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48)산악회 ABC등정기. 20180416-27(11박12일):대장 이윤재(용인), 의료 박권식(부산),  구조 박선화 전남숙 부부(서울), Kamal(가이드). Subash(포터), Jasu(구룽족女포터), 총7명

재경 48산우회는 창립 초기 이윤재 대장이 추천한 세계의 지붕 '네팔'로  통칭하고 있다. 부산 48산우회와 지리산종주.설악공룡종주, 日시코쿠 석추산 등을 합동으로 다녀왔다. 삼천포 와룡산에서 히말라야 거벽 등반가 박정헌 대장과 함께 꿈꾸던 히말라야 산자락을 퇴임 후에라도 밟게 되어 나 개인으로서는 남다른 감회가 있다. 지난해 이윤재 대장 단독 ABC등정계획을 동기회 카톡에 공개한 바 처음 두 자릿수의 희망자가 4명으로 줄었다. 자세한 산행일지는 대장님이 치밀한 계획에 따라 상세하게 운행 정리하였고, 이번 ABC 등장에서 느낀 점만 간추려 적는다

1, 현지 날씨 

첫날 카트만두에서 포카라 상공까지 갔던 30-40인승 국내선이 기상악화로 회항하고 하루 일정이 지연되었다. 등정의 성패는 하늘이 결정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 ABC 등정을 마친 후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일정을 대장님이 산중에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최대한 늦게 포카라 호텔을 예약하고 오후 늦은 비행기로 부킹해 두었다. 하산 즉시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카트만두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예약해둔 포카라 산중도시에서 하루를 더 자고 다음날 마지막 비행기 직전에 카트만두로 돌아올 수 있었다. 또 오전 맑은 날씨에 오후에 닥칠 기상변화를 잊은 채 계속 우중 산행을 반복했던 일들도 아쉽게 느껴졌다. 싱가폴에서 미국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는 한국인 32세 딸이 인천에서 직장 다니는 어머니와 함께 20일 정도 안나푸르나 곳 곳을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늘 먼저 아침 식사 하고 일찍 출발하여 오후 비 오기 전에 숙소에 들어가 쉬곤 하였는데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 4일차 MBC 베이스캠프로 가는 중 갑자기 굵은 우박비를 만났는데 우의를 찾지 못한 채 산행을 하다가 온 몸이 떨려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폭우 때 우의를 입어도 온 몸이 젖는 것은 똑같지만 우의가 없으면 흐르는 빗물에 체온을 계속 빼앗기므로 저체온증(하이포서미아)이 나타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손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두어야 할 것이다. 

2. 고소 

  2천m 이상을 접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종종 두통 구토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고지대에서 며칠 견디어 내면 평지에 와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산행 4일차 ABC를 갈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었지만 3700m MBC에서 1박을 하였는데 대장의 판단이 옳았다. ABC와는 400m정도 고도 차이가 있지만 MBC에서 자는 동안 집사람 두통. 다른 사람들도 힘든 밤을 보냈는데 당일 ABC까지 갔었다면 더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 날 새벽 4시 30분 선명한 새벽 별을 보며 MBC를 출발하여 아침 8시 쯤 ABC에 도착하였다. 전날 올라와서 ABC에서 1박을 한 인천 모녀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다이아 막스를 먹었다는 어머니는 얼굴이 약간 부었고 손발저림이 온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아막스 비아그라 등 약을 먹고 있는데 나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아예 먹지 않았다. 다만 딸 아이가 챙겨준 공진단을 집사람이 매일 먹었고 나도 몇 번 먹었는데 의외로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많이 가벼웠다. 집사람은 국내에서 당일 산행에도 발가락에 물집이 잘 생기는데 등산화를 265mm 좀 큰 것을 사서 미리 1개월 정도 신고 다녔고 발가락 사이에 안티푸라민을 바른 후 대장이 추천한 인진지 얇은 발가락 양말을 신었는데 마지막 날까지 물집 없이 산행할 수 있었다. 종종 나타나는 집사람 두통은 진통제 게보린을 먹고 견디어 내었다 

3 응급처치 

산행 3일차 말레이시아 여성이 길에 누워있는데 응급처치사 자격증을 보여 주는 남성이 비닐봉지로 얼굴을  씌워 재호흡을 시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호흡 증세는 산소가 풍부한 저지대에서 긴장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빠른 호흡으로 인한 탄산가스 부족이 혈액 ph를 교란시켜서 일어나므로 비닐봉지 재호흡 탄산가스 보충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산소가 부족한 2천m 이상 고지에서는 극히 위험하다. 배꼽 아래 단전을 힘껏 눌러 날숨을 크게 유도 하기를 반복하자 트림을 몇 차례 크게 하면서 입술 색깔이 밝아지고 정상 호흡이 가능해졌다. 중국옥용설산 4천m 넘는 곳에서도 여성이 쓰러지자 남자친구가 얼굴에 산소 스프레이를 마구 뿜어대며 당황하였다. 여성을 부축하게 하고 들숨에 맞추어 콧구멍 속으로 산소 스프레이를 쏘아 뿌려주고 단전을 압박하며 날숨을 유도하여 회복되었다. 응급조치 후 구조대가 대형 산소통을 가져 와서 후속조치를 한 적이 있다. 망월 산악회 후지산 산행에서도 2,500m 고고메 산장 숙박 중 두통을 호소하던 선배님을 밖으로 모시고 나와서 허리띠를 풀고 단전 심호흡을 유도하여 바로 회복된 일이 있다. 두통이 느껴지면 그 자리에 서서 아랫배를 느슨하게 하여 횡경막이 내려오기 쉽게 하고 서서히 심호흡을 하여 회복 후 천천히 이동하면 된다. 나 자신도 ABC에서 좀 빠르게 걷다가 약간 어지러움이 느껴져서 속도를 늦추고 복식호흡으로 금방 좋아진 적이 있다. 고소는 산소가 부족한 곳이므로 심호흡으로 산소공급을 늘리고 소비되는 산소를 줄이면 쉽게 해소된다. 

4.산사태와 눈사태

 MBC 도착 휴식 중 폭우에 맞은편 절벽에서 굉음을 내며 큰 바위가 굴러 내리고 작은 돌들이 계곡으로 토사와 함께 흘러내렸다. 길을 벗어난 계곡이라 위험은 없었지만 매일 폭우가 쏟아지니 위험한 곳은 빨리 피해야 할 것이다. ABC에 도착하는 새벽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눈사태가 발생하여 계곡을 만들고 눈 구름을 일으키며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눈위에 베이스캠프가 있었다면 움푹 패인 계곡만 남고 모든 것이 쓸려 갔을 것이다. 가이드는 놀라는 우리들에게 먼 곳이라 위험하지도 않고 소리가 크게 나지 않으니 작은 눈사태라고 한다.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추모탑과 지현옥 추모비 앞에서 잠시 묵념 하였다. 모두 이 계곡에 누워 있으리라 생각하니 내려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ABC 산장 입구 동국대 산악회 박영석 추모동판,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글귀의 1% 생존 확률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Kamal에게 정상을 가 봤는지 물으니 전혀 갈 생각이 없다고 머리를 흔든다. 

5.장비

 포터가 없으면 내가 지고 가야 한다. 첫날 포카라 젊은 포터가 밤에 두통이 심해 다음 날 돌아가고 란드룩 마을 구룽족 女포터 Jasu가 마지막 날까지 동행하였다. 등산장비는 다용도로 써야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긴 오리털 파카는 침낭커버(판초 우의)속에서 입고 자면 다른 슬리핑 백이 필요없다. 칼 대신 중국 숟가락은 과일 깍기에 좋고 가벼우며 검색대(손톱깍기 칼도 안됨)에서 통과된다. 비상영양식으로 집에서 만든 집곡밥 누룽지(선식,미숫가루)를 컵에 불려서 더운 물, 건대추 등 견과류, 매실장아찌와 함께 먹었다. 투명 사각(원형) 물통이 좋고 보온 쌕에 넣어 보온시키며 잘 때 슬리핑백 속에 넣고 난방용으로 활용하였다. MBC에서 집사람이 방수 슬리핑백 커버를 덮지 않고 롯지 이불에서 잤는데 귀국 후 여러 곳에 모기 쏘인 것처럼 되어 고생하였다. 겉보기에는 깨끗해도 호텔침구도 안전하지 못하다. 슬리핑백 커버가 없다면 완전 방수 다후다 천 홑이불(대형비닐 봉지,우의도 좋음) 속에 들어간 후 롯지 침구를 써야 해충에 안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