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망월산악회 
| 제목 | 한탄강을 다녀와서 [한 여울, 긴 여운] |
|---|---|
| 글쓴이 | 김영환(56) [ pat@patkim.com ] |
| 작성일 | 2020-02-03 |
한탄강에서
다행이었다.
강물은 얼지 않았고, 축제는 지났으나
강폭을 가로지르거나 물길따라 흐르는
부교는 철거 전이었다.
태봉대교서 잠시 상류로 오르니 직탕폭포다.
마침 너르게 펼쳐진 강폭을 고르게 채워 한꺼번에 입수한다.
떠도는 사진으로 본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다운 샷 유리 앵글에서 숨겨졌던
투명한 속살이 수줍게 반긴다.
다시 강물을 타고 내린다.
곳곳에 놓인 부교 위를 두 발로 노저어
물살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래로 흐른다.
발 아랜 물이요.
양 편은 검은 벽이다.
시커먼 벽은 캔버스요
부조이고 암각이며 조소였다.
얼추 십년 전 덕수궁 담벼락길
대법원 자리 미술관에서의 고흐 전시회가
떠올랐다. 행열 긴 꼬리 끝자락으로 이끌려
들어 벽에 걸린 원작을 대할 때의 감흥이
되살아 났다가 눈 사태로 사라졌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눈사태였다.
양편 검은 직벽이 무너져 내려 눈 속으로 빨려 들었다.
직탕 폭포에서 순담 계곡에 이르기까지 순간 순간 매 순간 내내.
진화인지 창조인지는 중요치 않다.
굽이쳐 연이어 마주하는
박물관의 연대별 전시실.
지나는 화랑 벽에 더는 걸 수 없게
내 걸린 산수화, 수묵화, 풍경화 그리고
비구상화와 추상화, 벽벽화화.
가소롭다. 고흐가
부끄럽다. 그때 뛰던 가슴이
조물주께서 그 이름 값으로 이 세상 만물을
작품으로 빚어 내 놓으셨고, 인간 고흐도 조물주의
한 작품이었으니 그의 작품이란 고작 조물주의
이차저작물이나 패러디일 뿐이리라.
어찌 조물주의 원작인 한탄강 벽화에
견줄 수 있다 말인가.
그 때도 겨울이었고 추웠었다.
기만원의 관람료였고 입장을
위해 한데서 한참을 떨었었다.
이 곳 한탄강에서
그 때를 한탄하며
