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주례를 봤다. 초보 주례라 어떨껼에 주례를 섰지만 우리 집 사람이 잘 했다 카데 주례사를 게제 할떼니까. 보고 평가해주가.
주 례 사
오늘 길일을 택해 오영호씨 가문의 건강하고 성실한 오창식군과 윤영도씨 가문의 착하고 아리따운 윤현순양의 혼인식에 일가친지와 선배재현 여러분이 공사다망하심에도 불구하고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주신데 대해 양가 혼주와 신랑 신부를 대신하여 먼저 주례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예부터 혼례식은 평생 한번 치루는 인륜지대사라 하였습니다. 이것은 신랑과 신부가 지금껏 부모 슬하에서 미성년으로 생활해 오다가 오늘부터는 둘이 부부가 되어 한가정의 가장으로, 한가정의 주부로 막중한 임무를 지고 독립된 가정을 꾸려 새 출발을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결혼을 망망대해로 떠나는 작은 배에 비유 합니다. 신랑은 항해사요, 신부는 기관사입니다. 두 사람이 각자 맡은바 책무를 적절히 수행하면서 부모라는 항구를 벗어나 기적을 크게 울리며 인생항로를 시작하려 합니다. 배가 바다로 접어들면 잔잔한 바다에서 평화로운 순항만 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태풍을 맞아 산더미 같은 파도와 싸우는 역경에 처할 때도 있습니다. 평화로울 때나 역경에 처할 때나 부부는 한배를 탄 선원으로 사랑으로 서로 의지하며 한마음 한뜻이 되어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야 합니다.
먼 훗날 헤쳐 나온 그 많은 어려움들은, 보람이라는 아름다운 추억의 열매로 맺히게 됩니다.
부부는 평생을 같이 하는 동반자입니다. 걱정은 둘로 나눠 반으로 줄이고, 행복은 둘로 나눠 두 배 세배로 키워 나가는 현명한 부부가 되어 주십시오,
오늘 주례는 신랑 신부에게 사회를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몇 가지 당부 드립니다.
부모에게 효도해야합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이며 금지옥엽 우리를 키워주신 어버이에 대한 보답입니다. 이제 신랑은 처부모가 생겼고 신부는 시부모를 모시게 됩니다. 양쪽 부모 가리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효도를 해야 합니다.
혼전에는 작은 실수도 부모의 아량으로 묻혀 버렸습니다만, 결혼한 후에는 자칫 작은 흠도 부모님 마음을 섭섭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효도는 엄청난 것이 아닙니다. 길거리의 붕어빵 한 봉지로도 효도를 할 수 있고, 잠시 짬을 내어 “장모님 건강하시지요!”라고 안부전화 한 통화로 부모님들을 감동시키는 효도가 됩니다.  이런 효도는 저축입니다. 태어나는 자식들이 그대로 배워 다시 효도가 되어 분명히 돌아옵니다. 효자집안에 효자 난다는 말이 바로 이런 연유 입니다.
다음은 효도 못지않게 형제간의 우애도 돈독해야 합니다. 동기간 우애는 집안의 화목을 이끄는 울타리이기 때문입니다.  새 사람이 들어오면 지금껏 나누던 우애를 한쪽 더 쪼개 나누어야 합니다. 평소보다. 조금만 더 배려하고 양보할 때 그 집안의 우애는 밖으로 새지 않고 남이 부러워하는 화목한 형제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부부간의 예의입니다. 삼강오륜에 의하면 부부유별이라 하여 부부간에는 적당한 간극과 구별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부는 이신이 일심동체라 하여 너무 친밀하다보면 자칫 부부간에 지켜야할 도리와 예의를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친할수록 상호 존경과 신뢰와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동고동락하는 가운데 부부가 상호 진심으로 존중하기위해 경어를 사용하며 진실한 사랑의 꽃을 피웠습니다.

사회생활을 핑계 삼아 가정에 소홀해 지면 안 됩니다. 출근시간을 지키듯 퇴근시간도 지켜야 합니다. 이 모든 예의와 질서가 행복한 가정을 창출하는 밑바탕이며 건전한 사회를 이끄는 기본 틀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신랑 신부는 일가친지 어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어 부부가 되었습니다. 서로 믿으며 의지하여 영원히 꺼지지 않는 사랑이 유지되도록 서로가 노력하고, 쟁취하여, 항상 가정에는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신랑 신부의 첫출발을 지켜봐주신 하객 여러분께서도 새 가정에 항상 관심을 두시고, 미흡할 때는 따뜻한 보살핌이 있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진심으로 이 가정에 축복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례 임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