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김창기 
| 제목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원정기(2부) |
|---|---|
| 글쓴이 | 이윤재(48) [ leopard69@gmail.com ] |
| 작성일 | 2018-05-04 |
<1부에 이어서..>
여기까지 오면서 거의30분 간격으로 태고의 정적을 깨뜨리는 굉음으로 다가오는 헬기를 보며 또 어느 불쌍한 영혼이 긴급 후송되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다. 4인승 헬기가 줄기차게 관광객을 ABC에 퍼 나르는 중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당 300불을 받는다고 하니 꽤나 짭짤한 장사이긴 하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가이드 말로는 옛날에는 고산증으로 긴급 하산하는 헬기 비용이 5,000불까지 했으나 경쟁업체의 난립으로 최근1,200불로 떨어졌고 자신이 아는 한국인은 600불에 실려 내려갔다고 한다. 구조용 헬기 운영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무분별한 관광용 헬기는 네팔 정부 차원에서 통제를 해야 관광대국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 식사 후 가이드가 내게 와서 오늘 일정이 상당히 빡빡하니 내가 먼저 내려가 MBC 산장 비용 계산하고 출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한다. 와이 낫? 박섐과 둘이서 먼저 하산하기로 한다.
모든 걸 여기에서 털었으니 발걸음이 가벼울 수 밖에… 약 3.7킬로의 이 구간 올라올 때 2시간 걸렸는데 내려갈 땐 45분이네..
10:00에 모두들 홀가분한 마음으로 MBC를 뒤로하고 하산길에 올랐다. MBC부터 Deurali까지는 4.2킬로 인데 1시간 반 걸려11:30에 도착했다. 여기서 점심 식사. 그리고 맞이한 Himalaya는 쉬지 않고 그대로 통과. Dovan에서 휴식을 취하며 차를 마신다. 데우랄리에서 도반까지 5킬로를 2시간에 걸었다. 내려오는 내내 느꼈지만 내리막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올라갈 땐 잘 몰랐는데 이런 길을 어떻게 올라갔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긴장감의 차이리라..
또 어김없이 비가 온다. 이번엔 느긋하게 비닐 우의를 챙겨 입었으니 걱정 없다. 이렇게 휘적휘적 산길을 걸어 오늘의 숙소인 Bamboo에 도착하니 얼추 14:30이다. 제일 먼저 빨랫줄에 젖은 옷가지부터 넌다. 바람이 심하다.
제5일 트레킹: 19.16Km, 7시간50분, 최고 4131m 최저 2297m 누적표고차 1834m, 평균속도 2.4Km/h
180423 (월)
이곳 ABC route에서 롯지에 묵을 때 숙식비 계산은 그 다음날 아침에 한다. 전날 음식값과 숙박비 그리고 당일 아침 식대 및 물값 등을 한번에 계산해야 한다. 난 평소 식수에 대단히 민감한 편이라 물이 바뀌면 항상 고생을 했었기에 미리 그 유명한 Katadyn water filter를 구매하여 천연수를 걸러서 마실 생각이었는데, 첫날 놀이터 사장의 주의사항에 따라 항상 롯지에서 파는 끓인 물을 사서 먹었었다. 그런데 오늘 내려오며 촘롱 부근에서 포터가 하는 대로 우리의 약수터처럼 조그만 파이프에서 나오는 물을 마셔보았는데 그 맛이 대단히 좋았다. 그래서 수통에 있던 냄새나는 끓인 물을 부어버리고 진짜 심산 천연수인 듯한 그 물을 담아서 내려오며 계속 마셨다. 물론 아무런 탈이 없었고..
08:10경 뱀부를 출발하여 걸어 걸어 Upper Sinuwa에 도착하니 09:20이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왔다 가서 그런지 가이드 녀석이 고사리 무침을 조금 맛보라 한다. 양념과 간이 딱 맞아 한 접시 시킨다. 안주삼아 소주 한 병 까고 싶었지만 Chhomrong의 점심 메뉴인 닭백숙이 말린다. Lower Sinuwa까지 무지막지 내려가 또 다시 촘롱을 향하여 수많은 급경사 계단길을 오른다. 촘롱 마을을 통과하는데 홀연히 나타난 Lavazza Coffee shop이 앞을 막는다. 제법 세련되어 보이는 현지 아가씨가 핸드 드립으로 만들어 주는 커피 한잔에 피로가 금방 사라진다.
12:20경 촘롱 게스트하우스 도착 점심 식사. 메뉴는 미리 합의한 대로 닭백숙과 김치찌개 여기에 소주 한 병 걸치니 눈 앞에 무릉도원이 전개된다. 이제 오늘의 숙소인 Jhinudanda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니 느긋하게 식사와 휴식을 즐기며 각종 배터리 충전하고 (충전에는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 갖고 간 멀티 소켓과 멀티 USB port가 대단히 큰일을 했다) 큰 기지개로 스트레칭을 갈음한 후 14:10 출발하였으니 두 시간 가까이 여기서 쉰 셈이다.
40분 뒤 지누단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가이드의 특별한 배려로 허술하지만 욕실 딸린 방 2개가 당첨되었다. 입산 이후 처음으로 찬물에 샤워하고 하이네켄 하나 집어 드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오랫동안 죽어 있던 휴대폰이 카톡거린다. 다시 데이터가 터진 것이다. 아내와 애들에게 그간 막혔던 소식을 전하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난 과연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얻어 다시 속세로 돌아가는가… 또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방 안 침대 위에 앉아 창 밖 울창한 원시림에 쏟아지는 폭우를 감상하는 기분이 참 특이하다. 언제 어디서 또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저 아래 지누단다의 온천에서 하얗게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제6일 트레킹: 9.19Km, 6시간40분, 최고 2459m 최저 1761m 누적표고차 698m, 평균속도 2.1Km/h
180424 (화)
아침 먹고 계산하고 모든 준비 끝내고 출발하려 하는데 헬기 한 대가 바로 아래 건물에 내려앉았다 잠시 후 다시 날아 오른다. 뭔 일일까.. 가이드가 씨익 웃으며 “사장님” 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조금 뒤 전혀 네팔인 같지 않은 우아한 여인이 올라온다. 아하 우리가 묵었던 여기 Hot Spring Cottage & Restaurant의 사장님 이구나… 편안하게 잘 지냈다고 말을 걸었더니 영어도 꽤 잘한다. 역시 Money talks.. 인간은 어디서나 돈이 많으면 참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모양이다. 그 편리함이 바로 옆 구룽족들의 행복지수와는 한참 다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가이드가 오늘 일정에 대해 또 제안을 한다. 여기서 첫날 우리가 차로 도착했던 Siwai까지 가려면 4시간 소요, 그러나 1시간 반을 걸어 머뀨에 가서 지프를 타면 오전 중에 포카라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만장일치로 머뀨 당첨.. 지프 대절비 1000루피 더 주어야 하지만 2시간 반 빨리 하산 한다니 모두들 재고의 여지가 전혀 없는 모양이다.
08:20 지누를 출발하여 룰루랄라 아주 쉬운 길을 무조건 신나게 걸어 머뀨에 도착하니 09:45이다. 지금까지 애처롭게 수고해 주었던 여자 포터 Jashu는 이곳 아래 동네에 사는데 아버지가 구룽이란다. 그래서 여기서 작별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가이드의 예약으로 대기 중인 지프에 짐을 싣고 기념촬영을 한다.
제7일 트레킹: 3.5Km, 1시간22분, 최고 1779m 최저 1552m 누적표고차 227m, 평균속도 2.5Km/h
(6박7일의 총 여정을 돌아보니 : 69.68Km, 35시간51분, 평균속도 1.94Km/h)
10:00 지프 출발. 험로를 달린다.
Birethanti 근처에 메가와트급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이 보인다. 산 너머 반대편 댐의 물을 터널을 통해 여기로 끌고와 그 낙차를 이용해 발전을 한다고 한다. 길 옆으로 긴 트레커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이내 지금까지 맛보았던 상쾌한 천연공기와는 완전히 다른 현존 인류의 골칫거리 대기오염을 만끽하며 속세로 돌아왔음을 확신한다. 포카라에 이르는 길 곳곳에 도로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 3년쯤 후 다시 ABC trekking을 한다면 상황이 참 많이도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12:55 놀이터 도착. 대여한 장비를 반납하고 맡겼던 짐을 찾아 미리 예약했던 호텔 Middle Path & Spa로 간다. 가이드의 도움이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우리 호텔 바로 앞에 한국식당이 있는데 아주 유명한 곳이라 한다. 가이드 포터 함께 점심 식사 하기로 하고 택시 2대에 분승하여 호텔로 갔다. 35불짜리 호텔치고는 대만족이다. 호텔비를 체크인 때 선불로 내야하는 것이 좀 거시기했지만..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산촌 다람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음식점 및 여행가이드 업무 일체를 대행하는 “놀이터”와 같은 곳이었는데, 안주인의 음식솜씨가 대단해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 같았다. 제육볶음과 밑반찬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가이드 포터와 함께 맥주도 한잔하며 즐거운 마무리를 한다. 내친김에 저녁 식사 메뉴로 돼지수육까지 미리 예약을 해놓고 본격적인 포카라 시내 관광 및 쇼핑에 나선다. 네팔의 유명한 Pashmina도 사고 1주일의 고된 산행 흔적을 전통 맛사지로 지우고..
집 찾아 돌아오는 길이 헛갈려 휴대폰의 “맵스미(Maps Me)” 도움을 받았다.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오프라인에서도 GPS로 아주 정확하게 길찾기를 할 수 있는 해외여행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앱이다.
다시 산촌다람쥐 들러 아주 푸짐한 만찬을 즐기며 거창하게 하루를 마감한다..
180425 (수)
오늘 카트만두행 비행기가 15:35이니 포카라 관광을 할 시간이 충분하다. 일단 아침 먹고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기고 front desk 직원에게 볼만한 곳 추천을 부탁했더니 시내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Peace Pagoda를 권한다. 지프로 왕복 2시간 2000루피.. 접수.. 그러나 실제 35분이면 도착한다. 그것은 일본 특정 종교단체인 “남묘호랑게이교” 신도들의 헌금으로 건립된 기념탑이었는데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포카라의 명물인 Fewa Lake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포카라 올 때의 뱅기소동 악몽을 떠올리며 모두들 가능하면 일찍 카트만두로 가기를 원했다. 호텔로 귀환하여 예티항공에 전화를 걸어 예약 변경을 시도했으나 고작 바로 앞편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Better than nothing!
다시 마지막 쇼핑을 하고 호숫가 Fewa Paradise Restaurant & Bar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 후 호텔에서 내준 차로 10분 걸려 포카라 공항 도착 14:05. 우리 비행편이 15:15였으나 한참 맘졸이게 하다가 실제 이륙은 16:40, 그리고 24분 뒤 무사히 카트만두에 내린다. 한국에서 예약한 Dream Nepal Hotel & Apartment 직원이 약속한대로 내 이름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원래 계획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하여 상당히 미안한 감이 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만큼 그들에겐 이 정도의 기다림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 같다..
공항 출발 17:35 호텔 도착 18:10. 이곳도 역시 35불짜리 호텔. 내 방은 싱글룸으로 예약했었는데 들어가보니 더블베드에 싱글베드 하나 더 있고 욕조까지 있는 아주 괜찮은 방이다.
원래 계획했던 카트만두 마지막 만찬 장소인 Blueberry Kitchen & Coffee shop 위치를 물었더니 한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며 이와 유사한 호텔 옆 GAIA란 곳을 추천해준다. 퓨전 레스토랑인데 여러 가지 먹거리가 다양하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내가 선택한 스테이크 메뉴는 완전 실패작이었다. 멀리서 온 통조림 육질이 거의 생고무를 방불케 한다. 소를 신성시하는 이곳에서 스테이크 요리를 시키는 게 아니다..
다들 밤늦은 Thamel 거리를 배회하며 누군가에게 줄 살거리를 찾는다.
Super strong beer 7도짜리 한 캔 사서 호텔방에서 혼자 카트만두 마지막 밤을 즐긴다..
180426 (목)
박원장은 귀국 스케줄이 내일이니 여기서 작별을 하고, 우리 3명은 호텔 조식 후 서둘러 출발을 준비한다. 행운의 상징이라며 황금빛 실크 스카프를 우리들 목에 둘러주는 호텔 주인 아줌마의 센스가 돋보인다. 바이 박원장.. 바이 바이 카트만두…
15분 후 08:25 카트만두 공항 1터미널 도착. 귀국하면 네팔루피 환전이 되지 않으니 여기서 남은 루피를 전부 달러로 환전해야 한다. 환율이 107.1이다 살 때와 팔 때의 환율이 다름은 이해하나 처음 루피로 환전할 때 영수증이 없다고 최대 10,000루피만 환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머슨 이런 일이.. 처음부터 니네들은 영수증을 안 주었잖아.. 강한 리액션에 3명의 여권을 복사하고 전부 환전을 해준다.
에어차이나 CA438은 10:40 정확히 이륙하여 2시간25분 비행 후 15:20 청두공항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이번엔 항공사 직원이 우리 모두의 이름판을 들고 마중나와 있다. 셔틀버스로 첫날과 동일한 환승호텔 체크인.
중국 스촨성(四川省)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는 중국답지 않게 공기가 깨끗하다. 호텔과 거리도 아주 청결한 편이다. 시내를 한참 걷고 돌아와 유명한 사천요리 화궈(火鍋)로 저녁 식사를 즐긴다. 이것은 아주 매운 샤브샤브 비슷한 요리인데 기름기의 느끼한 맛이 53도짜리 바이주(白酒)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한 마리의 물 만난 고기가 된 밤이었다..
180427 (금)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05:30 셔틀버스를 탔으나 만만디 중국인들 때문에 06:00에 출발을 한다. 공항까지는 10분 밖에 걸리지 않아 출국수속엔 아무 문제가 없다. 어제 시내에서 산 술병을 수하물로 부치지 않고 핸드캐리 하다가 검색대에서 걸려 박섐이 다시 나가 추가 수하물 처리를 하는 법석을 떨었지만 에어차이나 CA401편은 언제나 그랬듯이 정시에 이륙을 한다.
다시 연경맥주 한 캔을 손에 들고 생각에 잠긴다. 잘못된 가정교육으로 온갖 물의를 빚고있는 국적기(國籍機) 오너 일가의 더러븐 갑지랄과 비교하여 에어차이나의 가성비가 뛰어나단 생각이 든다. 기내 서비스며 운항시간 준수, 무료 환승호텔 등등… 무엇보다 국적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 착한가격이 수많은 ABC 트레커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12:35 인천공항 착륙. 자동입국 초간단 초스피드.. 와 대한민국 선진국 맞다..
오늘의 남북정상회담 소식으로 온통 시끌벅적하다. 2주 동안 고요했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박섐 부부와 점심을 함께 먹고 작별을 한다. 謝謝! 즐거웠고 수고 많았어요..
함께 추억을 쌓았던 박원장, 가이드 Kamal, 포터 Subash와 Jashu 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