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킬링필즈

​

수능 당일이면 서너시간 뒤에

올라오는 시험과목 중 언어영역

국어와 영어 문제지를 풀어오던

습관이 있었다. 작년까지는.

​

우리네 대학입시 때 문제 유형과

다른 점으로 느낀 큰틀의 다섯가지는;

​

1. 긴 지문에 고작 두엇의 문제

2. 국어 영역인데 경제사회 영역인듯

3. 영어 실력만으로는 답을 고를 수

없는 영어 문제

4. 무얼 묻는지 질문이 이해 않가는 문제

5. 아무리 봐도 고놈이 고놈인 (가)~(마)

​

그리하여 만일 내가 사십수 해서 근자에

수능을 치루었다면 최종학력 고졸로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리라는 낙심과

다행의 교차로를 건넜지요.

​

난 행복합니다.

​

가방없이 맨 몸으로 집을 나서고,

종일토록 사철내내 지면 활자

안 봐도 뭐라하는 이 없고,

침대 겉지층으로 굳어도,

손바닥 화면에 눈알 박혀도,

술담배(담배는 빼고) 실껏 즐겨도,

크게 탓하는 이 없으니.

​

그 시절을, 시험 시험 시험

시험의 험한 시절을

어찌 건너 왔을꼬?

장하도다 너와 나

壽能만 남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