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국제신문 기사 내용입니다...



“담장을 허물라니…, 차라리 학교를 옮기라고 하세요.”

1898년 문을 연 이래 올해로 개교 105주년을 맞은 부산 동래구 칠산동 동래고등학교. 학교의 고고한 역사를 뒷받침하듯 애교심으로 똘똘 뭉친 동창회가 최근 크게 들썩이고 있다. 동래구청이 이면도로를 내기 위해 학교측에 동쪽 담장을 안쪽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동래구청은 지난 1994년부터 동래구 명륜동 명륜초등학교에서 동래시장을 거쳐 충렬로로 이어지는 1천4백80여m 이면도로 개설공사를 7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6단계 공사가 마무리돼 명륜초등교~동래고 동쪽 담장 앞까지 길이 났지만 간선도로와 연결하기 위해서 동래고 담장을 낀 220m 구간을 더 확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동래고는 동쪽 담장 180여m를 2~3m씩 안쪽으로 옮기고, 학교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아름드리 나무 20여 그루를 배어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몇년 전 북쪽과 남쪽 담장을 인근 소방도로 개설 때 뒤로 물린 적이 있는 동래고 동창회는 이 소식을 접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동쪽 담장으로 길이 나면 학교가 온통 도로에 둘러싸이게 되기 때문이다.

동래고 동창회 김원종 사무국장은 “주위에 도로가 나면서 계속해 학교 부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학교가 설 땅이 없어지며 이번 요청도 학교를 옮기라는 말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래구청측은 “이면도로는 상습정체 구간인 충렬로의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10년 가까이 고생해 만든 도로를 무용지물로 방치할 수 없는 만큼 동래고 동창회의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 권혁범기자


pearl@kookje.co.kr [2003-03-30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