인 1역 연기를
통해 1973년과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지요.

포르투갈 혁명 이후 현재까지 살아남은 그때
그 친구들은 과거에 사로잡힌 채, 하나같이
불행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마데우의 친구이자 연적이었던 호르헤
(브루노 간츠 분)는 밤마다 약국 불을 켜놓으며
그날을 잊지 못하며 고통받고 있죠.

손가락이 통째 으스러지는 고문을 당해
피아니스트로서의 생명을 잃어버린 후앙
(톰 커트니 분)은 요양원에서 쓸쓸하게 살고
있습니다.

에스테파니아(레나 올린 분)는 스페인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고,

아마데우의 여동생 아드리아나(샬롯 램플링
분)는 여전히 오빠가 살아 있다고 믿으면서도
상복을 입고 지내죠.

그레고리우스는 사랑에 대한 열정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호르헤는 불퉁명스럽게도 그레고리우스에게
자문에 가까운 물음을 던지죠.

"사랑에 푹 빠져 본 적 있나?
배도 안고프고 말도 필요없는 지독한 사랑말야!"

"모르겠어요."

"있었다면 기억 못할 리가 없지.
뚜렷이 기억할 테니까..."

관객들도 어느덧 혼자 되뇌어 보는 자신을
발견케 됩니다.

"그런 사랑, 그런 꿈 가져 본 적 있나요!" 라고
말이죠.

영화에서 그레고리우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아마데우의 저서 < 언어의 연금술사 >에서는 ,

"우리는 현재를 산다.

이전의 경험들과 장소는 과거일뿐...
대부분은 잊혀져 간다.

무었을 할 수 있으며 뭘 해야만 했을까.

무한한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고
깃털처럼 자유로웠으며 불확실함에
버거워하던 그 때..."

"영원이란 관점에서 보면 그런 건 의미 없어.

우린 우리의 일부를 남기고 떠난다

그러나 공간을 떠날 뿐, 떠나더라도 우린
그 곳에 남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안에 남는다.

우리가 지나온 생의 특정한 장소로 갈 때
우리 자신을 향한 여행도 시작된다

그 여정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린 그 길에서 외로움을 만나게 된다.

어떤 이의 열정적인 삶을 알아가면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하지 않나?

그래서 미리 단념하는 걸까.

인생의 끝에서 후회할 만한 모든 일들을...

결국은 자아상의 문제인가?

인정할 만한 삶을 살려면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런 결정적인 모습들.

만약 그렇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설명될 수 있다.

계획한 대로 살지 못했다는 자책감.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엄습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잃고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없이
일어난다.

그 놀라운 고요함 속에 고결함이 있다..."

"의미있는 일이 존재하기나 할까요?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도 의미가 없다."

"많은 것을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작은 것에도 열정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삶의 진정한 감독관은 우연적 사건이다.

잔혹함, 동정심, 황홀한 매력으로 가득찬
감독관이다."

그렇게...극 중엔 내포된 의미를 곱씹으며
철학적 사유에 빠져들게 만드는 명 문구들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신비로운 리스본의 밤,

운치있는 오래된 가스등의 조명 아래
벤치에 앉아있던 그레고리우스는 그의
심장을 뒤흔드는 한 구절을 발견합니다.

"단지 꿈같은 바람일까?

인생의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지금 내 모습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하길 원한다면...."

단 한번의, 어쩜 필연적이기도 한 우연으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버린 리스본에서의
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그의 부러진 안경을 바꿔준 안과 의사이자
고문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후앙의
조카이기도 한 마리아나(마르티나 게덱 분)를
통해 묻혔던 과거의 이야기와 하나씩 조우하게
되죠. 

영화의 도입부에서 사라져버린 빨간색 코트의
'의문의 여인'은,

혁명 당시 레지스탕스들을 잔인하고도
악랄하게 고문했던 멘데스의 손녀딸로
할아버지의 악행에 죄책감을 느껴 자살을
기도했던 사실도 알게 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는 숨겨진 과거의 서사,
그리고 새로운 사랑의 시작일런지요.

< 정복자 펠레 >와 < 최선의 의도 >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거장 빌 어거스트(Bill August)감독.

그는 파스칼 머시어 (스위스의 분석철학자 
피터 비에리의 필명)의 베스트 셀러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를 원작으로,

'한 남자의 인생을 바꾼 기적 같은 여행'을
동명의 영화 < 리스본행 야간열차 >에 직조해
냈지요.

호르헤를 뒤로 한 채 어렵사리 탈출에 성공한
아마데우는 연인 에스테파니아에게 말합니다.

"우린 떠나는 거야! 아마존까지 배를 타고
우리들만 존재하는 세상으로.

나는 책을 쓸거야!
우리들만 아는 새로운 언어로 말이지.

강물이 우리를 이끄는 대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우리는 함께 하게 되겠지,
같은 공기와, 같은 느낌과, 같은 맛을."

하지만 에스테파니아는 쓸쓸하게 답하지요.

"모두 당신이 바라는 거지, 날 위한 건 아니야.
난 못하겠어.

당신은 항상 내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원하잖아.
난 준비가 안돼 있어. 정말 미안해..."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어느 덧 주름진 얼굴에 흰머리가 가득한
에스테파니아는 고백합니다.

"아마데우는 온 마음으로 모험을 떠나 길
원했지만 난 그렇지 않았지요.

그는 나를 갈망했지만,
나는 인생을 열망했습니다.

악수를 청한 후 행운을 빌며 쓸쓸하게 떠난
아마데우.

그 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에스테파니아는 아마데우가 자기때문에
죽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 합니다.

(에스테파니아를 살라망카에 있는 친구에게
데려다 준 아마데우는 얼마 후 안타깝게도 앓고
있던 동맥류(Aneurysm)로 뇌의 혈관이 터져
세상을 떠나게 되지요.)

나이 든 에스테파니아 역의 레나 울린,

그녀는 스타븐 달드리의 2009년 작 <더 리더 -
The Leader >에서도 어머니 로즈 매더와
딸 아일라나 매더 역을 함께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지요.

에스테파니아는 그레고리우스를 배웅하며
처연하게 얘기합니다.

"이젠 그를 온전히 이해할 준비가 됐어요..."

아마데우 프라두의 책을 따라 리스본의 시간
여정을 함께 했던 그레고리우스와 마리아나는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기게 되지요.

그레고리우스는 이제 자신의 집과 학교가
있는 스위스 베른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는 어느 덧 여정의 동반자가 된
마리아나에게 머뭇거리며 말하지요.

"이제 5분 남았군요.
'내가 지루하지 않다'고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마데우와 에스테파니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인생은 활력과
강렬함으로 가득찼던 것 같아요."

마리아나는 답합니다.

"너무 강렬해서 결국 부서졌잖아요."

그레고리우스는 에둘러 얘기하지요.

"하지만 충만한 삶이었죠!

내 인생은 뭐죠?
지난 며칠을 제외하고요..."

"그런데도 다시 돌아가려 하는군요.
여기 머무시는 건 어때요! "

슬며시 그를 붙잡으려는 마리아나.

그레고리우스의 진정한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일런지요. 

엔딩 크레딧에서 애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아네트 폭스의 영화 주제 음악 (베를린 스코어
오케스트라 연주)도 정결한 감동 그 자체입니다.

크리스 크라우스가 연출한 2007년 작
< 포미니츠 -Vier Minuten > 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피아니스트이자 영화음악가
아네트 폭스.

그는 영화 < 리스본행 야간열차 > 에서도,

마리아 카르발호의 노래와 다니엘 피르셔의
포르투갈 기타(Portuguese Guitar)로
품어낸 'Nunca & Tarde',

무연히 흐르는 피아노와 첼로의 앙상블로
'One day in spring' , 'Lisboa' 등의 주옥같은
OST를 펼쳐내며 시리도록 아름다운 화면을
화사하게 수놓고 있지요.

- 李 忠 植 -

1. 영화 < 리스본행 야간열차 > OST 1~ 7번

Night train to Lisbon: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cMzMChJkZsNBP-G_xYvN-dBO80Yp9uCc

1-1 Reflection
1-2 Love Feeling
1-3 Morning
1-4 Mourning
1-5 Travel to Lisbon
1-6 Credits

2.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V 332. 중 2악장 아다지오'

- 후앙의 집에서 비밀경찰인 멘데스가 한 곡
청하자, 후앙이 주저하며 연주하는 곡입니다.

(멘데스는 피아노 건반 덮개로 내리 찍어 후앙의
손가락을 으스러뜨리고 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